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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의 '세기의 소송', 수수방관하는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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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퀄컴의 '세기의 소송', 수수방관하는 공정위

[기고] 공정위, 퀄컴의 '특허 갑질' 언제까지 손 놓을 건가

대한민국은 정보통신부 산하 전자통신연구소 (ETRI)가 1996년 미국 샌디에이고의 벤처회사였던 퀄컴과 CDMA 공동개발에 성공한 이후 3G와 4G, 세계 최초로 실현해 서비스를 제공하였고, 제4차산업혁명의 '석탄과 철도'로 비유되는 5G 이동 통신서비스 또한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실현하였다.

그러나 정작 한국기업들은 이러한 세계 최초 이동통신 개발에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CDMA 개발 성공 이후 기술력을 앞세워 탄생해 한때 번창한 세원, 텔슨, VK 등은 3G시대에 들어 파산하였고, 4G시대에 들어선 현대의 큐리텔, SKT의 스카이까지 인수해 한때 전 세계 휴대폰 판매 순위 5위까지 했던 팬택도 망했다. 삼성과 더불어 대한민국 대표선수인 LG전자의 휴대폰 사업부는 지난 20분기 연속 적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애플과 삼성을 제외한 휴대폰 제조사들의 수익률이 한 자리 숫자를 넘지 못한다는 것은 업계에 잘 알려진 사실이고 삼성의 수익률도 10% 안팎이다.

이런 이유 중에는 퀄컴의 불공정행위가 있다. 퀄컴은 이통통신에 필수 불가결한 기술을 포함하고 있는 표준필수특허를 수만 건 확보하고 있고, 그러한 특허권을 지렛대 삼아 CDMA 시대부터 4G까지 독점력을 취득하고 유지하면서 한국의 기업들을 착취해왔다. 지난 2016년 12월 대한민국 공정거래위원회는 퀄컴의 불공정한 사업방식을 문제 삼아 공정위 역사상 최대인 1조3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퀄컴의 불공정한 행위를 제재하는 일련의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계류 중이고, 언론에서 '세기의 소송'이라고 일컬을 만큼 많은 로펌변호사들이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 언론과 정부는 대한민국 공정위가 다국적 공룡기업인 퀄컴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과징금'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퀄컴은 그러한 천문학적인 액수를 돌려받고자 소송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것과 많이 동떨어져 있다.

과징금은 퀄컴이 대한민국에서 불법행위로 벌어드린 해당 매출액 (51조5000억 원)의 2%인데, 퀄컴이 지난 25년 동안 한국에서 벌어간 총액은 100조 원에 육박하고, 퀄컴의 수익률은 65%를 넘나든다. 퀄컴이 한국에 납부한 1조300억 원은 퀄컴으로서는 한국에 기부하는 셈 쳐도 되는 액수인 것이다. 실제로, 퀄컴은 2017년 공정위 판결을 항소하는 '본안 소송'이 끝날 때까지 공정위 판결의 효력을 정지 시켜 달라는 가처분소송을 진행하였는데 공정위 판결 중 공정위가 퀄컴에 내린 '시정명령'의 효력만 정지 시켜 달라는 내용이었고, 정작 1조300억 원의 과징금 납부에 관한 효력 정지 신청은 하지 않았다.

1조300억 원의 과징금을 돌려받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라면 퀄컴은 왜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한국법원에서 소송을 진행 중일까? 답은 공정위가 퀄컴에 내린 '시정명령'에서 찾을 수 있다. 공정위는 2016년 12월 28일, 퀄컴의 '특허 갑질'을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1조300억 원의 과징금과 함께 일련의 시정명령을 내렸는데 휴대폰의 핵심부품인 모뎀 칩세트 제조사에게 특허 라이선스 허해야하는 것, 모뎀 칩세트 공급을 볼모로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 휴대폰 제조사의 요청시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재협상할 것이 주 내용이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퀄컴의 비즈니스모델 자체를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정도로 파급력이 큰 결정이었다.

