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완화하는 내용의 결의안 초안을 제출한 것에 대해 정부는 일정 부분 사전 협의가 있었음을 내비쳤다.
17일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결의안 초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문에 "모든 결의안은 안보리 토의를 거친다"며 "우리 정부는 주요 안보리 이사국들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관련 사항을 주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대변인은 "현 단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미 실무협상이 조속히 재개되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에 실질적 진전이 이루어지는 것이고, 모든 국제사회가 이 방향으로 노력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16일(현지 시각)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에 수출을 금지하는 품목을 일부 제한하고 남북 간 철도 및 도로 연결 협력 프로젝트를 제재 대상에서 면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결의안 초안을 안보리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 러시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지금까지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으나 이번처럼 결의안을 낸 것은 처음이라 이들의 행동을 두고 제재 완화를 위한 직접 행동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또 해당 결의안에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과 관련한 제재를 면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남북 간 협력 사업에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한국 정부가 중국과 러시아에 이같은 내용을 요청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과 러시아의 결의안에 우리가 들어가야 할 내용, 빼야 할 내용 등을 이야기했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판단해서 이사국으로서 결의안을 낸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 사안에 대해 논의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한반도 지역 정세에 대해 광범위하게 논의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다만 그는 결의안 초안이 제출되기 이전에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관련 이야기를 들은 바 있냐는 질문에 "상세한 내용을 말씀드리기는 그렇지만, 우리는 북핵 문제에 있어 주요 당사국"이라고 답해 일정 부분 협의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미 국무부가 중국과 러시아의 결의안 초안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평가한 것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안보리 주요 이사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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