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해 목소리를 내오지 않던 중국이 미국의 외교정책을 비판하고 대만에 대한 경고 의미로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기로 하는 등 독자 행보를 강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 <중국외교 2004년판> 발간. 이라크전 등 미 일방 외교 비판**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2003년도 중국 외교정책과 국제 관계를 정리한 <중국외교 2004년판>을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중국외교 2004년판>은 중국 외교 백서로 지난 1987년부터 매년 발표해 왔으며 올해는 처음으로 영문판이 먼저 발표됐다. 이 백서는 중국 정부 외교정책 원칙을 밝히고 중국 외교정책 방향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국제적 상황에 대한 중국 정부의 시각을 담고 있다.
특히 올해 내용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이라크전과 관련해 미국 외교정책을 비판하고 있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이번 외교백서 첫머리부터 이라크전을 상술하고 미국의 자세를 비판했다.
백서에서 중국 정부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정권을 무너뜨렸지만 평화를 찾지도 못했고 이라크 부흥도 제대로 진행이 되고 있지 않았다”며 “이는 미국 주도의 일극 체제가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서는 이처럼 미국 주도의 ‘일극 지배’ 폐해를 지적하며 유엔 주도의 대응을 주장하고 나서 다자체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중국의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백서는 또 “이라크 전쟁으로 미국을 한 축으로 하고 프랑스, 독일, 러시아를 한 축으로 하는 집단 사이에 심각한 골이 생겼다”며 새로운 대항축이 생겼음을 지적하고 “어떠한 나라도 자국의 의사를 타국에 강제적으로 강요해 억누를 권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건설적인 협력관계 목표도 제시하면서도 독자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중, 올 6,7월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 실시. 대만 경고 의미 **
국제적으로 미국에 대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중국 정부는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 자세를 고수했다. 천수이벤(陳水扁) 총통 재취임과 뤼슈렌(呂秀蓮) 부총통의 미국 방문, 미 국방부의 중국 군사력 평가 보고서 발표 등으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중국 정부는 올 여름에 대만 해협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을 실시키로 한 것이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중국계 신문 대공보는 31일 “중국군이 올 6,7월 푸젠성 남단의 둥산다오(東山島)에서 대만 해협의 제공권 장악을 목적으로 사상 처음으로 육해공 삼군의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훈련은 지난 20일 취임하며 신헌법 제정 방침과 대만독립의지를 재차 분명히 밝힌 천 총통 정부에 대한 경고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훈련 규모와 강도가 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훈련에 참가하는 병력 규모는 약 1만8천명에 이르는데 “이미 5월 중순에 훈련부대들의 진주가 완료됐으며 벌써 전차나 군인들의 훈련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고 신문은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 이번 훈련에 동원되는 부대는 기동부대와 제2포병부대(탄도 미사일 부대)도 포함된 것으로 보이며 이밖에도 상륙작전을 위해 해병대를 비롯해 구축함 및 잠수함 부대, 공대지 미사일을 탑재한 수호이 27 편대 등도 참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해협 제공권 장악 목적 **
훈련 일시를 6,7월로 잡은 이유에 대해서 신문은 “대만 총통 선거가 치러지는 시기나 총통 취임식 전에 실시되면 대만 국민의 반감을 사 역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올 여름으로 잡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훈련에 대해서는 지난 29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에 통지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번 훈련이 주목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사상 처음으로 대만 제공권을 장악하기 위해 육해공 합동으로 군사훈련을 실시한다는 점이다. 중국은 공군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이번에는 공군력까지 포함해 통합 작전 능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최근 공군력을 축으로 하는 압도적 힘을 과시하고 전쟁을 시작하는 미국의 군사행동을 주목하고 ‘육군의 투입으로 최종적 승리를 얻을 수 있다’는 군사 상식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만 해협에서도 제공권 장악 능력을 상당히 중시하게 돼 이번 훈련이 기획됐다.
현재 중국 전투기 대수는 3천여대에 이르고 있지만 대부분은 구형 모델인 ‘미그 21’의 설계를 모방한 제3세대 전투기라 2010년경에는 대만 공격에 동원될 수 없는 3세대 전투기가 약 1천 8백대에 이를 것으로 중국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러시아의 수호이 전투기 등 4세대 첨단 전투기 보유 대수를 현재 약 2백대에서 2015년까지 1천대로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