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I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일본이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철회가 없을 경우 예정대로 협정을 종료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19일 오후 MBC 사옥에서 진행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 행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마지막 순간까지 지소미아 종료를 피할 수 있다면 일본과 함께 노력을 해 나가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지소미아 종료 시점은 오는 23일 0시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모순된 태도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게 근본적 배경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데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일본 안보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일본 안보에 있어 한국은 방파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며 "(일본은) 미국으로부터도 안보 우산을 제공받고 있다"고 했다. "일본은 미국의 안보 우산, 우리의 방파제 역할에 의해 방위비용을 적게 들이면서도 자기들 안보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일본은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국방비 지출이 1%가 안 되는 반면, 우리는 2.5~2.6%다"며 "그런데 일본이 수출 통제를 하면서 그 이유를 한국을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게 안보상 신뢰를 못 한다면서 군사정보는 교환하자는 것은 모순"이라며 "(일본이 제기하는) 의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고, 설령 그런 의구심이 있었다면 수출물자 통제를 좀 더 강화하는 조치를 취해달라든지, 수출 물자가 실제 어떻게 사용되는지 내역을 알고 싶다든지, 또는 한일 간 소통을 강화하자든지 (사전에 소통을 했어야 하는데) 아무런 사전 요구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수출 통제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것은 "당연히 취할 도리를 한 것"이라는 게 문 대통령의 주장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우리는 안보에서 한미 동맹이 핵심이지만, 한미일 안보협력도 매우 중요하다. 최대한 일본과도 안보상 협력하고자 한다"며 "지소미아가 종료되더라도 일본과 안보상 협력은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일본이 지소미아 종료를 원치 않는다면, 수출 통제 조치와 함께 해결될 수 있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편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와 관련해 "불과 2년 전인 2017년 전의 상황과 지금 상황을 비교해 보라"며 장기적 시각으로 바라봐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북한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이후부터 빠르게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됐기 때문에 근래의 상황이 교착상태로 느껴지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이라며 "크게 보면 70년 간의 대결과 적대를 대화와 외교를 통해 평화로 바꿔내는 일이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고 우여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물론 아직까지 대화가 많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언제 평화가 무너지고 과거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면서 "반드시 현재의 대화 국면을 성공시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관계 교착이 북미 협상에 종속된 현실도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만 생각하면 훨씬 더 속도를 낼 수 있다. 뛰어갈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야 하고, 특히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 협상의 성공을 위해 동맹인 미국과 보조를 맞춰 나가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북미가 모두 공언한대로 연내에 실무회담을 거쳐서 북미 정상회담을 하려는 시도와 노력들이 행해지고 있다"며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반드시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그러면 남북관계에도 훨씬 더 여지가 생겨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 중단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에 대해선 "이 준비의 기간만 잘 넘긴다면 그 뒤에는 빠르게 복구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남북 간, 북미 간에 계속해 협의를 해나가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나름의 준비를 해 나가고 있다"고 다독였다.
문 대통령은 한편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제기된 모병제 전환 문제에 대해선 "우리 사회가 언젠가는 가야 될 길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아직은 현실적으로 모병제를 실시할만한 형편은 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설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부사관 같은 직업 군인들을 늘려나가고 사병들 급여도 높이고 늘어나는 재정을 감당할 수 있게끔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병력 중심이 아니라 첨단과학적 장비 중심 군대로 전환해 병력 수를 줄이고 나아가 남북관계가 발전해 평화가 정착된다면 군축을 이루는 조건들을 갖춰나가며 모병제를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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