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논쟁에 이어 6.2 지방선거의 화두로 주거 문제가 부상했다. 포문을 연 것은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에 도전하는 원희룡 의원. 당내 경쟁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현재 원 의원의 주장을 반박하는 등 '수세'를 펴고 있다. 이같은 주택 정책 공방이 '주거 복지' 논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원 의원이 문제삼은 것은 오 시장의 '치적' 중 하나로 꼽히는 '시프트'(서울시 장기전세주택)다. '시프트'는 서울시가 '서민 주거 안정'을 목표로 내건 대표적인 사업으로 '장기 임대 방식' 등을 도입한 데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로또'로 불릴만큼 공급 물량이 적고, '서민 대상'이라고 하기에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으며, '지나치게 호화롭다'는 점을 지적받아왔다. 이에 대해 원희룡 의원은 전날 "9억원 짜리 시프트도 있는 등 서민 대책으로 맞지 않다", "SH 공사의 부채가 지나치게 증가했다"는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오 시장은 그러나 "9억원짜리 시프트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현재 기준으로 가장 비싼 시프트 임대료는 3억원 수준으로 반포나 서초 등 강남권재건축아파트 일부 단지의 시프트"라고 즉시 해명했다.
SH공사의 부채가 오 시장 취임시 7조원에서 현재 14조원으로 급증했다는 원 의원의 지적에 대해 오 시장은 "단순히 부채 규모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공공기관의 사업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부자 전세 주택으로 가고 있는 '시프트' 실패 인정하라"
원 의원은 31일 다시 재반박에 나섰다. "오 시장이 '9억 짜리 시프트는 없다'고 하는데, 서울시가 공급한 '왕십리 주상복합아파트'에 건설 원가만 9억2천만원에 달하는 52평짜리 호화 시프트가 공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 의원은 "이 아파트는 해당 전세시세인 3억3천만원에 크게 못 미치는 1억9천만원 보증금에 공급되었다. 나머지 비용은 SH공사의 부담이고, 결국 시민 혈세 부담인데, 이것이 과연 전세 대출금도 마련하기 힘든 서민을 위한 정책인가"라며 "오 시장은 '부자 전세주택'으로 가고 있는 시프트의 정책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의원은 '시프트'로 인해 SH공사의 부채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서울시 산하 공기업의 부채는 결국 서울시민들의 혈세부담으로 돌아오는데 이런 식으로 10만호를 더 공급할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원 의원은 "그런데도 SH공사는 '주택 로또' 시프트에 2009년 28억, 2010년 45억의 광고비를 책정해 놓고 있으며 이는 청약일정을 공지하는 광고가 아니라 오세훈 시장의 역점사업임을 홍보하는 이미지 광고가 대부분"이라며 "서울시는 시프트 광고에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SH공사의 부채부터 줄일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세훈 시장 측은 "(52평형 등) '시프트' 대형 평형은 극히 일부인 1%에 해당하는 9세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시프트 관련 광고에 대해서도 "처음 도입된 시프트 주택의 청약과 이용 권장을 위한 것이지 치적홍보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계안, "공공주택 확대"…'주거 복지' 화두도 뜨나?
이같은 공방이 있은 후 당장 서울시는 31일 '시프트' 입주자 선정시 고소득자 입주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고소득자가 시프트에 입주해 '서민 정책'이라는 말이 무상해진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같은 문제는 과거부터 꾸준히 지적돼 온 것이어서 오 시장이 선거를 앞두고 허겁지겁 정책의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시는 4월 2일께 입주자 자격 요건을 발표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오 시장과 원 의원의 이같은 공방은 지난 총선 당시 불었던 '묻지마 뉴타운' 열풍과 사뭇 다르다. '주택 공급', '재개발' 등 주택 시장의 불안 요소를 높이고 현실을 외면하는 선심성 공약을 넘어 '주거 복지' 문제로 불이 옮겨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 의원도 현재 40년인 재건축 연한을 30년으로 낮추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주택 정책을 발표하는 등 '재건축 활성화'에 방점을 둬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주거 복지 문제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인사는 민주당 이계안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그는 지난 1월 '뉴타운'에 대비되는 '웰타운' 개념을 내걸고 공공임대주택 확대, 고령 영세가옥주 대책 마련, 세입자 보상절차 개선 등을 제시했다. 민주노동당 이상규, 진보신당 노회찬 예비후보도 '주거 복지'를 지방 선거 화두로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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