그런데 한국의 기업들의 숨통을 트여줄 수 있는 공정위의 쾌거가 있은 후 무서운 사실이 올해 5월에 밝혀졌다. 한국 공정위가 2016년 12월 퀄컴을 제재하는 결정을 내린 지 1달 후, 미국의 공정위 격인 미국연방거래위원회 (FTC)가 한국공정위가 퀄컴을 제재했던 동일한 사안으로 퀄컴을 미국 연방법원에 제소하였고, 2년간의 공방 끝에, 2019년 5월 미국 연방법원의 루시 고 판사는 퀄컴에 패소 판결을 내리며 아래와 같은 '시정명령'을 퀄컴에 부과했다.

1. 휴대폰의 핵심 부품인 모뎀 칩세트 제조사에게 특허 라이선스를 허여 할 것 (한국 공정위와 동일)

2. 모뎀 칩세트 공급을 볼모로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 (한국 공정위와 동일)

3. 모뎀 칩세트 공급 전제로 독점 계약을 하지 말 것

4. 퀄컴은 정부 기관이 법 집행 및 규제 행위를 위하여 퀄컴의 고객업체와 소통하는 일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지 말 것.

5. 퀄컴의 상기 1~4호의 시정명령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이행보고서를 향후 7년 동안 연방거래위원회 (FTC)에 매년 제출할 것

이 판결문에는 2018년 1월에 퀄컴과 삼성 사이에 체결된 계약의 내용이 다음과 같이 밝혀져 있다.

즉, 퀄컴은 삼성에게 1억 달러와 분기별 조건부 리베이트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는데, 그 조건은 다음을 같다:

- 삼성이 휴대폰 제조에 필요한 프리미엄급 통신칩 수요의 100%, 적어도 중급/하이엔드급 수요의 00% (판결문에 정확한 퍼센티지는 삭제됨)를 퀄컴으로부터 독점 구매한다

- 삼성이 한국 공정위에 “퀄컴이 2016년 공정위 시정명령을 준수하고 있고, 삼성과 퀄컴의 분쟁이 완전히 해결되었으며, 그러한 분쟁 해결은 삼성이 한국 공정위에 제기한 요구사항을 만족시킨다” 라는 성명을 한국 공정위에 제출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로 심각한 문제이다. 첫째, 퀄컴의 조건부 리베이트 제공은 대한민국 공정거래법을 위배하는 행위이다. 2009년 7월, 공정위는 2016년12월 제재와는 별도로 퀄컴에게 2600억의 과징금과 함께 조건부 리베이트를 금지하는 시정명령을 내렸고, 이 판결은 2019년 3월, 대법원에서 위법한 행위로 확정했다.(☞ 관련 기사 : <조선일보> 2월 11일 자 '퀄컴-공정위 9년 전쟁... 대법 "2000억원 이상 과징금은 적법"')

2009년 공정위 판결은 시장지배적 위치에 있는 공급자가 구매자에게 “정량”이 아닌 “정률” (즉, 전체 수요의 몇 퍼센트) 구매를 조건으로 인센티브나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 3조2항에 위배된다는 판결이며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정위가 수년간 전담팀까지 꾸려 조사한 끝에 결정한 사안이고, 10년 동안 이어진 항소심에도 큰 비용이 들어갔다.

두 번째, 2016년 내려진 공정위 시정명령이 다룬 불법 상황이 이제는 해소되었다는 취지의 증언을 삼성이 공정위에 하도록 한 것인데 이는 2016년 공정위 시정명령이 유지될지 파기될지를 다루는 현재의 항소심 재판에서 매우 유력한 증인인 삼성을 퀄컴이 1억 달러로 매수한 것과 다름없다. 형사재판이었다면 증거인멸죄나 위증교사죄가 적용될 수도 있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미국연방법원의 루시 고 판사도 퀄컴과 삼성의 야합을 '정부 기관의 반독점행위 규제능력을 방해하는 것이며, 퀄컴이 감행할 장래의 불공정행위가 정부 기관에 보고되지 않고 은폐되게 만들 것이다' 라고 판시하며, 시정명령 4호를 판결문에 포함시켰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대한민국 공정위는 뜨뜻미지근하다. 우선 이미 이전에도 공정위는 자신들이 퀄컴에 내린 시정명령에 대한 퀄컴의 이행계획서조차 제대로 받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공정위는 삼성과의 1억 달러 증언 매수 사건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한 고발이 있었음에도 공정위는 자신의 권한 밖의 일이라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 또 아래와 같이 독점규제법의 조사방해에 버금가는 행위일 텐데, 공정위가 정말 할 일이 없을까?

