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인도적 지원 물자 반출 및 민간인 방북 제한 기조에 목말라하던 대북 지원 단체들이 그간 묵혀왔던 불만을 토해냈다. 지원할 물자는 쌓여있고 지원하고 싶은 사람은 줄을 섰는데 정부가 막고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좋은사람들'을 회장 단체로 하는 56개 대북 지원 단체들의 모임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는 25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긴급 임시총회를 열어 통일부가 속히 지원 제한 기조를 풀고 인도 지원에 전향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무슨 기준으로 인도지원 제한하는지 밝혀달라"
이날 소속 22개 단체 대표가 참석하고 9개 단체가 위임한 가운데 북민협은 현인택 통일부 장관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먼저 통일부가 북한에 신종플루 치료제를 지원하면서도 민간 단체가 보내려고 했던 농사용 물자, 병원 진단 장비의 반출은 불허했다며 제한 사유와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데 대한 장관 차원의 해명을 요구했다.
이어 통일부가 △북민협 신 집행부의 현 장관 예방 요청을 2개월 이상 미루고 있으며, △대북 지원과 관련된 사안을 일관성 없고 불투명하게 처리하면서 △민간 단체와의 대화는 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기아대책기구의 정정섭 회장은 "통일부에 민·관협의 소집을 요청했지만 근 1년 가까이 묵살되고 있다"며 "민간을 설득할 자신이 없든지 민간단체를 무시하는 태도 둘 중의 하나"라고 비판했다.
북민협 회장을 맡고 있는 박종철 새누리좋은사람들 회장은 질의서를 읽던 중 "한 나라의 정부가 마치 구멍가게를 운영하듯 하고 있다"며 한탄하기도 했다.
▲ 북민협 소속 56개 단체가 대북 인도지원 정상화를 촉구하는 임시총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
"제한 계속되면 통일부 보이콧, 대국민 캠페인 펼칠 것"
이들은 이날 총회에 자리한 통일부 관계자를 통해 이 질의서를 현 장관에게 정식 전달한 뒤 3~4일간 대답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또 통일부에 공문을 보내 인도적 지원 물자 반출 제한을 풀고, 제한 사유를 명확하게 제시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새누리좋은사람들의 박현석 사무총장은 "이에 대한 통일부의 답이 없을 경우, (대북 지원 단체들이 북한에 지원하려고 했던) 인천 창고에 묶여있는 물자들에 대한 반출 계획서를 통일부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무총장은 그 다음 단계로 56개 단체가 합동으로 통일부 인도 지원 사업에 '보이콧'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반출·방북 제한이 안 풀리면 2010년 대북 인도 지원 사업은 정상이 아니라고 판단, 단체 합동으로 2010년 통일부의 기금 신청을 거부할 것"이며 이어 "북한 지원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 대북정책, 통일에 도움되나 의문"
이번 질의서는 참석 단체들의 동의를 거쳐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국제기아대책기구의 정정섭 회장은 "관광객 신변 안전 때문에 방북을 제한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NGO단체나 후원자들의 방북은 원활하게 하는 것이 최소한의 통일 준비"라며 이 내용을 추가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통일부가 10년 동안 민간단체들이 북한 동포를 위해 해왔던 일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방해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질의서를 보고 평화통일이 무엇인가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월드비전 회장보좌관인 박창빈 씨는 "우리 생각으로선 (질의서 내용이) 더 강도 높게 나갔으면 좋겠지만 절제된 내용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의 임종철 이사장은 "북민협 집행부는 지금까지 정부와 싸우거나 그들 정책에 반대한 적이 없었다"며 "우리의 구체적인 입장을 들어주고, 수정할 것이 있으면 받아들여달라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북 인도 지원 사업에 대한 제한 철회뿐 아니라 전체적인 대북 강경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천주교주교회의의 김훈일 신부는 "정부의 강경 일변도 대북정책이 과연 통일에 도움이 되는가, 북한의 입장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의문이 든다"며 "근본적인 틀에서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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