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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기수, '부정 경마와 불공정 채용' 유서 남기고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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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기수, '부정 경마와 불공정 채용' 유서 남기고 사망

2년 전 마필관리사 2명 자살 뒤에도 계속되는 마사회 노동자의 죽음

마사회 기수가 마사회의 부정 경마와 불공정한 조교사 채용 시스템을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유서에는 부정경마에 휘둘리며 겪은 어려움과 조교사 면허를 따고도 마사회 간부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 밀려 조교사 일을 배정받지 못해 겪은 괴로움이 담겼다.

고인인 문중원 씨는 29일 새벽 5시경 부산경마공원 내 기숙사에서 옆방 동료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으로는 제주도에 사는 부모님과 부산에서 동거 중이던 부인, 8살 딸과 5살 아들이 있다.

문 씨는 컴퓨터로 유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원본과 복사본을 남겼다. 원분 맨 뒤에는 수기로 "이거 내가 쓴건 맞아요. 혹시나 프린트 한거나 조작됐다고 할까봐 글씨가 엉망이라. 진짜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부디 날 아는 사람들은 행복했음 좋겠다"고 적혀 있다. 복사본 맨 뒤에도 수기로 "혹시나 해서 복사본 남긴다. 마사회 놈들을 믿을 수가 없다. 내 유서가 없다 하면 꼭 OO형한테 전해주라"고 적혀 있다.

부정 경마와 불공정한 조교사 채용에 휘둘리다 생을 마감한 문 씨


문 씨는 유서의 서두에서 조교사의 부정 경마 지시에 휘둘리며 겪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부정 경마 지시를 거부하면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했다는 이야기도 담겼다. 조교사는 마주와 마필관리 위탁계약을 맺고, 말과 기수, 마필관리사를 관리하는 사람이다.

"다니던 학교도 그만 두고 경마장에 인생을 걸어보고자 들어왔는데 기수라는 직업은 한계가 있었다. 모든 조교사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 조교사들의 부당한 지시에 놀아나야만 했다. 요즘엔 승군해서 조금 못 뛰면 레이팅을 낮춰서 하위군으로 떨어트린다고 작전 지시부터 아예 대충 타라 한다. 이런 부당한 지시가 싫어서 마음대로 타버리면 다음엔 말도 안 태워주고, 어떤 말을 타면 다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목숨 걸고 타야만 했고 비가 오던 태풍이 불던 안개가 가득찬 날에도 말 위에 올라가야만 했다."

문 씨는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에 휘둘리는 일이 싫어 2015년 조교사 면허를 땄다. 그러나 조교사 일은 주어지지 않았다. 조교사 일은 마사회 간부와 친한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하루빨리 조교사를 해야겠단 생각으로 죽기살기로 준비해서 조교사 면허를 받았다. 그럼 뭐하나 마방을 못 받으면 다 헛일인데. 면허 딴 지 7년이 된 사람도 안 주는 마방을 갓 면허 딴 사람들한테 먼저 주는 이런 더러운 경우만 생기는데. 그저 높으신 양반들과 친분이 없으면 안 되니. 이번엔 더 웃겼지. 지난번에 OOO 처장과 친분이 있는 OO이가 좀더 친한 다른 사람들 때문에 할 수 없이 마방을 못 받아서 이번에 주려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한 사람이 조교사 면허를 딱 받아서 와버렸네. 처장과 아주 친하신 분이. 내가 좀 아는 마사회 직원들은 대놓고 나한테 말한다. 마방 빨리 받으려면 높으신 양반들과 밥도 좀 먹고 하라고."


끊이지 않는 마사회 노동자의 죽음


유족은 마사회에 △ 죽음의 진상 규명 △ 재발 방지와 책임자 처벌 △ 공식적 사과 △ 유가족 위로 보상을 요구하며, 생전에 문 씨가 가입해있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에 장례 등 일체의 사항을 위임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이 순간 또 한명의 소중한 생명이 사라졌다. 고인의 5살, 8살 자녀들은 아빠 없이 살아가야 할 시간을 견뎌야 하며, 동료들은 고인의 주검 앞에서 숨죽여 울고 있다. 참담하다"며 "우리는 한국마사회의 부조리하고 노동자의 삶을 갉아먹는 현실을 제대로 바꾸지 못한 것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하며, 유족과 함게 고 문중현 조합원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 투쟁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마사회 노동자의 자살은 처음이 아니다. 2017년 박경근 마필관리사와 이현준 마필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열사 투쟁이 진행됐고,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했다.


조사 결과 마필관리사 34%가 우울 수준 고위험군으로 나타났고, 마사회의 산재은폐 등 산업안전 분야 위반사항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노동부는 마필관리사 고용구조 개선 등을 권고했다. 또, 525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적발해 255건을 사법처리하고, 270건에 대해 4억 6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수 한 명이 세상을 떠났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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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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