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나 다국적 기업 등으로 모든 정보가 독점되는 것이 시대의 대세이다. 이런 흐름에 저항하는 실천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려 관심을 모았다. 이름도 생소한 '정보공유 라이선스'의 사회적 확산을 고민하는 자리이다.
***"일정 기간 지난 저작물 자유롭게 유통시키는 것은 사회에 이익"**
2000년 <디지털은 자유다>(이후 펴냄) 등의 책을 펴내 갈수록 상업적 논리만이 관철되는 지적재산권 제도에 대한 도전적인 문제제기를 시도한 바 있는 '정보공유연대 IPLeft'가 주최한 '정보공유 라이선스의 사회적 확산을 위한 공개토론회'가 19일 오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열렸다.
이 토론회는 일반 대중은 물론 시민·사회단체 구성원에게도 생소한 '정보공유 라이선스' 운동의 취지와 활동 내용을 설명하고 현재 IPLeft에서 준비 중인 우리나라만의 독자적인 '정보공유 라이선스'(안)을 해설하는 자리로 준비됐다.
오병일(진보네트워크 사무국장) IPLeft 운영위원은 '정보공유 라이선스' 운동에 대해서 "가능한 많은 저작물이 자유롭게 유통될 수 있도록 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지적 창작물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운동"이라고 정의했다.
오병일 위원은 "현재의 저작권 제도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일단 모든 저작물에 대해 저작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저작자의 허락을 맡을 것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저작물의 활용·복제·배포가 매우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저작자가 굳이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서 배타적인 권리를 보장받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용자 입장에서는 이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일일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오 위원은 "특히 모든 저작물을 디지털화해 보관·유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디지털 도서관'이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등이 나서서 진행 중인 인터넷 내 유용한 정보들을 장기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정보 트러스트 운동'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면서 "저작물을 수집·가공·유통하기 위해서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한데 허락을 받기 위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저작권자를 찾을 수 없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오 위원은 "모든 저작물이 현재 상업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며, 모든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면서 "저작권자 입장에서도 특정 기간이 지나 상업적 가치가 없는 자신의 저작물이 꼭 필요한 사람에 의해 활용되는 일을 바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사정 때문에 '정보공유 라이선스'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보공유 라이선스', 해외에서는 중요한 흐름으로 등장해**
이런 '정보공유 라이선스' 운동은 해외에서는 이미 많은 호응을 얻으면서 자리잡고 있다.
이런 운동의 선구적인 것은 1971년 마이클 하트(Michael Hart)에 의해 시작된 '프로젝트 구텐베르크'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업은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저작물들을 디지털화하여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운동이다.
이런 운동에 자극받아 최근에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스(Creative Commons)'라는 비영리 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공유 라이선스'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인터넷 법률 분야의 권위자인 미국 스탠포드대 법대 교수인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교수가 주도하고 있는 이 운동은 창작자가 저작권에 대한 자신의 권리행사 범위를 스스로 설정하는 일종의 약속을 '공유 라이선스'로 만들고, 이를 기술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번에 IPLeft가 그 초안을 마련한 '정보공유 라이선스'도 '크리에이티브 커먼스'의 '공유 라이선스'에 자극을 받아 국내 상황에 적합한 독자적인 라이선스를 개발한 것이다.
***'정보공유 라이선스' 어떻게 이용되나?**
'정보공유 라이선스' 역시 '크리에이티브 커먼스'의 라이선스와 마찬가지로 창작자가 저작권에 대해서 '정보공유 라이선스'에 규정된 자신의 권리행사 범위를 스스로 설정하도록 하고 있다.
정경희 IPLeft 운영위원은 "이렇게 창작자가 '정보공유 라이선스'를 승인하면 그 저서, 영상, 음악 등 각종 창작물에 '정보공유 라이선스'에서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로고나 문구를 집어넣어 이용자들이 비영리적으로 이용하거나 2차 저작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자기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정보공유 라이선스'를 승인한 창작자의 사진을, 창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더라도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정 위원은 "단 이렇게 이용할 때는 반드시 저작인격권(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이 존중되어야 함은 물론"이라고 덧붙였다.
IPLeft는 일반인에게 생소한 '정보공유 라이선스' 운동을 더욱더 확산시키기 위해 창작자 집단과의 간담회, 시민·사회단체 홍보 등을 전개하고, 현재 '디지털 도서관'을 추진하고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에도 관심을 촉구할 예정이다.
IPLeft는 또 '정보공유 라이선스' 운동과 함께 '저작권 기증' 운동을 병행해, 현재 '저작권자 사후 50년'으로 규정돼 있는 기간에 관계없이, 창작자가 원하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저작권을 사회에 기증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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