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포로 학대는 미국 정부가 주장하듯 '일부 망나니 미군병사들'의 소행이 아니라 조지 W. 부시 미대통령도 사전에 보고받은 조직적 작전의 일환이었다는 증언이 나와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요컨대 포로 학대는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승인을 받은 것이고, 부시 대통령도 보고를 받아 이 작전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조직적 범죄라는 것이다.
아울러 국방부가 미 의회에 포로학대 조사보고서를 제출하면서 2천쪽의 방대한 분량을 은폐한 사실도 새로 드러나, 부시정권을 더욱더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뉴요커> "이라크 포로 학대작전, 부시도 알고 있었다"**
미국 시사주간지인 <뉴요커>는 24일(현지시간) 최신호를 통해 "이라크의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에서 자행된 야만적 포로 학대행위는 몇몇 미군 병사들의 범죄 성향에 기인한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미 당국에 의해 승인된 '코퍼 그린'이라는 암호명에 따라 행해진 작전의 일환이었다"고 전현직 미 정보당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폭로했다.
정보당국 관리들은 "이 작전은 특히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과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의 승인을 받은 것이며 부시 대통령도 이 작전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고 <뉴요커>는 전했다.
'코퍼 그린' 등 미 국방부 비밀작전은 급증하고 있는 이라크 저항세력과 관련한 더 많은 정보를 끌어내기 위해 이라크 포로들에 대한 육체적인 강압수단이나 성적인 학대를 장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작전에 따라 강압적인 신문이나 성적인 학대가 자행돼"**
<뉴요커>에 따르면, 코퍼 그린 비밀작전의 근원은 바로 '특별접근 프로그램(SAP)'이었다. SAP는 미 국방부내 최고의 비밀보안이 유지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고문 금지 등 각종 '규제'로 인해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효율적'인 작전을 수행하지 못한 데 대해 '격분'한 럼즈펠드 장관이 주도해 만든 것이었다.
아프간 공격 당시 미군이 각종 규제로 인해 탈레반 지도부를 신속히 사살 또는 생포하지 못하자 럼즈펠드는 이른바 '효율적 작전'인 SAP를 생각해냈고, 이에 따라 미군은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며 피의자를 사살하거나 생포하고 필요에 따라 강압적인 신문도 가능하게 됐다.
당초 미국은 바그다드가 쉽게 함락되자 이 작전을 아프간전쟁에서만 국한하려 했으나, 이라크에서 저항세력의 공세가 강해지자 이라크에서 확대 적용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특히 지난해 8월 바그다드 요르단 대사관과 유엔 본부 건물에 대한 폭탄 공격이 이같은 방침 전환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CIA 고위관리는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이 작전은 미국의 은밀하고 준군사적인 작전에 대해 CIA의 통제를 벗어나려했던 럼즈펠드 장관의 오랜 바람에 근거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뉴요커>는 또한 이같은 작전에 깊숙이 연루된 국방부 관리들로, 럼즈펠드 국방장관 이외에 스테판 캠본 국방부 정보담당 차관과 밀러 미 육군장군을 지목해, 포로학대 작전이 미 국방부의 조직적인 전략의 일환이었음을 지적했다.
***미 국방부, 상원에 제출한 학대 보고서 상당부분 누락**
이처럼 이라크 포로 학대가 부시 대통령까지 알고 있던 작전의 일환이었다는 충격적인 증언이 나온 가운데, 이번에는 미 의회에서 미 국방부가 제출한 포로 학대 파문 조사 보고서 가운데 최소한 2천쪽 이상이 누락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인 <타임>은 23일(현지시간) "미 상원 군사위원회는 안토니오 타구바 미군 소장이 작성한 6천쪽 분량의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포로 학대 보고서 가운데 최소한 2천쪽이 누락된 것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정보특위 위원장인 펫 로버츠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와 관련해 "만일 이것이 고의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매우 분개하게 될 것"이라며 "2천페이지가 실수로 누락된 것으로는 상상할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상원의원인 잭 리드도 이에 대해 펜타곤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대해 비난하고 나서, 이번 은폐 의혹은 또다른 문제로 파급된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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