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둔 미군이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의 피랍 사실을 알고도 한국 정부에 이를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한국군 추가 파병을 위해 일부러 사실을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또한 가나무역측은 김씨 납치후 석방협상을 6차례나 진행했지만 한국 정부는 사전에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돼, 또 다른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나무역, “미군으로부터 4~5일전 실종사실 통보받아”**
가나무역의 김천호 사장은 21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김선일씨는 오래 전부터 팔루자에 있는 미군 리지웨이 기지에서 파견돼 근무하고 있었다”며 “4~5일전 미군측으로부터 김씨가 미국 KBR 업체 직원들과 함께 기지를 떠나 바그다드로 향한 뒤 소식이 없다는 통보를 받고 실종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김천호 사장의 발언에 따르면 미군 당국이 납치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으며 이를 김사장에게는 통보했지만 당연히 알렸어야 할 ‘이라크 3번째 대규모 파병국’ 한국 정부에는 알리지 않은 것이다.
한국 정부는 김선일씨의 납치사실을 아랍위성방송인 알자지라 방송과 카타르 주한 대사관의 보고를 통해 21일에서야 알게됐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22일에도 신봉길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미군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적이 있나’는 질문에 대해 “피랍소식을 접한 것은 카타르 대사의 긴급보고를 통해서 받았다”고 확인했었다.
김 사장은 한국 공관에 이같은 납치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미군이 어제 빨리좀 보자고 해서 모술에 가서 대책을 협의한 뒤 그 결과를 갖고 공관에 신고하려다 늦었다”고 밝혔다.
***한국군 18일 파병확정발표. 미국, 이를 의식 납치사실 은폐의혹**
이러한 김 사장의 증언은 한국군 파병 결정과 맞물리며 미국측이 납치사실을 일부러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납치시점이 4~5일 전이라면 17일쯤으로, 이 때는 한국정부의 추가 파병 확정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간 시점이었다. 한국정부는 17일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안을 추인하자, 다음날인 18일 이를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정부가 파병결정을 내리기 전에 한국인 납치사실과 참수 위협을 받았다면 열린우리당의 파병 추인이나 정부의 파병 결정은 연기되거나 무산됐을 개연성이 농후해, 이를 우려한 미군측이 납치사실을 미리 알고도 한국 정부에 통보를 안했다는 의혹이 크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한미동맹을 강조하며 이라크 파병을 요구해왔지만 한국인이 참수 위협을 받고 있는 중대한 정보를 동맹국인 한국정부에 알리지도 않고 ‘쉬쉬’해 온 데 대해 신봉길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김천호 사장의 발언은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며 사안을 축소하려 애썼다.
***가나무역, “무장단체와 6차례 석방협상”, 한국정부 전혀 몰라 **
미군 당국으로부터 납치사실을 통보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한국 정부의 교민안전대책 무방비는 또다시 비판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천호 사장에 따르면 김사장은 무장단체와 단독으로 석방협상을 6차례나 했는데도 한국정부는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김 사장은 “김씨의 행방이 묘연해짐에 따라 직원들을 팔루자에 보내 행방을 수소문했다”며 “그뒤 무장세력이 김씨를 억류중인 사실을 확인하고 이라크인 직원 3명이 6차례정도 팔루자를 방문해 석방교섭을 했다”고 말해 무장단체와 빈번히 접촉했음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신봉길 대변인은 “김천호 사장은 대사관을 방문해서 임 대사와 면담 등을 했다”며 “김 사장은 언론과 얘기를 했는데 때로는 자기 입장에 따라 발언했기에 발언 내용에 대해 확인이 필요하다”며 김 사장 발언에 따른 비판을 의식한 듯 했다.
***낙관적인 석방협상 갑자기 분위기 악화. 추가파병 결정소식 연관여부 주목**
한편 김천호 사장은 “납치한 조직은 무자히딘의 하부조직으로 알고 있다”며 “무자히딘의 대장을 접촉한 결과 자신들의 하부조직이 억류중인 것 같다고 말하면서 ‘걱정말고 하부조직의 소행이니 손을 써보겠다’고 말했다”고 말해 석방협상이 낙관적으로 진행됐었음을 시사했다.
김사장은 이어 “그들은 특히 김씨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했다”며 “그러면서 자기들의 표적은 KBR 직원들이었는데 김씨가 이들과 함께 있어 우연히 붙잡혀 온 것이라고 말했다”며 협상진행상황을 낙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김 사장의 발언과는 달리 무장단체는 20일 알자지라 방송에 한국군이 24시간 이내에 철군하지 않으면 김선일씨를 참수하겠다는 최후통첩 비디오를 보내 낙관적인 협상진행과정을 뒤집었다.
이와 관련해 무장단체측이 한국군의 추가파병결정소식을 듣고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초 처음에는 미국인들만을 대상으로 한 납치행위였지만 한국 정부가 18일 한국군 추가파병을 공식 발표하고 나오자 기존 입장을 바꿔 한국인인 김선일씨에 대한 위협도 가하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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