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직으로 복귀를 선언한 24일 시민단체들은 한목소리로 비난을 쏟아냈다. 이들은 이 전 회장의 복귀가 삼성의 지배구조를 더욱 악화시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2년전 경영쇄신안, 대국민 사기극 됐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이 전 회장의 전격적인 복귀를 통해 전 국민을 우롱한 삼성그룹 지배구조상의 문제를 재확인했다"며 "삼성공화국 문제가 삼성그룹은 물론 국민경제에 초래할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 사회 전체가 비장한 각오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토요타 사태가 보여주듯 급변하는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리더십의 필요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이 전 회장의 복귀를 이끌어낸 삼성그룹 지배구조상의 문제는 토요타 사태와 같은 불행한 상황을 예방하기보단 증폭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로 '외부와의 소통 부재'와 '폐쇄적 의사결정구조'를 들면서 "이러한 문제는 삼성의 의사결정이 잘못되었을 때 그것을 조기에 포착하고 수정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또한 이 전 회장이 '삼성 특검' 결과 발표 직후 내놓은 경영쇄신안의 이행상황을 대부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무직을 사임하고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기로 했던 이 전 회장의 장남 이재용 씨는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 부사장으로 복귀했다. 또한 이 전 회장의 복귀로 신설되는 삼성전자 회장실 역시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겠다던 쇄신안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전략기획실의 핵심 인사였던 이학수 전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역시 여전히 활동 중이다.
경제개혁연대는 "2년 전의 경영쇄신안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었다는 것은 그것이 형사재판에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대국민 사기극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삼성은 우리 국민 모두를 우롱했고, 사법부와 정부를 농락했다"고 비판했다.
"삼성, 스스로 개혁이 불가능한 집단임을 재확인"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는 논평에서 "이 전 회장의 경영복귀는 '지난날의 허물은 모두 떠안고 가겠다'던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것"이라며 "자타가 공인하는 글로벌기업 삼성이 스스로는 개혁이 불가능한 집단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혹평했다.
참여연대는 "이는 결국 이 전 회장의 회장직 사퇴와 대국민 약속,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특혜성 사면 모두가 경영일선 복귀를 위한 치밀한 시나리오에 다름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킨 것"이라며 "(이 전 회장의 복귀가) '전략기획실'이라는 비정상적 기업지배체제의 부활 또는 전략기획실 출신 인사들의 대거 복귀를 통한 구체제의 회귀로 이어질 것을 심각히 우려하고 경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19일 삼성전자의 사외인사로 선임된 이인호 신한은행 고문에 대해서도 "신한금융지주회사는 김용철 변호사의 차명계좌를 불법적으로 개설해준 신한금융투자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며 경영쇄신안 발표 당시 '삼성과 직무상으로 연관이 있는 사외이사를 선임하지 않겠다'던 약속을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날 성명에서 "이제 다시 총수일가 체제로의 복귀를 공언한 삼성그룹이 이건희 총수 중심의 전근대적인 황제경영체제로 돌아가리라는 것이 명확해졌다"며 "그동안 전혀 반성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국민들에게 '정신을 차려야 한다'라고 당당히 훈계해왔던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는 환영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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