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이 문젠가? 얼이 빠졌다."
일본 정계에 '나카이 극장'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주인공은 서른 살 연하의 호스티스와 스캔들에 휘말린 나카이 히로시(中井洽) 일본 공안위원장.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집권 민주당과 야당인 자민당이 기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이번 스캔들로 인해 공격권을 잡은 것은 자민당이다.
나카이 공안위원장은 민주당 내각의 핵심 인물이지만 대북 정책에 있어서만큼은 그 누구보다 강경파이기 때문에 이번 일에 대해 보수 세력의 '정상참작'이 있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선거라는 게임은 그의 개인적 입장보다는 당적을 부상시켜, 자민당과 민주당의 '공격-방어' 구도를 만들고 있다.
"본인이 반성하니까…" vs "사퇴해야"
▲ 나카이 히로시 공안위원장이 25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지지통신> 보도에 따르면,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는 25일 저녁 기자단에 "(나카이) 본인이 깊이 반성한 것 같다"며 "법을 위반하지는 않았음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스캔들 문제는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던 히라노 히로후미(平野博文) 관방장관은 같은 날 나카이 위원장에게 "의심을 받을 수 있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엄중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민주당 내각이 사태를 경고 선에서 마무리 지으려고 하자 야당인 자민당이 발목을 잡고 나섰다. 전 방위상이었던 자민당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의원은 한 강연에서 "즉각 사임하지 않으면 국가를 위해서 안 될 일"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또 아소 다로(麻生太郎) 정권 당시 방위상이었던 자민당의 하마다 야스카즈 의원은 "(총리가) 엄중하게 주의하는 정도로 끝난다면 (우리 나름의) 대응을 생각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자민당은 계속해서 공안위원장 교체를 주장하고 있다.
<산케이신문>, 납치 문제까지 연결시켜
정치인의 스캔들, 그것도 서른 살 연하 호스티스 여성과의 스캔들은 정치적 반대파 뿐 아니라 언론에도 호기다.
이 문제가 최초로 보도된 <주간신조>(週刊新潮)에 실린 길거리 키스 사진은 스포츠신문의 1면을 장식하고 있고, <산케이신문>은 '나카이 여성 문제'라는 말머리로 스캔들 관련 발언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등 들썩이고 있다.
<산케이>는 특히 일본인 납치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해 온 극우파 언론인 만큼 납치문제담당상을 겸임하고 있는 나카이 위원장을 "위기 의식이 약하다", "얼이 빠졌다" 등의 말로 '준엄하게' 꾸짖고 있다.
나카이 위원장이 후쿠시마(福島)현에서 규모 5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여성과 영화를 본 것과 관련해 '국가를 돌봐야 할 때 데이트나 즐겼다'는 것이 비난의 명분이다. <산케이>는 한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말을 인용해 "그는 위기관리 담당자로서, 국민에게 '이 사람이 공안위원장이어도 괜찮은가'라는 불안을 준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전했다.
<산케이>는 또 납치 피해자인 요코타 메구미의 모친 요코타 사키에(橫田早紀江)와 다구치 야에코의 오빠인 이이즈카 시게오(飯塚繁雄) 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를 인터뷰하면서 스캔들 문제를 납치 문제와 연결시키려는 속내도 드러냈다. 북한에 그 누구보다 강경한 나카이 위원장이었지만, 납치 문제에 '물렁한' 민주당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데 이번 추문을 활용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인터넷 매체 <제이캐스트뉴스>에 따르면, 나카이 공안위원장의 지역구인 미에(三重)현 이가(伊賀)시 의회 관계자는 "여당이 됐어도 아직 야당의 때가 안 빠진 것 아닌가"라며 노골적으로 민주당 전체를 공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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