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은 이미 발 빠르게 '석유 시대' 이후를 국가적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도 더 늦기 전에 '에너지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경고가 나왔다. 본격적으로 돌입한 고유가 시대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한국 사회에 대한 준엄한 경고음이다.
***"캘리포니아 에너지 위기에서 배워야 한다"**
캘리포니아 전 데이비스 주지사의 에너지 보좌관이었던 우드로 클락(Woodrow W. Clark) 박사가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과 에너지대안센터(대표 이필렬 방송대 교수)의 주최로 한국의 에너지 전문가들,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외교통상부 회의실에서 11일 오후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래권 외통부 국제경제국장, 이필렬 에너지대안센터 대표, 윤순진 서울시립대(행정학과) 교수 등이 참여했다.
재생가능에너지와 국제 기술 이전 전문가인 클락 박사는 간담회 자리에서, 캘리포니아 에너지 위기의 원인을 "'무리한 민영화와 규제 완화'에 있었다"고 진단하면서 그 배경을 설명했다.
클락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는 1996년 본격적인 전력 산업 민영화와 규제 완화를 추진하기 10여년 전부터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주 정부 차원의 신규 투자를 꺼려왔다. 그 결과 2000년대 초에는 이미 발전·배전 시설의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상태였다.
1996년 본격적인 민영화와 규제 완화가 된 뒤에는 전력 사업자들의 가격 경쟁으로 일시적으로 전력 가격이 하락하는 듯 보였으나, 경쟁력 없는 사업자들이 도태된 뒤 과점 구조가 형성된 다음 오히려 전력 가격이 터무니 없이 높아져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됐다. 각 사업자들이 '독점 이익'을 꾀하면서 전력 가격에 대한 '시장 조작'에 나선 것이다.
클락 박사는 "데이비스 전 주지사가 취임한 직후 가장 중요하게 직면한 문제가 바로 전력 시스템을 쇄신하고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문제였다"면서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이를 위해 다른 주에서 전력을 사오는 등 전력 안정 공급을 위해 총 2백40억 달러(약 28조원)를 지출했고 이것이 캘리포니아 주 정부를 파산 상태로 몰고 갔다"고 주지사 소환의 이유를 밝혔다.
클락 박사는 "이런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를 한국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전력 시스템이 과도하게 독점되는 것도 문제지만 무분별한 민영화와 규제 완화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캘리포니아, 주 차원의 '에너지 전환'에 나서고 있어**
클락 박사는 캘리포니아의 경험을 통해 '에너지 전환'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클락 박사는 데이비스 전 주지사의 에너지 정책을 보좌하면서 캘리포니아 주의 '에너지 전환'을 자문하는 일을 맡았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미국 정부가 거부한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 온실 가스 7% 감축 목표를 주 차원에서 이행하기로 하고, 2017년까지 재생가능에너지를 20%까지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클락 박사는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에너지에 대한 위기의식이 거의 공포 수준이었기 때문에, 이런 주 정부의 정책은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데이비스 전 주지사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그의 뒤를 이은 아널드 슈워제네거 현 주지사도 계승하고 있다. 클락 박사는 "슈워제네거 현 주지사는 데이비스 전 주지사보다 더 강도 높은 '에너지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데이비스 주지사보다 10년 더 앞당겨 2007년까지 현재 10%인 재생가능에너지 비율을 20%로 올리는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도 '에너지 전환'을 국가 차원의 과제로 설정해야**
클락 박사는 "미국, 유럽은 에너지 확보가 국가 차원의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현재 풍력, 태양 에너지 등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미래의 유망한 에너지원으로 인식되고 있는 수소 에너지 기술 확보와 보급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클락 박사는 "현재 에너지 시스템이 중앙 집중화된 모양이었다면 앞으로는 분산된 '넷(NET) 시스템'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이것은 20년 후의 일이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 독일, 덴마크 등에서는 이미 실현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클락 박사는 "미국, 유럽은 이미 국가 주도로 '석유 시대'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에 나섰다"면서 "한국이 계속 '석유 시대'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경제, 산업의 측면에서도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에너지 전환'의 시급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의 고유가가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저평가된 석유 가격이 정상화된 것'이라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사실상 '고유가 시대'는 앞으로 계속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시점에서 '에너지 전환'의 중요성을 언급한 클락 박사의 지적은 한국 사회에 대한 따끔한 충고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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