제50조(위반행위의 조사 등)
②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법의 시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그 소속공무원[제65조(權限의 위임·委託)의 규정에 의한 위임을 받은 기관의 소속공무원을 포함한다]으로 하여금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의 사무소 또는 사업장에 출입하여 업무 및 경영상황, 장부·서류, 전산자료·음성녹음자료·화상자료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료나 물건을 조사하게 할 수 있으며,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지정된 장소에서 당사자, 이해관계인 또는 참고인의 진술을 듣게 할 수 있다. <개정 1996.12.30, 1999.2.5., 2001.1.16>


제67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 . 10. 제50조 제2항에 따른 조사 시 자료의 은닉·폐기, 접근거부 또는 위조·변조 등을 통하여 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기피한 자


물론 삼성은 퀄컴의 독점행위의 피해자이며 삼성이 자신의 피해를 사적으로 보상받을 권리는 있다. 그러나 위에서 말했듯이 이번 2016년 공정위 제재는 강제라이센싱을 통해 우리나라 통신기기 산업발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역사적인 '시정명령'이 포함되어 있어 삼성이 사적으로 용서해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이는 삼성과 퀄컴이 우리나라 통신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야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도리어 퀄컴은 한미 FTA 등 정치 외교적인 통로를 이용해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계류 중인 2016년 공정위 판결 항소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 올해 7월에 7년 만에 재개된 한미 FTA 양자 협의 쟁점은 공정위의 퀄컴 조사에 관한 것이었다. 즉, 한국 공정위가 미국회사인 퀄컴을 조사할 때 한미 FTA에서 합의한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고 무리하게 조사했다는 것이다. 어불성설이다. 공정위 판결 2년 후 미국의 사법부와 조사 당국도 동일한 판결을 내렸다. 또 5월 22일 루시 고 판사의 판결이 나온 그다음 날 곧바로 공정위를 전격 방문하였는데, 공정위는 이때 무슨 대화가 오고갔는지 밝혀야 한다. 공정위의 2009년 제재를 위반하는 행위를 한 것에 대한 해명 차원이었는지 공정위의 2016년 제재에 대한 재판에 영향을 주기 위해 삼성을 매수한 것에 대한 해명인지는 알 수 없다.

요약하자면, 2016년 12월, 3년 동안의 조사 끝에 한국 공정위는 세계 이동통신의 판도를 바꿀만한 정도 파급력이 대단한, 지난 20년 동안 '특허 갑질'을 지렛대로 독점력을 키워온 퀄컴의 불공정한 관행을 바로잡고 공정한 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한국 공정위가 퀄컴에 내린 시정명령의 효력 정지 요구하는 가처분신청은 2017년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각각 기각되었으므로, 시정명령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어야 한다. 이행이 부실하면 검찰고발등 통해 이행을 강제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2019년 5월 미국 연방법원의 판결에 의해 퀄컴이 공정위의 정상적인 조사, 처분 및 사후감시절차를 잠탈하고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삼성과 이면합의한 내용이 공개되었음에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퀄컴이 작성한 보고서에 의하면 5G의 경제력 파급력은 2035년에 12.3조 달러(한화로 약 1경4000조 원)이다. CDMA, 3G, 4G에 이어 대한민국이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퀄컴의 불공정한 '특허 갑질'이 계속되는 한 '세계 최초'이니 'IT 강국'이니 하는 타이틀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고, 공정위의 퀄컴에 대한 조사와 판결은 1조300억 원이란 허울에 덧씌워져 퀄컴의 횡포를 더 키워준 셈이다.

퀄컴 소송은 현재 2심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피해자 중 하나인 삼성이 법정에서 올바른 증언을 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퀄컴에게 유리한 판결이 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퀄컴의 불공정한 행위는 계속될 것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 소비자들이 안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공정위는 2016년 역사적인 결정이 삼성과 퀄컴의 야합에 빛이 바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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