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라크에서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역할 확대와 이라크 채무 변제가 시급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G8(서방선진 7개국 + 러시아) 회담에서의 상황이 만족스럽지 못할 듯하다.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이 두 문제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부시, “나토 이라크서 역할 확대해야”-시라크, “그건 나토일 아니야”**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G8회담에서 나토 역할 확대를 정면으로 들고 나왔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만나 “우리는 나토가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나토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또 “나토 친구들과 함께 지금의 역할은 물론이고 좀 희망을 섞어 말한다면 다소 확대돼서 함께 일할 것”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바로 “이라크에 개입하는 것은 나토의 일이 아니고 적절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며 단호하게 부시 대통령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현재 유럽 국가 가운데 영국은 미국과 함께 이라크전을 일으켰고 일부 나토 회원국들도 이라크에 군대를 파병한 상태지만 나토는 주요 회원국인 프랑스와 독일 등의 강력한 반대로 공식적으로 이라크에서 활동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으로서는 ‘이라크전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나토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승리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나토의 역할을 확대해 이라크전에 투입돼 있는 미군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경감시켜야 할 입장이다.
특히 이라크전에 투입돼 있는 미군 가운데 상당수는 주방위군이나 예비군들이고 정규군들도 이미 복무기간이 연장돼 근무하고 있어 대선에서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다.
LA 타임스가 9일 보도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부시 대통령은 존 케리 민주당 대선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 44% 대 51%로 지는 것으로 나왔으며 무소속의 랠프 네이더가 뛰어든 3자 구도에서도 42% 대 48%로 패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이라크 채무 90% 삭감”-프ㆍ독, “50% 이상은 안돼”**
미국과 프랑스간 갈등은 나토 역할 뿐만 아니라 이라크 채무 변제에서도 수면위로 부상했다. 미국으로서는 이라크를 정상국가로 만들기 위해서는 1천2백억 달러에 달하는 이라크 채무 가운데 90%가까이 변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은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프랑스와 독일은 이라크 채무의 변제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이라크 채무 가운데 50% 이상은 삭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이와 관련해 “러시아는 이라크 부채 가운데 65%를 변제할 수 있지만 이는 이라크에서의 사업권을 얻는 것과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관리가 말했다. 이라크에서 석유 등 재건 사업의 사업권을 독식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강한 비판인 셈이다.
한편 한국도 G8 회담에서의 논의 결과에 따라서는 상당수 채권을 포기하라는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G8 회담에서는 삭감 비율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이라크의 원활한 부흥에 필요한 채무 삭감을 하고 G8 이외 국가들도 삭감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이라크 채권 규모는 18억 7천만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에는 현대건설의 미수금 11억 4천만 달러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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