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주지' 발언이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는 안상수 원내대표가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지방에 내려간 지 하루만인 25일, 당무에 복귀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사퇴설을 일축한 행보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봉은사 외압 논란과 관련한 발언은 하지 않았으나 한나라당은 이번 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구식 "식사 자리에서 가볍게 툭툭…"?
안 원내대표는 24일 "누님 병문안"을 이유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불참했다. 앞서 23일에는 임시회 기간 중임에도 화요일마다 관행적으로 열었던 원내대책회의를 아예 열지 않기도 했다.
안 원내대표는 25일 오전 회의에서도 '봉은사 직영 전환 외압 의혹', '좌파 주지 발언 의혹' 등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종교 정책을 다루는 한나라당 제6정책조정위원장인 최구식 의원이 아리송한 해명을 했다.
최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강성옥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안 원내대표의 "좌파 주지" 발언에 대해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과거 절대 군주시절에도 없는 데서는 나라님 욕도 한다고 했다"며 옹호했다.
최 의원은 "식사하는 자리에서 사안들에 대해서 그냥 생각하는 바를 가볍게 툭툭 말씀하신 것이, 기자회견을 하는 것과 의미가 같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발언의 의미를 축소했다.
이는 '식사 중에 가볍게 나눈 말'이라는 의미이지만, 당시 안 원내대표와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 사이에 오간 발언 중에 '좌파 주지' 등 거친 표현들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최 의원은 "그 말이 전해진 것도 이해가 있는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4개월 뒤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명진 스님의 주장을 종교계 내부 문제로 돌렸다.
당 내에선 안상수 원내대표가 물의를 일으킨데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다. 친박계 한 의원은 "불교계를 자극해 무슨 이득이 있는지 모르겠다. 지방 선거에 악영향을 끼칠까 걱정된다"며 "책임까지는 아니어도 뭔가 수습은 해야 하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당무복귀 안상수 '좌파 집회 제약법안' 처리 당부
이런 가운데 안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야간 옥외집회 금지를 골자로 하는 집시법 개정안 처리를 주문했다. 안 원내대표 방식으로 따지자면 일종의 '좌파 집회 제약법'인 셈이다.
그는 "올해는 G20 정상회의를 유치하는 해이고 어느 때보다 안전에 신경써야 한다"며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야간 옥외 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개정안의 4월 국회 처리를 주문했다.
안 원내대표는 "집시법 개정안을 6월 30일까지 통과시키지 않으면 10조는 자동 폐기된다"며 "4월 임시국회에서 집시법 개정안 통과시키지 못하고 실기하면 1년 365일 밤낮 집회가 가능한 입법 공백, 치안 공백 상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원내대표는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75.1%가 일정시간대의 야간집회 금지해야 한다고 했고 절대 불허 응답도 23%나 된다"며 "장소 불문하고 24시간 집회 시위 넘쳐난다면 경찰력의 많은 부분이 야간 집회 시위에 투입되어야 하고 민생치안에 구멍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집시법 10조는 야간 옥외 금지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야간 집회 금지" 대신 "심야 집회 금지"라는 명목을 내세우고 '일몰 후' 조항을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로 대체한 법안을 내놓아, 야당으로부터 "촛불 탄압법", "MB악법"이라는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어 정부가 전날 세종시 법안을 제출한 것과 관련해 "중진협의체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안의 처리 방향을 논의하고 당의 입장과 방침을 정해 나갈 것"이라며 "법안이 국회로 넘어온 이상 세종시 문제는 국회가 입법 절차에 따라 합리적 토론을 통해 책임지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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