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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 일삼다 파수꾼 시늉하는 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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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 일삼다 파수꾼 시늉하는 미-영"

[신간] 선진국의 '어두운 과거' 들춘 <사다리 걷어차기>

<사다리 걷어차기>(장하준 지음. 부키 간)는 “미국등 이른바 선진국은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로 부유하게 됐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결론은 “그런 척 하는 것은 선진국의 엄청난 위선”이라는 것이다.

***"사다리 타고 올라간 뒤 사다리 차버리고 올라오라는 선진국"**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지금 40대 이상의 사람들은 아직도 고급스러운 곳에 가면 '야, 여기 꼭 외국 같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선진국=좋은 곳’이라는 이들 세대의 고정관념을 반영하는 것이다.

경제위기 과정에서 공적 자금을 투입해 국유화된 기업을 파는데, 국내 자본에 팔았으면 정경유착에 의한 부정부패를 의심할 만한 가격에 외국인에게 파는데도 별 말이 없다. 또 국내 기업에 대해서는 고도의 투명성을 요구하면서, 투명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외국계 펀드가 들어와 국내 기업을 위협하는 데도 잘 된 일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이러다 보니 조금이라도 우리나라 구체제의 긍정적인 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극좌 민족주의자 아니면 수구반동으로 몰리기 십상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90년부터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는 <사다리 걷어차기>에서 “사다리를 타고 지금의 자리로 올라간 뒤 사다리를 걷어차버리고 올라오라고 하는 선진국의 허구적인 태도”를 고발하고 있다.

***“보호와 반칙으로 부유해진 영국과 미국”**

저자는 19세기 독일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유치산업 보호론'을 통해 보호주의로 점철된 미국과 영국의 과거를 들춰낸다. 유치산업 보호론은 더 발전된 나라가 존재하는 한, 덜 발전된 나라는 보호관세와 같은 정부의 개입 없이는 새로운 산업을 발전시킬 수 없다는 주장이다.

리스트에 따르면 유치산업 보호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 최초의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이 동시대 유럽의 통제경제 국가들에 맞서 자유무역, 자유시장을 실천한 자유경제정책 국가이고, 결국 유례없는 산업적 성공으로 자유경제정책의 우수함을 증명한 국가였다는 통념에 정반대되는 것이다.

리스트는 또 “자유무역은 비슷한 수준의 산업적 발전을 이룬 국가들 사이에서 이뤄질 때 이득이 된다”고 주장했다. 자유무역이 개발도상국의 농산물 수출업자에게는 유익할 수 있지만 제조업자에게는 유해할 수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국가 경제에 해가 된다는 것이다.

리스트는 “보호 관세와 항해 규제를 통해 다른 국가들이 감히 경쟁에 나설 수 없을 정도로 산업과 운송업을 발전시킨 국가의 입장에서는 정작 자신이 딛고 올라온 사다리(정책.제도)는 치워 버리고 다른 국가들에게는 자유무역의 장점을 강조하면서, 지금까지 자신이 잘못된 길을 걸어왔고 뒤늦게 자유무역의 가치를 깨달았다고 참회하는 어조로 선언하는 것보다 현명한 일은 없을 것이다”면서 자유무역을 장점을 강조하는 설교를 ‘코스모폴리티컬 독트린’이라고 이름 붙였다. 지금 식으로 하면 영락없는 ‘글로벌 스탠더드’다.

미국도 영국과 다를 게 없다. 아담 스미스와 장 밥티스트 세이는 미국에 대해 "폴란드와 같은 농업중심국가로 발전하라"면서 “미국은 유치산업 보호제도를 택해서는 안된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그러나 미국은 ‘상식’과 ‘자국의 이익보호를 위한 본능’에 입각해 스미스의 주장을 단호히 거부하고 1816년 유치산업 보호를 채택했다. 미국은 이후 보호주의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세계 최강의 산업국이 됐다.

저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자국이 최강의 산업국임이 확연해지자 강력한 보호주의를 토대로 경제성장을 이룬 미국 역시 19세기의 영국처럼 자유무역주의의 이점을 선전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일단 한 국가가 다른 국가보다 앞서 나가게 되면, 자국의 정치적.경제적 역략을 다른 국가들과의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해 사용하고자 하는 충동이 자연스레 생기게 된다”면서 “영국의 정책, 특히 18세기와 19세기의 정책이 이에 해당하는 좋은 사례”라고 말한다.

그는 “우려스러운 점은 18세기와 19세기의 영국 정책이 현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들과의 관계에서 사용하는 정책과 많은 부분에서 유사점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도둑질 일삼던 이들이 파수꾼이 됐다”**

저자는 또 “영국은 공식적인 식민지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당시의 개발도상국들이 제조업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도 저지하려 했다. 이때 주로 사용된 방법은 19세기 소위 ‘불평등 조약’을 통해 자유무역을 강요하는 방식”이었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과거에도 지적재산권 보호는 거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1790년과 1850년 사이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특허법을 제정하였으나 당시 제정된 모든 특허법들은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협의된 무역과 관련된 지적재산권 협약에 견주어 보면 많은 결함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특허권 소유자의 권리 보호에 적극적이었던 미국조차 1891년까지 외국인의 미국내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현재의 선진국들은 자신들이 ‘따라잡기 기간’에 있는 동안 유치산업을 보호하고, 외국의 숙련된 노동인력을 빼돌렸으며, 선진국들이 수출을 금지한 기계를 밀수입하였고, 산업스파이를 고용하는가 하면, 다른 국가들의 특허권 및 상표를 계획적으로 도용하였다”면서 “그러나 일단 자신들이 선진국의 대열에 오르면 자유무역을 주장하고, 숙련된 노동인력 및 기술의 유출을 금지하기 시작하였으며, 특허권 및 상표를 강력히 보호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렇게 해서 한때 도둑질을 일삼던 이들이 하나씩 차례로 파수꾼이 된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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