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이라크 언론정책도 붕괴되는가. 미국 자본으로 세워진 알-이라키야 방송과 함께 미국의 선전도구로써 '입' 노릇을 해왔던 한 이라크 신문사 편집진과 기자들이 미국의 검열과 간섭에 항의하며 총사표를 제출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이들 방송사와 신문사를 통해 이라크인들의 반미정서를 누그러뜨리고 아랍세계에 미국의 사상을 퍼뜨리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왔으나 그 내부에서부터 미국의 의도가 실패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美 지원 이라크신문사 편집진, "지난 몇달은 악몽이었다"**
AP 통신에 따르면, 미국이 자금을 대고 있는 알-사바 이라크 신문 편집장이 3일(현지시간) 미국의 간섭에 항의해 신문사내 거의 모든 직원들과 함께 사표를 제출했다.
알-사바 신문 편집장인 이스마일 자예르는 이날 신문 1면에 실린 사설란에 "내 자신과 직원들은 여러 달 동안 당해왔던 악몽이 끝난 데 대해 축하하고 있다"며 "우리는 독립을 원했으나 그들(미국인)은 거부했다"고 사표 제출 이유를 밝혔다.
자예르 편집장은 "우리는 알-사바 창간 당시 이라크에 자유 언론을 만들 계획을 품고 있었다"며 "하지만 그들은 우리를 통제하려 하고 있고 우리는 질식당할 정도로 억압당하고 있다"며 미국의 언론통제에 강한 반감을 표출했다.
그는 향후 계획과 관련, "나와 함께 나온 전 직원들과 함께 알-사바 알-제디드('새로운 아침' 이라는 뜻)를 새로 창간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4일 처음 발행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美, 이라크 점령 불만 내용 담은 광고조차 게재 금지**
자예르 편집장 주장에 따르면, 미 정부는 기사와 관련해 편집장과 기자들 사이의 대화조차 가로막으려 하는 등 사사건건 신문제작에 깊숙이 간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신문은 이라크내에서 일고 있는 거센 반미의 목소리를 거의 싣지 못하고, 미군정의 앵무새 노릇만 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일부 광고의 게재 문제까지 통제한 것으로 밝혀졌다. 알-사바 신문사의 모회사로서 미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해리스사가 게재를 막으려 했던 광고 내용은 '이라크공화국그룹'이라는 정치 조직이 연합군의 이라크 점령에 불만을 제기하며 이라크 엘리트들의 결집을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자예르 편집장에 따르면 해리스측은 이 광고가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광고 게재에 반대했다고 한다.
이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이라크 정황으로 인해 단순한 광고 문구까지 일일이 검열할 정도로 미군의 신경이 날카로와져 있음을 반증해주는 증거다.
*** 美정부 9천6백만달러 들여 친미언론 운영중**
알-사바 신문은 지난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축출되자마자 미 국방부의 자금 지원을 통해서 미 행정부 관리들에 의해 창간됐던 신문이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7월 처음 발행된 당시부터 이라크인들은 이 신문을 미국 자본이 투자한 방송국인 알-이라키야 방송과 함께 미국 주도 연합군의 '선전도구'로 인식해 왔다.
이에 자예르 편집장은 알-사바 신문사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알-사바 신문사와 함께 알-이라키야 방송사 및 많은 라디오 방송사를 소유하고 있는 미디어 그룹 모회사인 '이라크 미디어 네트워크'에서 알-사바 신문사를 분리시키려 수차례 시도했으나 그때마다 번번이 실패했었다.
'이라크 미디어 네트워크'는 미국 플로리다에 기반을 두고 있는 통신회사인 해리스사에 의해 운영되고 있고, 이 해리스사는 지난 1월 미 국방부가 9천6백만달러를 지원해 운영돼 왔다.
자예르 편집장의 사표 제출 소식에 해리스사의 톰 하우스만은 "우리는 자예르에게 알-사바 신문사는 IMN의 자회사로 남아있게 될 것이라고 통보했다"며 "이 결정으로 그는 이미 정리됐다"고 밝혔다. 하우스만은 "알-사바는 새로운 직원들을 채용해 계속해서 신문을 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예르 편집장을 위시한 구성원들의 대거 이탈로 과연 제대로 신문을 발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군의 이라크 통제가 곳곳에서 붕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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