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4분기(1~3월)에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가 몇몇 극소수 개도국을 제외하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다가 정부는 4.15 총선때문에 인상시기를 뒤로 늦추었던 각종 공공요금을 비롯해 담배값 등을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인상한다는 방침이며 국제유가 등 국제원자재 값의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어, 물가불안은 한층 심각해질 전망이다.
아직도 내수경기 침체로 고통받고 있는 일반 다수국민과 중소기업의 어깨에 '고(高)물가'까지 가세하는 어려운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구조적 내수침체로 경쟁국들과 비교할 때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저성장-고물가'라는 스태크플레이션의 늪에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기도 하다.
***한줌 개도국 제외하곤 한국물가상승률 '세계 No.1'**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3.4%, 2월 3.3%, 3월 3.1%로 1.4분기 평균 3.3%에 이르러 한은이 파악하고 있는 27개국 가운데 필리핀,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개도국 세 나라를 제외하고는 전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나라별로는 최근 금리인상을 검토할 정도로 확연한 고성장 국면에 접어든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 기간에 1.8%에 그쳤고, 1.4분기에 9%대 고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중국도 2.8%에 불과했다.
지난해 4.4분기부터 빠른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은 도리어 1월중 소비자물가가 작년 동기보다 0.3% 떨어졌고 2월에는 변동이 없어 오히려 지나치게 낮은 물가수준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쟁상대국인 대만도 1.4분기에 소비자물가가 0.5%가 오르는 데 머물렀고, 7%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태국과 싱가포르(1-2월)도 각각 1.9%, 1.4%가 상승하는 데 그쳤다. 아르헨티나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우리나라보다 0.9%포인트나 낮은 2.4%였다.
유럽지역의 1.4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핀란드 0.3%, 스웨덴 0.6%, 덴마크 0.7%, 독일 1.0%, 영국 1.3%, 프랑스 2.0%, 포르투갈 2.2%, 네덜란드 1.3%, 오스트리아 1.5%, 룩셈부르크 2.2%, 스페인.이탈리아 각 2.3%, 그리스 2.8% 등이었다. 유럽연합(EU) 15개국의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7%로 작년 같은 기간의 2.2%에 비해 0.5%포인트가 낮았다.
반면 27개국 가운데 우리나라보다 물가상승률이 높았던 나라는 개도국인 필리핀, 인도네시아, 브라질 세 나라뿐으로, 필리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였고 인도네시아와 브라질은 각각 4.8%, 6.8%였다.
***하반기도 불안, '구조적 접근' 필요**
문제는 향후 물가전망도 불안하다는 데 있다.
국내물가에 큰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가 만성적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산유국들의 고유가정책으로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데다가, 각종 국제원자재값도 '블랙홀' 격인 중국이 연착륙 정책에 실패하면서 상반기에 9%대 고성장을 계속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4.15총선을 의식해 인상요인이 발생한 각종 공공요금 인상시기를 하반기로 늦췄던 정부가 곧 요금인상에 나설 기세며, 여기에다가 담배값 인상 등 각종 요금도 인상을 대기하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다가 저금리정책에 의한 단기성 부동자금이 계속 부동산 틈새시장을 찾아 투기를 벌이면서, 부동산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도 물가불안의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높은 물가인상의 주된 원인을 유가 등 해외변수에서 찾고 있으나, 이 또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높은 일본 등의 물가인상률이 낮다는 점에서 보면 설득력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일본 등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높은 경쟁국들의 경우 70년대 1차 오일쇼크이래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꾸준히 해온 반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우 지난 20년간의 '저유가 시대'에 안주해 이같은 노력을 방치한 결과 유가급등시 일본 등에 비해 3~4배의 쇼크를 받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요컨대 우리나라의 고물가 구조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적 접근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경제는 '저성장-고물가'라는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져들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어 경제주체들의 각고의 노력이 요구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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