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전쟁'에서 '더러운 전쟁'으로"
미군과 영국군의 이라크 포로 성고문과 학대행위가 폭로되면서 내려진 이라크전에 대한 새로운 정의다. 이같은 국제여론의 분노를 진정시키기 위해 지금 부시정권은 '책임 축소'에 전념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고문행위를 미군 최고지휘부가 알면서도 묵인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부시정권은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
더욱이 아직까지 부시정권은 이라크포로들과 이라크국민에 대해 단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부시 도덕성'의 적나라한 현주소다.
***미군 고위장교 6명, 강제전역 징계서한 받아**
3일(현지시간) AFP, AP 통신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연합군 관리는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 성고문 및 학대와 관련, "미군 고위장교 6명에게 최고 수준의 징계조치 서한이 발부됐다"고 밝혔다.
이들 고위 장교들이 받은 징계 수위는 군부가 한 단계 더 추가 행동을 결정할 경우 진급이 불가능해지고 강제 전역 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이 서한은 이라크인 포로 고문 및 학대와 관련해 3건의 조사 가운데 한 건이 진행된 지난 달 발부됐다.
이들 6명 이외에도 다른 한명의 고위 장교는 이보다는 한 단계 낮은 수준의 징계 서한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당시 교도소 총 책임을 맡고 있던 재니스 카핀스키 준장도 징계서한을 받았지만 어느 수준의 징계 서한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소식통은 밝히기를 거부했다.
이밖에 이미 알려진 대로 교도소 관리 임무를 맡던 중 이라크포로 성고문-학대 행위를 하며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던 일반 남녀 미군 6명은 '전쟁범죄' 위반 혐의로 고발된 상태이고, 다른 4명에 대한 조사가 별도로 진행중이다.
***교도소 책임자 "연루 미군 더 많아”“산체스 사령관도 책임져야"**
하지만 사건에 연루된 미군수자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다는 주장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교도소를 감독하는 임무를 맡았던 한 미군 관리는 “보다 많은 병력이 이번 사건에 연루돼 있다”고 밝혔다.
교도소 총책임자였던 카딘스키 준장도 3일 ABC 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 프로그램에 출연해 “훨씬 더 많은 미군이 이번 사건에 연루돼 있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가 증거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사진속의 군화 숫자. CBS 방송이 내보낸 사진 중 한 장에는 32개의 부츠가 있는데 이는 바로 더 많은 미군이 연루돼 있다는 증거라는 주장이다.
카딘스키 준장은 이밖에도 “이번 학대 사건의 책임은 리카도 산체스 이라크 주둔 미군 최고 사령관도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 책임 논란은 미군 수뇌부로까지 파급되고 있다.
***“브레머 미군 최고행정관, 지난해 11월 이미 사건 인지”**
이같은 와중에 폴 브레머 이라크 주둔 미군 최고 행정관이 지난해 11월 이미 미군의 이라크인 학대 사실을 인지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미군의 '팔루자 학살'에 항의하며 사임한 압델 바세트 터키 이라크 전 인권부 장관이 제기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그는 3일 “지난해 11월 이미 나는 브레머 행정관에게 일반적으로 행해지고 있으며 특히 감옥에서 심한 인권 침해 폭력에 대해 말했지만, 그는 듣기만 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며 “처음 만남에서 나는 교도소 방문을 요구했지만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나는 그에게 그러한 소식을 전했지만 그는 내가 준 정보에 대해 신경쓰지 않았다”며 “내가 말한 이들 죄수들은 미군 기지내에서 몇시간 동안이고 기도나 목욕도 못하고 태양볕 아래에 방치돼 있었으며 이틀동안이나 의자에 앉아 있으며 발길질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미 정부, 뒤늦게 조사 착수**
이처럼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당황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3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에게 “포로 학대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에게 강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미 육군은 미군 정보장교들과 민간계약자들이 조사를 받고있는 이라크인들에 대한 학대를 조장하거나 부추겼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CIA도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CIA 감찰관은 국방부와 공조해, 아브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발생한 이라크인 포로 의문사를 포함해 이라크에서의 학대 의혹을 조사중이다.
하지만 CIA 요원도 이번 학대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퍼져 있는 가운데 과연 CIA가 제대로 문제를 파헤칠지에 대해 회의적 시선이 만만치 않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독자적 조사기구 구성을 요구하고 있으나, 미국은 못들은 척 하고 있다.
***부시 정권 도덕성 및 ‘테러전쟁’ 명분 치명타**
이처럼 부시정권은 '책임 축소'를 시도하고 있으나, 그의 의도가 먹힐 가능성은 전무해 보인다.
AP ,로이터 통신 등은 “이번 학대 사건으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축출한 명분과 ‘테러와의 전쟁’의 도덕적 우월성이 심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콧 멕클랠런 미 백악관 대변인은 3일 “후세인은 고문 행태를 북돋우고 용인했지만 미국은 그렇지는 않다”며 항변했지만 국제사회의 냉소를 자초할 뿐이었다.
국제전략연구소의 중동안보문제 전문가인 안토니 코데스먼은 “이번 사건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기존의 다른 모든 부정적인 이미지를 굳히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며 “아랍과 이슬람에 대한 부주의한 미국의 언행은 이라크를 안정시키는 데 아무 도움이 안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번 사건으로 보다 많은 아랍인들의 눈에 미군과 연합군은 ‘합법적인 적군'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국가 안보보좌관이었던 앤서니 레이크도 “테러와의 전쟁에서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는 이슬람 동맹국과의 관계가 이번 학대 사진으로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러운 전쟁'의 필연적 귀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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