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제네바협약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이라크 포로학대는 제네바협약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던 럼즈펠드 장관은 이번에는 포로학대사진공개는 제네바협약 위반이라며 멋대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유권해석’을 내려 ‘언제부터 제네바협약을 그렇게도 잘 지켰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럼즈펠드, “포로학대사진공개, 제네바협약위반” **
13일(현지시간) 이라크 포로학대로 처한 위기를 모면하려는 궁여지책으로 이라크를 깜짝 방문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이날 이라크 현지에서 기자들에게 “이라크 포로학대 사진 공개는 제네바협약위반”이라고 주장했다고 AP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과 함께 이라크 현지를 방문한 럼즈펠드 장관은 “미 행정부 자문 변호사들은 포로학대사진을 공개하는 것은 포로들의 명예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제네바협약 위반이며 이에 따라 사진 공개에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해 추가자료를 공개해선 안된다는 뜻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날 럼즈펠드 장관의 발언에 국제사회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그러한 발언을 할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이다.
지난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체포될 당시에 미군은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초췌한 모습과 함께 말이나 소처럼 구강 검사를 받고 있는 사진을 그대로 공개해, 제네바 협약을 위반했다는 거센 비판을 산 바 있다. 당시 미국은 후세인 전 대통령의 초라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전쟁 명분과 종식의 의미를 다시 한번 강조하려고 의도적으로 사진을 공개했었다.
***럼즈펠드 “포로신문기법, 협약 위반 아니다”**
특히 럼즈펠드의 이날 발언은 전날 “이라크 포로학대는 제네바협약 위반이 아니다”고 주장한 데 뒤이어 나온 것으로, 부시 정권이 자의적으로 제네바협약을 악용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럼즈펠드 장관은 12일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서는 “이라크에서 사용되는 잠안재우기, 음식교체, 힘든자세 취하기 등의 포로신문기법은 국제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항변한 바 있다.
그는 또 “제네바협약은 이라크내 모든 포로들에 적용되고 있지만 테러와의 전쟁으로 인해 수감돼 있는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은 현재 쿠바 관타나모 기지에 수용돼 있는 9.11테러 혐의자들에 대한 제네바 협약 적용을 거부하고 있다.
****국방부 간부들도 "제네바 협약 위반 확실"**
하지만 이러한 럼즈펠드 장관의 주장은 미 국방부내 관리들조차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피터 페이스 미 부합참의장과 폴 울포위츠 국방 부장관은 이날 “이라크에서 사용되는 신문기법은 제네바협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잘못을 인정했다.
이들은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힘든 자세 취하기, 72시간동안 잠 안재우기, 30일 이상 독방에 수감하기, 군용견을 이용해 위협하기 등의 미군이 이용한 잔혹한 신문기법에 대해 “이는 제네바협약 위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인류의 마지막 최고의 희망" 주장**
한편 이날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를 방문한 럼즈펠드는 "나는 생존자"라며 사임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그는 "언론에서 비난을 듣고 있으나 사실 매년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 오기 위해 줄을 서며 그들은 미국 시민이 되고 싶어 한다"며 "그 이유는 에이브러햄 링컨이 말했듯이, 그들은 미국이 인류의 마지막 최고의 희망임을 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나는 신문 읽는 것을 중단했다. 사실 나는 생존자다"라며 세계여론 및 미국언론의 사퇴 요구를 일축하기도 했다.
그는 또 미국이 현재 일부 국가들과 이라크에 병력 파견 문제를 논의중이라고 밝히고 미군 주도의 연합군에 추가로 병력이 파견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말해 럼즈펠드는 '국제사회의 탕아'를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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