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 씨가 3개월여 만에 국립 5.18 민주묘지를 다시 찾았다.
6일 오월어머니집 등에 따르면, 노 씨는 전날 사전 연락 없이 광주 남구 오월어머니집을 방문해 정현애 이사장 등 관계자 두 명과 30분간 대화를 나눴다. 정 이사장은 5월 항쟁 당시 시위에 참여했다가 구속 수감됐던 5·18 유공자다.
그는 이 자리에서 "5·18 당시 광주시민과 유가족이 겪었을 아픔에 공감한다"며 "병석에 계신 아버지를 대신해 '뭐라도 하고 싶다'는 심정으로 찾아왔다. 광주의 아픔이 치유되길 기원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씨는 특히 '5·18의 진범은 유언비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된 노 전 대통령의 회고록과 관련해 개정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11년 펴낸 <노태우 회고록>에서 "광주 사태의 진범은 유언비어"라며 "'경상도 군인들이 광주 시민들 씨를 말리러 왔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들은 시민들이 무기고를 습격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5.18 시민단체 등은 노 전 대통령을 '파렴치한'이라고 비난하며 5.18 유족과 국민들에게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노 씨는 이를 의식한 듯 "신군부의 일원이었던 아버지가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해야 한다는 생각은 분명하다"면서 "현대사를 공부하면서 5·18이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갖는 의미와 큰 뜻을 이해하게 됐다. '광주 정신'을 잊지 않고 이어가겠다"라고 말했다.
노 씨는 또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사과는 피해자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해야 한다'고 했다"며 자신도 "그만하라고 하실 때까지 사과하고 싶다"고 밝혔다.
노 씨는 이날 오월의집 방문에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는 김대중컨벤션센터를 둘러봤다. 그는 방명록에 "큰 뜻을 이어가겠습니다"라며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렸다.
노 씨는 지난 8월에도 광주를 찾아 신군부 지도부 직계가족으로는 처음으로 5.8묘지에 참배하고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을 만나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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