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40달러를 넘어서면서 '제3차 오일 쇼크'에 대한 경고가 무성한 가운데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주장이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에 의해 제기됐다. 유가 급등으로 미국민과 기업에 부담이 가는 것은 사실이나, 미국의 석유업자들은 2백억달러의 천문학적 이득을 거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같은 분석에 대해 이는 "석유자본의 시각에서 본 낙관론"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어, 앞으로 유가 논쟁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바움, 로치의 '제3 오일쇼크'론 강력반박**
블룸버그 통신의 여성 칼럼니스트 캐롤라인 바움은 12일(현지시간) "고유가 놀랄 것 없다"(Taking Some 'Shock' Out of Oil Prices)라는 칼럼에서 현재의 고유가 현상이 '오일 쇼크'로 이어지거나 불황의 전조가 될 수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열거하며 스티븐 로치 등 월가의 유명 애널리스트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바움은 우선 월가에 영향력이 큰 로치의 주장을 소개하며 정면반박했다.
로치는 최근 "오일 쇼크가 코앞에 와있다"면서 "지난 70년대초 이래 미국에서 5번의 불황이 있었는데, 모두 오일 쇼크 뒤에 왔다"고 예언했다. 바움은 이같은 로치 주장과 관련, 지난 99년 3월6일자 <이코노미스트>지의 커버스토리 제목이 "5달러 유가"였다는 점을 상기하고 또 유가가 1년전보다 무려 52%나 오른 가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배럴당 40달러를 넘는 유가는 충격적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녀는 "OPEC와 OPEC 비회원국 모두 생산량을 늘려온 상황에서 공급쇼크 운운하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녀는 로치가 이메일을 통해 "40달러는 높은 가격이지만 충격은 50달러에서 온다"는 부연설명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직은 오일 쇼크가 부를 정도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바움은 이같은 유형의 주장은 "유가가 높으면 소비자의 가계와 기업의 생산비용에 부담을 준다"는 한쪽 측면만 보는 편협한 분석이라며 "가격이 높으면 공급량도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곧 OPEC 등이 공급량을 늘려 유가의 추가상승을 막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유가 올라 미국 석유생산자 2백억달러 추가이득**
특히 바움은 유가상승에 따른 부담을 경고하는 전망에 대해 "고유가로 인해 누가 혜택을 보고 있는지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허점을 파고 들었다. 대부분이 석유 소비자이기도 한 석유 생산업체와 그 주주들의 측면을 살펴보라는 것이다 .
바움은 다른 이코노미스트 이언 셰퍼드슨의 주장을 인용했다. 셰퍼드슨에 따르면 미국은 하루 약 2천만 배럴의 석유를 소비하고 있다. 지난해 평균 31달러에서 올해 40달러로 유가가 오르면 미국의 가계와 기업들은 연간 6백50억달러(약 76조원)의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이는 미국의 GDP의 0.6%에 달한다.
하지만 국민소득에 미치는 영향은 더 적다. 미국은 석유소비량의 30% 정도를 자체 생산으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석유생산자들은 연 2백억달러(약 23조원)의 추가이득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석유수입을 위해 돈이 해외로 나가더라도 사라지는 게 아니라 미국의 상품과 서비스 또는 직접투자 형태로 미국으로 되돌아 온다는 게 그녀의 주장이다.
이밖에 세계 석유수요의 7%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여전히 성장의 동력이 되고 있으며 또 지난 70년대 오일쇼크후 에너지 효율이 향상된 점도 오일 쇼크에 대한 우려를 감소시킨다는 게 그녀의 주장이다. 실질 GDP 1달러 생산에 필요한 원유량은 가장 많았던 지난 70년대초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바움은 "이미 흐름을 탄 경기회복세를 고려할 때 유가가 경제를 죽이는 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바움은 또 걸프전 직전 유가 상승과 이후 불황을 연결짓는 것도 무리라고 지적했다. 바움에 따르면 지난 90년 8월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 배럴당 20달러 선이던 유가가 40달러까지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걸프전이 발발한 91년 1월 이후 다시 마찬가지로 급속히 20달러선으로 원위치했다. 미 경제조사국에 따르면 당시 불황은 이미 90년 6월부터 시작해 91년3월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유가 상승과 불황이 시기적으로 일치하지도 않으며 불황의 요인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미국석유자본 중심적 낙관론에 불과**
바움의 이같은 주장은 그러나 철저히 미국중심적, 그것도 미국석유자본의 시각에서 이번 3차 오일쇼크 사태를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사고 있다. 특히 미국기업과 소비자는 오일쇼크로 피해를 보더라도 미국석유기업이 그만큼 많은 이윤을 거두니 걱정할 것이 없다는 주장이 그같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울러 현재의 유가급등이 단순한 미국의 경제회복에 따른 소비급증뿐 아니라, 이라크정황 악화에 따른 석유수급 우려가 깔려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점은 결정적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국제석유전문가들은 최근 이라크무장세력의 이라크 남부 송유관 공격으로 세계 제2의 매장량을 자랑하고 있는 이라크의 석유수출이 치명적 타격을 입은 데 이어, 알카에다의 다음 공격목표가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유가 전망을 더없이 어둡게 보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같은 경우 사우디의 석유수출이 타격을 입을 경우 유가는 배럴당 1백달러선까지 급등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수석 상품전문가 미첼 레비스도 1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유가의 추가상승을 전망하며 "이는 우리가 너무 높은 석유소비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라크사태로 상징되는 범세계적 정치위험과 비OPEC국의 산유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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