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존 케리 상원의원이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의 주한미군 이라크 차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드러내 주목된다.
***케리, 주한미군 이라크 차출을 비판**
케리는 이날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텔레비전으로 전국으로 생중계된 외교안보 정책 발표과정에 주한미군 차출 문제와 관련, "동아시아에서 북한이 진정한 핵위협을 제기하는 가운데 우리는 이라크에서 과중한 부담을 진 병력을 교체하기 위해 미군을 그 한반도에서 빼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한미군 차출에 대해 더이상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의 발언은 주한미군 차출에 비판적 뉴앙스를 담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는 케리 의원이 평소 부시 정권의 대북 고립정책을 신랄히 비판하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북-미 직접대화를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케리의 이날 발언은 주한미군을 감축하더라도 그 시기는 북핵문제 해결후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힌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케리의 4대 외교안보 원칙**
케리 의원은 이날 연설에서 ▲외국과 새 동맹관계 구축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력 첨단화 ▲국가 안보를 위해 외교-정보-경제력의 사용과 미국의 가치 및 이념의 호소 ▲중동 석유에 대한 의존 탈피 등 4대 외교안보정책 원칙을 천명했다.
케리는 외교정책의 최우선을 동맹국과 협력 증진에 두겠다며 "미국의 군사력이 세계 최강이지만, 우리의 힘은 동맹을 통해서만 극대화하며, 동맹을 통해 미국이 더욱 안전해지고,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인명 손실을 줄일 수 있다"면서 "미국이 홀로 테러 위협에 대응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케리는 "대통령으로서 나의 안보정책의 제1 과제는 테러범들이 대량살상무기를 획득하는 것을 막는 일"이라고 말하고 "우리의 우선적인 임무는 테러 조직을 분쇄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케리는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문제와 관련해 외교적 시도를 충분히 해보지 않고 무력에 의존함으로써 미국의 지도력을 훼손했다"고 주장하고 "모든 문제를 군사력이라는 렌즈를 통해 봐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케리는 이어 "부시의 이라크 정책 실패로 미국이 덜 안전해졌다"며 "문제는 진정 더욱 강하고 진정 세계의 존경을 받는 미국의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케리는 중동 지역 석유에 대한 의존에서 탈피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신기술과 대체 연료 개발에 주력하겠다며 기업들이 연료 효율이 좋은 차를 생산하고 소비자들이 이런 차를 구매하도록 세제 혜택을 부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케리의 지적은 부시가 발발한 이라크전이 석유자원을 노린 침략전쟁이었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부시 대통령과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해 '릴레이 외교안보정책' 발표에 나선 케리는 이날 외교정책의 기본 방향을 밝힌 데 이어 다음달 1일 테러와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대응책, 3일에는 미군의 장래 개혁방안을 제시하는 등 내달 6일까지 외교안보정책을 계속 밝힐 예정이어서 이 과정에 보다 구체적인 한반도 정책이 피력될지 주목된다.
***미군 사망자 8백명 돌파**
한편 이날 이라크에서 사망한 미군병사 숫자는 8백명을 돌파, 부시정부를 한층 궁지에 몰아넣었다.
미국방부 집계에 따르면, 이라크전쟁 개전이래 부시가 승리선언을 한 지난해 5월1일까지 미군 사망자는 1백38명에 그쳤으나 승리선언후 27일 현재까지 6백62명이 추가로 사망해 이날로 사망자 숫자가 8백명선에 진입했다. 전투과정에 사망한 미군은 5백85명이며, 사고 등으로 사망한 미군은 2백15명이라고 국방부는 밝혔다.
미 여론조사기관들은 사망자 숫자가 1천명선에 달할 경우 부시의 지지층까지도 상당 부분 이탈하며, 11월 대선에서 부시가 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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