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에 이어 영국군에서도 야만적인 방법으로 이라크인 학대가 자행돼 충격을 던져주고 있는 가운데 영국군의 이라크인 학대 사진은 이번에 공개된 영국 일간 <데일리 미러>의 4장의 사진 이외에도, 이라크 포로와 일반주민들에게 가혹한 폭력과 고문을 행한 장면을 담은 수백 장이 더 있다는 보도가 나와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사진 조작설' 등을 흘리며 파문 축소를 도모해온 영국 정부의 도덕성에 또한차례 치유불능의 타격을 가했기 때문이다.
***"영국군에 의해 자행된 이라크인 학대 사진 수백장 더 있어"**
'클린턴-르윈스키 스캔들'을 최초로 폭로한 언론으로 유명한 미국의 인터넷언론 <드러지 리포트>는 2일(현지시간) "영국군에 의해 자행된 이라크 민간인들에 대한 학대 사진이 수백장 더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라크 남부에 주둔중인 영국군 가운데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랭커셔 연대 소속 영국군 병사들은 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영국군들 사이에서는 사진을 주고받으며 돌려봤다"고 충격적 증언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병사도 "아마도 장교들은 무엇이 진행되고 있는지 모를지도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 일"이라며 "나는 정말 말 그대로 수백장의 사진을 봤었다"고 증언했다. 또다른 영국군들은 "많은 사진들이 지난해 9월 이라크를 떠날 때 짐 수색 과정에서 발견돼 폐기됐다"고 주장했다.
<드러지 리포트>는 이와 관련, "이번 사진을 최초로 폭로했던 영국의 <데일리 미러>가 조만간 야만적인 다른 사진들도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사진들 중에는 영국군들이 곤봉으로 포로들을 가격해 팔에 뿌려트리는 복합 골절상을 입힌 장면을 포함해, 지역 주민들에게 가한 야만적인 사건들을 담은 사진들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공개시 파문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사건 조작설' 흘리던 블레어정권 '흔들'**
특히 이같은 영국군의 주장은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의 주장과 정면으로 상반되는 것이어서 블레어 정권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이라크 포로 얼굴에 오줌을 싸고, 포로 사타구니를 총으로 가격하는 것과 같은 <데일리 미러>의 충격적 사진 공개 직후 블레어 총리는 "이러한 잘못은 예외적인 것이고 일부 병사들에 한정돼 있는 일"이라고 애써 파문을 수습하려 했다.
또한 진상조사에 착수한 영국군 조사기관 등은 "사진이 합성된 것일수도 있다"는 '사진 조작설'을 흘리며 이번 사건을 희석시키려 하기도 했다.
한 예로 영국군 경찰은 2일 "바스라 주둔 영국군 병사들이 고문을 자행한 모습을 담은 사진의 진위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3일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영국군 관계자들은 "이들 사진들은 한 병사에 의해 찍혀졌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다른 군 관계자도 "이 사진에 나온 총은 SA80 Mk1이나 이 총은 이라크 주둔 영국군에는 지급이 되지 않았으며 사진에 나온 베레모나 헬멧도 실제 지급된 것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보수당 국방관련 대변인인 니콜라스 소마스도 "사람들은 미러의 사진 공개 결정에 대해 의문을 가져야만 한다"며 "이 사진들의 진위 여부에 대해 의문이 있다"며 의혹 제기에 동참했었다.
영국 국방부 대변인도 이와 관련, 다른 사진의 존재 여부와 사진을 교환하며 봤다는 주장에 대해 "아는 바 없다"며 부인하고 나섰다. 대변인은 "만일 사람들이 그러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 그들은 그것을 군 당국에 보고해야 할 것"이라며 "그렇게 돌려보는 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데일리 미러>, "사진은 모두 틀림없이 진본"**
그러나 영국군 조사기관이 사진 조작설을 흘리자, 사진을 단독입수한 <데일리 미러>와 영국군 병사들이 조작 가능성을 강하게 일축했다.
사진을 공개한 <데일리 미러>의 피어스 모간 편집자는 3일(현지시간)"이 사진은 틀림없이 진본"이라고 강조하며 사진 입수 경위를 소상히 밝혔다.
<데일리 미러>는 "이 사진들을 랭커셔 연대 소속 병사 두 명에게서 받았다"고 사진 입수 경위를 밝히고 "고문을 당한 포로는 8시간의 조사시간 동안 구타를 당해 이빨이 부러지고 턱이 깨졌다"는 보도 내용을 재차 확인했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데일리 미러>에 사진을 제공한 병사들은 이라크인들에 대한 다른 야만적인 행위에 대해서도 <데일리 미러>에 밝혔으며 "학대 모습을 담은 수백장의 사진이 있고 이라크 주둔 영국군 사이에서 이들 사진들을 돌려 보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들 병사들은 또 <데일리 미러>에 대해 "우리 얘기 가운데는 단 한자도 틀리지 않았다"며 "이는 발생했고 장난이 아니며 군은 더 많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재차 자신들의 증언을 뒷받침했다.
***앰네스티 "영국군 고문으로 이라크 포로 4명 사망"**
하지만 이러한 의혹 제기에 영국군 병사들과 데일리 미러가 직접적으로 진본이라고 조작 가능성을 부인하고 나서자, 이라크인 학대 문제는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에서도 커다란 파문을 일의키고 있다.
또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엠네스티는 지난해 영국군 조사과정에서 이라크인 4명이 숨졌다고 공개했으며, 이라크인들이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고문 실상을 공개했다.
또 영국군 병사들에 의해 숨진 것으로 전해진 18명 이라크인들의 유가족들은 변호사를 고용해 보상과 독립적인 조사를 거부한 영국 국방부를 고등법원에 고소했다.
국제전문가들은 이번 이라크 고문 사건이 '팔루자 학살'에 이어 미-영군에게 치명적 타격을 가하는 사건으로, 앞으로 이라크 정황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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