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 영화제 최대 화제작으로 떠오른 <화씨 9/11>의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가 17일(현지시간) 현지에서 공식기자회견을 갖고 "가장 공포스러운 일은 부시가 재집권한다는 것"이라며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에게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무어 "이 영화 보고 관객들이 좋은 시민이 되길 바란다"**
수백명의 취재진이 몰려든 이날 기자회견에서 무어는 '이 영화가 미국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관객들에게 달려 있다"며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관객들이 좋은 시민이 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9.11일 테러 이후의 미국, 그리고 그 당시 보통사람이었던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한 뒤 "나는 직설적인 사람이고 영화에서 부시에 대해 (하고 싶은) 모든 농담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문제를 풀고 싶어하며 그 문제는 바로 백악관이다"라는 말해, 이번 영화가 부시 재선을 막기 위해 제작됐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디즈니사의 배급거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내 극장 개봉에 대해 "TV용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며 미국에서 대선 전에 개봉할 것"이라고 밝힌 뒤 "우익 정치인들이 영화의 미국 개봉을 막으려는 시도에는 아무런 두려움이 없다"고 일축했다.
***"화씨 911은 자유가 불태워진 온도"**
부시 일가의 조직적 부정선거 의혹 시비를 불러일으켰던 2000년 대선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이어 30여년전 부시 일가와 오 사마 빈 라덴 집안이 함께 어울렸던 모습을 보여준다.
또 세계무역센터를 파괴했던 비행기를 보여주는 대신 건물에 비행기가 충돌할 당시의 굉음만이 깜깜한 화면에 울려펴지고 난 뒤 폐허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물 젖은 얼굴과 빌딩이 붕괴한 후 흩날리는 잿더미와 파편을 슬로 모션의 몽타주 기법으로 보여준다.
이라크 전쟁 와중에 죽은 이라크 아기의 시체와 화상을 입은 어린이, 팔 다리가 잘려나간 사람들, 미군 병사들의 모습 등 소름끼치는 장면들도 무겁게 깔린다.
<화씨 9/11>이라는 제목은 반유토피아 사회에서 책을 태우는 데 필요한 온도를 의미하는 레이 브래드버리의 소설 <화씨 451>에서 따온 것으로 무어는 "화씨 911은 '자유가 불태워진 온도'"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인들이 이 영화를 보지 않는다면 부끄러운 일"**
영화를 본 영국 데일리 메일지의 영화평론가 바즈 바미그보이는 "미국인들이 자기집 뒷마당에서 벌어지는 중요한 일을 다룬 이 영화를 보지 않는다면 부끄러운 행동이 될 것"이라면서 "강력한 영화"라고 격찬했다.
평소 무어에 비판적인 평론가 제임스 로치도 "<화씨 9/11>은 이라크 전쟁으로 미국인과 이라크 가족들이 겪은 상실감과 슬픔에 대해 강력한 장면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매우 직접적이면서 진심에서 우러나는 방식으로 찢겨나간 삶을 보여주는 묘사가 특히 훌륭하다"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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