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과학잡지 <네이처>에 이어 국내 생명윤리학자들이 황우석ㆍ문신용 서울대 교수팀의 인간배아복제 줄기세포 연구가 윤리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공개 지적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황우석 교수, 난자 기증 근거 밝혀야"**
한국생명윤리학회(회장 송상용 한양대 석좌교수)는 22일 서울대 의대 함춘회관에서 총회를 열고, '의학과 생명과학기술 연구는 생명윤리 기준에 부합하여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에게 연구에 쓰인 난자의 출처 등 모두 12개 항의 의문점을 제기하고, "황우석 교수의 성실한 답변을 기대하며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사실을 밝히는 공개 토론의 자리를 가질 것"을 제안했다.
이 문제를 조사해온 학회 내 '치료용 인간배아복제 연구윤리특별위원회'(위원장 황상익 서울대 의대 교수)는 공개 질의서에서 ▲<네이처>의 보도대로 연구에 사용된 난자 중 일부를 여성 연구원으로부터 채취했는지, ▲난치병 환자의 가족 등 '이해의 상충'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난자의 기증을 받았는지, ▲난자 기증자에게 자발적 동의(informed consent)를 얻었으며 이에 대한 증거가 있는지, ▲한양대 기관윤리위원회(IRB)의 난자 채취 연구계획에 대한 심사 및 승인이 적절했는지, ▲한양대 병원 쪽이 국가인권위원회의 회의록 제출 요청을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연구비의 출처는 무엇인지 등을 명확하게 밝힐 것을 요구했다.
특히 학회는 공개 질의서에서 과학기술부 세포응용연구사업단 윤리위원회에서 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인간배아 생산을 금지하는데도 이 사업단 윤리위원인 황우석, 문신용 교수가 인간배아복제 연구를 한 것은 윤리적으로 부적절하다며 이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학회는 또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에게 "<프레시안>에서 밝힌 대로 생명윤리 차원에서 이 논문에 기여한 공로로 공저자로 인정됐다면, 이 연구의 윤리성과 관련하여 제기된 문제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를 마지막 항목으로 질의했다.(본지 2004년 5월 12일자.)
문신용 교수는 이날 "이번 질문서에 대한 답변은 미국 학회에 참석 중인 황우석 교수가 귀국하는 대로 협의해 발표하겠다"고 밝혀 앞으로 양측의 갈등이 예상된다.
***"일부 연구자, 정부 윤리의식 개탄할 수준"**
생명윤리학회는 이날 성명서에서 황 교수팀 연구의 학문적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황우석 교수팀의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학회는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이제 출발선상에 있을 뿐인데도, 마치 당장 온갖 난치병을 치료할 듯 연구결과를 과장해 환자들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분위기는 윤리적 문제는 물론이고 과학적으로도 매우 우려하고 개탄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학회는 또 "의학과 생명과학기술이 산업에 종속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면서 "(이런 분위기를 부추기는) 일부 연구자와 정부 일각의 언행에 대해서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학회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도 전에 정부가 비윤리적 연구를 부추기는 언행을 하니 말문이 닫힌다"고 정부의 최근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생명윤리학회는 1998년 2월에 창립됐으며 현재 인문사회과학자와 생명과학자, 의학자 등 1백5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생명윤리학회는 이날 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황상익 서울대 의대 교수를 선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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