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만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35분 간 청와대에서 비건 대표를 접견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비건 대표의 노력을 평가하며 이 같이 말했다고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비건 대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미 정상의 결단으로 2년 전에 비해 엄청난 변화가 있었고 현재는 낙관과 비관이 공존하는 엄중한 상황이라는 상황 인식을 공유했다"고 비공개 접견 내용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화와 협상밖에 없다. 이와 관련한 여러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비건 대표는 문 대통령을 접견한 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도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북미 협상 진전을 위해 긴밀한 소통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한 부대변인은 설명했다.
청와대는 비건 대표가 이날 오전 외교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협상 상대에게 우리가 우리의 일을 해야 할 때라고 말하고 싶다. 일을 끝내자"며 "나는 여기 있고 북한은 우리에게 어떻게 연락하는지 알고 있다"고 한 발언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기자회견에서 비건 대표는 "북한의 성명에 협상 시한이 언급됐지만, 미국은 그러한 시한을 설정하지 않았다"고 북한이 설정한 '연말 시한'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사실상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판문점에서 회동하자는 공개적 제안을 한 셈이지만, 비건 대표가 한국에 머무는 시점인 17일까지 북한이 이에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우선 비건 대표의 기자회견에 북한이 그동안 20여 차례의 성명에서 밝혔던 요구의 골자인 '새로운 계산법'이 담겨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비건 대표는 "지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때 밝혔듯이 양측의 목표에 부합하는 균형 있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창의적이고 현실 가능성이 있는 해법을 제안했다"고 원론적인 언급만 했다.
북한으로선 비건 대표의 제안이 '판문점 담판'에 응할 만큼 매력적이지 않은 데다,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천명해 놓은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한에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명분 쌓기 포석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비건 대표가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과 관련해 "최근 며칠 사이에 중대한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행동은 한반도에서 영구적인 평화를 이루는 데 있어서 가장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비판한 대목도 북한이 연말에 위협적 도발을 감행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유엔 재제가 뒤따를 것이라는 경고로 보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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