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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1천만 시대 연 '통큰 승부사' 강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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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1천만 시대 연 '통큰 승부사' 강우석

[새책] 93년이래 강우석 감독의 승부사적 행보 분석

충무로 성인 영화 1편에 1천만명이 넘는 관객이 몰려든다. '실미도'가 그 물꼬를 트니까 역시 같은 충무로 출신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실미도'의 간판도 내리기 전에 더 빠른 속도로 1천만명 기록을 갱신했다. 올 들어 4월까지 우리 영화의 스크린 점유율이 70%에 달하고, 미국의 <뉴스위크>가 한국영화 붐을 특집으로 다룰 정도로 충무로의 열기는 대단하다.

***관객1천만명 시대 한국영화산업의 견인차**

이처럼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적으로 뜨거운 시점에 '충무로 실세'로 불리는 강우석 감독 평전이 나와 눈길을 끈다.

<승부사 강우석>(오동진 지음.랜덤하우스 간)은 한 인물에 대한 '용비어천가'가 아닌 '한국영화산업에 관한 리포트'로서 강우석 감독을 통해 한국영화산업의 오늘을 들여다보게 하는 안내자로서의 미덕을 갖추었다는 데 강점이 있다.

저자 오동진은 문화일보와 연합통신,YTN 등의 영화전문기자와 <필름 2.0> 취재부장 등을 거친 국내의 내로라 하는 영화전문가로, 지난 10여년간 강우석 감독을 지근거리에서 관찰하면서 한국영화산업 전반의 안팎을 꿰뚫은 안목으로 그와 영화산업을 해부해 놓았다.

저자는 "한국 영화의 괄목할 만한 발전과 변화가 시작된 93년은 강우석이 자신의 영화사 강우석 프로덕션을 설립한 것과 무관치 않다"고 전제한다. 이 전제에 따르면 93년부터 2003년까지 10년 동안 한국 현대 영화사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고 그 중심에 강우석 감독이 있다는 것이다.

***강우석의 치밀한 계산, <취화선> 50억원 제작비 풀베팅 일화**

저자에 따르면 강우석은 단순히 감독에 그치지 않고 한국 영화판에서 자본을 축적하고 변화가 빠른 시장에서 벤처식 투자에 능한 최초의 제작자이다. 이런 자질로 인해 한국 영화산업을 이끈 견인차가 된다는 것이다.

그 극적인 일화로 저자는 2001년 <취화선> 제작 배경을 소개했다. 이태원.임권택.정일성 세 '노친네'가 칸 영화제를 목표로 <취화선>를 만들기로 했으나 제작비 50억원 조달에 애를 먹을 때였다.

당시 '영화계의 대부'로 불리던 곽정환과 강우석은 부자관계라고 할만큼 돈독한 관계여서, 곽정환과 경쟁관계에 있던 이태원은 강우석과 서먹서먹한 사이였다.

그러나 강우석이 이태원에 연락해 충무로 입구에 있는 시네마서비스 강우석의 집무실에서 만나 제작비의 절반이 25억원을 얻는 데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강우석은 서류심사도 없이 즉석에서 직원을 불러 이태원 사장의 계좌에 송금해버렸다.

더 놀라운 것은 <취화선> 오픈 세트 공개 기자간담회가 열린 날 강우석은 이태원에게 "아무래도 안되겠습니다. 제작비 반을 투자하는 거 말예요"라고 말해 이태원 사장을 긴장시켰다. 투자결정을 철회하겠다는 것일까 우려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반대로 강우석은 50억원을 다 하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저자는 이같은 강우석의 결정이 결코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당시로서는 국내 시장에서 도저히 건질 수 없는 규모의 제작비이지만 칸에서 <취화선>이 감독상 또는 대상을 타낸다면 해외시장에서 제작비의 많은 부분을 보전할 수 있을 것이며, 최소한 그동안 자신의 대척점에서 서있었던 이태원.임권택 같은 원로급 제작자와 감독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최대 기회라는 등 '남은 장사'라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후 영화계에서는 이태원과 강우석의 밀월관계가 시작됐으며 독점주의자, 돈 되는 영화만을 찍는 황금만능주의자 등등 그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평가가 조금씩 탈색되기 시작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어 저자는 1백3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실미도>의 탄생 과정을 집중 조명한다. 흥미로운 것은 저자는 돈 문제 이전에 '마피아' 같은 '강우석 사단'의 결속력을 언급한다.

그는 '마피아는 적에게는 잔혹하고 냉정하지만 같은 식구에게는 한없이 자상하다'고 정의하면서 강우석 패밀리의 결속력을 보여주는 2002년 7월 사건을 들려준다.

당시 국내 메이저 영화사들이 영화기자에게 뿌린 촌지 문제가 사건화되었을 때다. 검찰이 CJ엔터테인먼트와 시네마서비스를 집중 수사해 사실상 시네마 서비스의 오너인 강우석 감독이 검찰에 소환되자 그의 패밀리로 분류되는 영화사 사장들이 자진해서 검찰을 찾아왔다.

'태원엔터테인먼크 정태원 대표, 좋은영화사의 김미희 대표, 감독의집 김상진 감독 등은 검찰에서 "기자들에게 돈을 준 것은 강우석 감독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이다. 우리들이 나눠서 돈을 줬다"고 진술한 것이다.

***흥행공식에 충실한 강우석의 승부수 <실미도>**

저자는 <실미도>에 대해 "강우석이 선택할 만한 작품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시네 2000>의 이춘연 사장은 "<실미도>야말로 가장 강우석다운 작품"이라고 말한다. 강우석 감독은 '본원적 자본'을 축적해준 <투갑스 1, 2>에 가장 애정을 보이지만 '강우석다운' 작품은 <실미도>라는 것이다.

요컨대 <실미도>야말로 '승부사' 강우석의 기질을 유감없이 보여준 작품이라는 것이다. 강우석은 '통으로 먹기 위해서는 통으로 질러야 한다'는 사업지론을 갖고 있으며 흥행을 위한 공식을 충실하게 따른 작품이 <실미도>라는 것이다.

그는 작품에도 공을 들였지만 1백30억원의 제작비를 거둬들이기 위해서는 배급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을 알았다. 개봉 날짜를 크리스마스 휴일 전날로 잡은 것도 강우석의 치밀한 계산이었다. 일주전에 <반지의 제왕3> 때문에 다른 영화들은 정면 승부를 피할 때 강우석은 정면승부를 택했다.

그러나 실상은 단일개봉관 시대가 아닌 복합영화관 시대에는 관객이 몰릴 때 파이가 커진다는 것을 노린 강우석의 승부수였다. <반지의 제왕3>가 잘될수록 <실미도>에 관객이 몰렸고, 그 반대현상도 성립한 것이다.

한국영화산업의 현주소를 강우석이라는 프리즘으로 조명한 저자는 "당분간은 한국 영화계의 파워1인자의 역할을 계속 할 것"이라고 예견하면서 한국영화계의 발전이 거듭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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