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만을 위협하고 미국의 개입을 막기 위한 군사적 방안을 개발중”이라는 보고서를 미 국방부가 발표하자 중국 정부가 "양안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오히려 미국의 간섭과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천수이벤(陳水扁) 대만 총통 재취임과 뤼슈롄(呂秀蓮) 부총통의 방미 허용 등으로 조성된 중-미간 미묘한 이상기류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간의 전화통화로 어느 정도 해소됐으나, 군사문제를 둘러싸고 중-미간 갈등 기운이 또다시 일고 있는 양상이다.
***신화통신 “대만에의 미 무기판매, 양안관계 위태롭게 만들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31일 “대만 독립을 저지하기 위해 중국이 다양한 신뢰할만한 군사적 방안을 개발중에 있다”며 미 국방부 보고서가 중국을 비판한 데 대해 미국 정부를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신화통신은 논평을 통해 “대만 국내외의 일부 사람들이 여전히 대만 독립을 추구하려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은 국토 통일을 위해 무력을 포기 할 수가 없으며 제한적이면서 필요한 수준의 군사적 배치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통신은 “미국이 정말로 양안간 평화와 안정 유지를 돕고 싶다면 중국의 군사 배치와 관련해 책임질 수 없는 발언을 해서는 안된다”며 “미국은 대만에 첨단 무기를 계속해서 팔기 위해 이를 구실로 이용해 왔다”고 비난했다.
통신은 이어 “양안관계를 위태롭게 만드는 것은 중국의 미사일 배치가 아니라 미국의 무기 판매”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목적이 대만 정부로 하여금 보다 안정적인 입장에서 중국과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미국의 지원으로 인해 대만정부는 독립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므로 미국이 현재의 양안 관계 악화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통신은 뤼슈렌 대만 부총통의 미국 통과 방문에 대해서도 “미국은 대만과의 모든 형태의 공식인사 교류를 즉시 중단하라”며 “중국으로부터 대만을 분리시키려는 어떠한 시도도 실패할 것이고 대만은 결국 본토에 통일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미 국방부 “중국, 대만독립 막기 위한 군사적 방안 마련” 비판**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이처럼 강도 높게 미국을 비난하고 나선 데는 최근 미국의 움직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은 최근 뤼슈렌 부총통의 방문 비자를 발급한 데 이어 미 국방부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중국의 군사력에 관해 의회에 제출하는, 54페이지에 달하는 연례보고서를 국방부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중국의 위협을 부각하고 대만에의 무기 판매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는 이 보고서에서 미 국방부는 “중국이 대만 독립을 막기 위해서 신뢰할만한 군사적인 선택사양들을 다양하게 개발중에 있다”며 “이러한 방안에는 양안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대만을 원조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을 막기 위한 수단도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중국 군부 지도부는 물론이고 중국 정치 지도자들도 대만 천 총통의 헌법 개정이나 독립 움직임에 직면해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 군사부문의 공격 능력은 매년 향상돼 왔고 대만을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공격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선택사양의 증대를 모색해왔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대만과 마주보고 있는 중국 난징 군구에 배치된 단거리 탄도미사일 수는 대략 5백기에 이르고 있으며 이 미사일들은 제대로 유도만 되면 대만의 주요 시설과 군사기지, 통신교통수단 등을 파괴할 수 있다. 또 “이들 미사일 가운데 일부는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미군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물론 대만은 4세대 전투기 등 공군력에 있어서는 중국보다 3배 정도 많이 보유하는 등 양적인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중국은 이 간격을 좁히기 위해 상당히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현재 중국의 공군 전투기는 약 3천4백여대이지만 그 가운데 4세대 전투기라 할 수 있는 Su-27, Su-30 등의 전투기를 러시아로부터 꾸준히 구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현재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몇 년 안에 중국은 대만의 공군력에 심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게 되고 상당히 빠른 시간에 대만의 육상 관제 시설과 지휘통제부를 파괴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보고서 "中, 이라크전 계기로 미국이 대중 봉쇄전략 쓴다고 믿어"**
한편 이 보고서는 “이라크전 당시 미 지상군이 보여준 바그다드의 신속한 점령 및 주요 역할과 관련해 중국 정부는 대만과 군사적 대치가 발생할 경우 미 군사력에 대항할 수 있는 군사전략을 재평가하고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미 지상군이 개입하지 않고 공군력만 투입됐던 지난 1999년의 코소보 사태를 모델로 대만 분쟁 발생시 미 공군력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는 개념을 만들었다.
하지만 “바그다드 점령 당시 드러난 미 특수부대의 진격 속도와 역할로 인해 중국 군부 이론가들은 지상 병력과 무관하게 상정했던 장거리 정밀 타격의 가치에 대한 개념을 재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중국은 이라크전을 계기로 미국이 중국을 봉쇄해 아시아를 지배하려는 장기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더욱 확실히 믿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판단근거에는 “이라크전과 관련해 장거리 폭격기와 크루즈 미사일, 핵잠수함 등을 태평양의 괌에 배치한 사실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는 또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과 인권 등을 명분으로 중국을 봉쇄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우즈베키스탄 등의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미군을 배치하려 하고 있고 파키스탄과 인도 등과 관계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그러나 중국이 아직 미국의 군사력에 맞서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고 우선은 미국의 개입을 막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보고서는 보았다.
이러한 방안에는 중국 정부가 ‘암살자의 철퇴’(assassin's mace)라고 부르는 무기들도 포함돼 있는데 미국 관리들은 이러한 개념이 어떤 무기를 지적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는 못하나 이 개념에는 대략 정보전 개념의 무기, 탄도미사일, 최첨단 전투기와 잠수함, 대공 미사일 등이 포함돼 있다고 보고서는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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