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북한에 금강산 내 남한 시설 철거 의향을 전달했냐는 질문에 "(금강산 내에) 방치돼 있는 시설들을 정비한다는 표현을 썼는데 북한은 그걸 철거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해 북한에 해당 의사를 타진했음을 시인했다.
앞서 이날 <경향신문>은 여권 관계자를 인용, 정부가 북한에 금강산 내 남한 시설을 "우리가 철거하겠다"며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문제와 남측이 원산·갈마 관광지구 개발에 참여하는 방안을 함께 논의하자"고 역제안을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 장관은 남한 시설 철거와 관련 "금강산 관광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숙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컨테이너를 임시 숙소로 사용한 적이 있다"며 "금강산 지역에 340개 정도 있는데 관광이 중단되고 나서 관리되지 못하다 보니 방치돼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해 해당 시설에 대한 철거 문제를 북한에 언급했다는 점을 시사했다.
정부가 금강산 내 남한 시설의 철거에 동의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그 문제까지 포함해 논의해보자는 것"이라며 "정부 입장에서는 사업자의 재산권 보호 원칙이 중요하다. 그 원칙을 고수하면서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해당 시설의 사업자인 현대 아산의 입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장관은 "현대도 이번 사태를 일종의 기회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기대감도 있다"며 "물론 현 상황에 대해 여러 가지 엄중함도 동시에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산 내 남한 시설 철거와 함께 원산-갈마 지구의 개발에 남한이 참여하는 방안을 함께 논의하자는 제안을 했다는 보도와 관련 김 장관은 "언론 보도가 100% 사실은 아니"라면서도 "동해 관광 공동 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는 지난해 9.19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문 중 하나"라고 말해 관련 제안이 있었음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다만 김 장관은 "북한은 (금강산 문제와 관련 남한 시설의) 철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원산-갈마 지구의 투자 문제는 조건과 환경이 마련돼야 논의가 가능한 것이고 현재 우리가 제안하고 있는 것은 구체적이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원산-갈마 개발과 관련 "두 가지 차원의 문제가 있다. 하나는 북한이 원산-갈마 지구를 자체적으로 개발했을 때 남한 국민들이 어떻게 관광을 할지의 부분이 있고 또 하나는 투자 문제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부분"이라며 "실질적으로 투자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전반적 제재 완화가 전제 돼야 가능하다. 그 두 가지 부분을 나눠서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라고 말해 이번에 제안한 것은 투자보다는 남한 국민들의 관광 문제와 관련한 사안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북한과) 만나게 되면 제재 상황과 관계 없는 것들이 있고 관련돼 있는 것들이 있으니 구분해가면서 우선순위를 가지고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원산-갈마 지구만을 따로 떼어 이른바 '원 포인트'식의 제안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는 김 위원장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관광과 관련한 사안들을 두루 협의할 수 있다는 식의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김 위원장은 금강산뿐만 아니라 원산-갈마 해안 관광지구, 마식령 스키장을 포함해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삼지연군 등을 주요 관광 전략 사업을 육성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이러한 제안을 한 배경은 금강산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남한의 협의 제의에 응하지 않고 철거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완강한 북한을 협의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이같은 제안을 했다고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금강산 내 남한 시설 중 하나인 이산가족 면회소 시설의 개‧보수와 관련, 지난달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만났을 때 관련 문제를 이야기했냐는 질문에 김 장관은 "지난해 이산가족 상봉을 했을 때 1층만 수리해서 행사를 진행했는데, 전체 건물 수리와 관련해 제재 면제 협조를 구했다"고 답했다.
한편 정부가 세계식량기구(WFP)를 통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려는 계획은 사실상 백지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진전이 되지 않으면 종료해야 할 것 같다. WFP에 (이미) 지원한 금액은 회수 가능하고 (쌀) 포장지 같은 경우도 최종적으로 어렵다고 하면 재활용 대책도 세우고 있다"며 구체적 종료 시한에 대해서는 "올해 연말, 회계연도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11월 21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사안을 공개한 것에 대해 김 장관은 "남북관계를 보면 과거에도 경색 국면에서는 비공개 사항을 북한이 공개한 적이 있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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