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재벌 금융사의 의결권 축소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전했다.
***강철규 "삼성에버랜드 지주회사 전환문제 논의 안해"**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14일 낮 신라호텔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 이 회장이 재벌금융사의 의결권 축소 문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 이 회장과 허심탄회하게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를 했고 잘됐다"며 "일반인들이 삼성에 대해 갖고 있는 애증을 비롯해 삼성의 장단점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기업은 이윤을 증대하는 것이 목적이고 군대는 병력을 늘리는 것이 목적"이라면서 "이익을 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니 기업이 잘될 수 있도록 공정위가 잘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고 강 위원장은 전했다.
강 위원장은 그러나 "삼성에버랜드의 지주회사 전환문제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과연 논의 안했을까**
하지만 에버랜드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는 강 위원장의 주장은 그다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번 회동의 화두는 삼성에버랜드의 지주회사 탈피 문제로, 에버랜드 문제는 이재용 상무에게로의 삼성그룹 후계구도 이전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핵심사안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재용 상무는 에버랜드 최대주주로서, 내용의 삼성그룹 후계자 위치를 확보한 상태다.
공정위는 그동안 에버랜드가 편법적 금융지주회사에 해당된다는 공식판단을 내린 뒤 그동안 삼성에 대해 지주회사 체제 해소를 요구해왔다. 반면에 삼성은 에버랜드가 지주회사 체제를 탈피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없는 만큼 유예기간 등 임시방편으로 대처하기보다는 지주회사 규정 자체에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따라서 이번 양자 회동에서선 이 회장이 공정위의 금융계열사 의결권 축소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중장기적으로 삼성그룹의 후계구도와 지배구조를 인정 받는 `빅딜`을 할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예컨대 삼성이 일단 에버랜드 지주회사의 유예기간을 요구해 시간을 번 후 추후 정국변화에 따라 대응하기로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한편 공정위는 이 달말쯤 전원회의에서 `삼성에버랜드`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이달 회동 결과가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공정위는 현재 전원회의에서 별도의 제재조치 없이 최소한 1년이상의 유예기간을 주고,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시키라는 시정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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