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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프리즘] 법관이 화폭(畵幅)에 묻다...진실(眞實)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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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프리즘] 법관이 화폭(畵幅)에 묻다...진실(眞實)을

조헌 화백 '진실' 작품, 전주지법 신청사 5층 민사 중법정 앞 법관 통로에

전주지법 신청사 5층 민사 중법정 앞에 걸린 조헌 화백의 '진실' 작품을 한 법관이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다ⓒ이하 프레시안(김성수)

'진실'의 복도를 뚜벅뚜벅 걷는다. 그리고 '진실'의 화폭(畵幅)과 또박또박 마주한다.

그 마주한 '진실' 앞에서 '진실'을 묻는다. "엄밀한 의미의 진실은 하나 밖에 없다"라고.

그렇게 '진실'에 오늘도 다가선다.

43년간의 전북 전주 덕진동 시대를 마감하고 만성동 시대를 활짝 연 전주지방법원. 지난 2일 웅장한 만성동 신청사에서 본격적인 공식업무가 시작됐다. 16일에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이 열렸다.

절개를 의미하는 대나무의 수직문양으로 신청사의 외양.
신청사 정문에 있는 두 개의 기둥 모양의 조형물이 각각 법과 국민이라는 두 개의 축을 상징하듯, 사법부의 진정한 변화와 국민을 위한 재판권의 실현은 사법부의 노력만으로도, 국민의 바람만으로도 이루어질 수 없고, 사법부와 국민의 조화로운 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한 사람이 꾸는 꿈은 단지 꿈에 불과하지만, 모두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한다. 사법행정을 재판지원이라는 본연의 자리로 되돌리고, 오직 '재판 잘하는 법원'을 만드는 것을 어느 누군가의 혼자만의 꿈으로 남겨둘 수는 없다. 이것은 우리가 지난 과거의 아픔과 좌절을 딛고 '재판 잘하는 법원'을 반드시 완수해 내라는 국민 모두의 명령인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준공식 치사 내용 중 일부다.

'재판 잘하는 법원', 이것이야말로 '좋은 재판'이다. '좋은 재판'은 곧 '진실'이 드러난 재판이기도 하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선 과거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거짓'의 몸통에 가려져 그 속 묻어진 '진실'을 볼 수 없는 일이 종종 있어 왔다. 다행히도 그 가려진 '거짓'이 발라지면서 법원의 울타리 안팎에선 '재심'이란 과정을 통해 '진실'이 무엇인지 그 '진실'을 지켜봤다. 또 여전히 '진실'은 우리 곁에서 진행중에 있다.

전주지법 신청사엔 이런 '진실'을 늘 투영해 볼 수 있는 길목이 있다. 5층 민사재판정으로 통하는 법관들의 통로다. 두 사람 정도가 나란히 서서 걸을 수 있는 비교적 협소한 통로. 신청사의 외관과 일반인들이 오가는 통로에 비한다면 참으로 검소한 통로다.

하루면 법관들이 수도 없이 발걸음을 하는 이곳에서 '진실'이 법관들의 시선과 두 발을 멈칫하게 만든다.

그곳에 잠시 멈춰선 법관들은 오늘의 재판 속에 담긴 '진실'을 다시한번 더듬어본다.


'507'. 민사 중법정 앞에서 말이다. 그 앞 벽면에 '140x140㎝' 정사각형 규격의 '진실'이 담겨 있다.

살이 발라진 물고기의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고 접근하게 되는 온전한 형태는 아니다. 생선 가시다.

전북지역 작가인 조헌 화백의 작품 '진실'이다. 법관들은 이 작품을 통해서 그 과정을 상상하게 될 수 있고, 지금 바라보고, 감각하게 되는 것 이외의 다른 그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있다.

그 온전한 것에서 어떤 시간적 관여에 의해 변형과 변화를 가져온 형태이다. 일정한 형태의 기억은 어쩌면 순간이기도 할 것이다. 그 순간을 넘어 시간이 관여하게 되면서 외관의 변형과 물질의 변화를 가지기도 한다. 화백의 작품 설명이다.

법관들도 그 내포된 의미가 무언지 이 작품을 통해 늘 새롭게 깨우치고 있단다.

찰나의 거짓이 '진실'을 통통하게 오른 물고기의 살 속에 묻어버리지만, 그 찰나의 순간을 넘어서면 시간이 관여하면서 거짓의 살점이 하나 둘 씩 떨어져 썩어버리고, 그 가시 안에 진실이 무언지 결국은 드러나게 된다는 의미를 곱씹어본다. 이 작품을 들여다본 법관들이 포인트로 입을 모으는 작품 관전평이다.

'진실'의 통로에 '진실'을 걸어둔 배경을 전주지법 구창모 수석부장판사는 이렇게 말한다.


"물고기 살은 맛있고 다 좋다. 물고기는 굉장히 비리기도 하지만 마치 그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겉을 싸고 있던 살이 썩어서, 또는 먹어서 없어지는 이 외형에만 실체를 우리는 봐 왔던 것이 아닌지. 하지만, 실제 진실은 이 물고기의 뼈대일지 모른다. 법관으로서 겉만 보고 자칫 현혹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겉에 드러나 있는 것들은 너무나 쉽게 사라져 버리는 존재 뿐인데. 어쩌면 진짜 사물의 본성은 그 밑에 깊숙이 감춰져 있는 다른 것일 수 있다는 것을..."

오늘도 '진실'의 복도는 그렇게 묻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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