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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하루

[이미지프레시안] 전쟁 60년, 민통선을 걷다

이 기사는 <프레시안>이 3월 22일부터 서비스 하기 시작한 '이미지 프레시안'의 세번째 기사입니다. 기사를 제대로 감상하시려면 맨 아래 '이미지프레시안 바로가기'를 클릭하십시오. <편집자>

민통선과 DMZ에 들어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기쁘기도 한 동시에 당혹스런 일이기도 하다. 금단의 땅으로 당당히 들어간다는 것은 약간의 우쭐함을 동반한 기쁨이지만 곧 그 평범하고 조금은 뻔해 보이는 풍경을 맞닥뜨리는 순간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곳이 함부로 들어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누군가 선택된 자만이 그곳에 들어가 일일이 간섭을 받아가며 찍어야 하기에, 우리는 그곳에 특별한 것이 존재하리라 믿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곧 전쟁 후 60년 동안 방치된 황폐한 풍경일 뿐이라는 매우 사실적인 현실 앞에 곤혹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 이상엽
ⓒ 이상엽

도대체 이곳은 전쟁과 평화 사이의 어디쯤일까? 새벽녘 어스름 속 철조망 건너 흘러가는 물줄기도, 안개로 뒤덮인 울창한 숲과 드넓게 펼쳐진 논밭도 우리에게 '전쟁'과 '평화' 사이에 어디쯤 위치했는지 말해주진 못했다. 긴장으로 채워진 일상의 반복은 평화라는 이름으로 쉽게 포장되지만, 우리는 서쪽 끝부터 동쪽 끝까지 이어진 155마일의 철조망 사이에서 긴장이라는 새살을 끊임없이 요구하게 된다. 그래야 뭔가 찍을 것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거대한 망원렌즈를 들고 분단의 풍경을 접수하러 다녔다. 하지만 병풍처럼 늘어선 산줄기의 아름다움도, 물안개가 피어오르던 깊은 계곡도, 고라니와 백로가 함께 물을 마시던 그 에덴동산도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가지 못해, 억지로 움켜쥐기라도 하듯 망원렌즈로 당겨보지만, 피사체는 커지기만 할 뿐 그 곳으로 한 발자국도 다가서지 못한다. 결국 접수는커녕 우리는 계속되는 취재 속에 만나는 일상의 풍경에게 접수당해 식상하고 뻔해 보이는 사진 속으로 침전했다.

지금 '우리가 원했던 사진은 무엇이었을까?'를 고민한다. 그 곳에서 우리는 비현실적인 한국을 보려했을까? 누구도 본일 없는 특종을 원했을까? 그렇지 않았노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풍경을 보지 못했다. 그저 우리 땅을 보았을 뿐이다. 게다가 아픈 땅이었다. 소외되고 버려지고 시간이 멈춘 듯한 땅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뻔한 풍경에 가슴이 시렸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 땅을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이곳의 사람, 동물, 풀 한포기 마저도 의미 없는 것은 없었기에, 이것을 기록하고 누군가에게는 보여주어야 하는 사진가이기에 그랬다. 먼 훗날 이 땅이 평화로울 때 우리의 사진이 '긴장' 되었던 때를 떠올릴 교훈의 도구이길 기대한다.

ⓒ 조우혜
ⓒ 이상엽

(☞ 이미지 프레시안 바로 가기 : http://www.imag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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