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투자 경험이 전혀 없는 노인들에게도 원금 보장이 된 것처럼 고위험 금융상품을 속여서 판 일부 은행들의 행태로 사회적 비판이 거세자, 금융당국이 고위험 금융상품의 은행 판매를 제한하고, 은행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14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공동으로 발표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은행이 원금손실 가능성이 큰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하기 전에 행장(대표이사)의 확인을 거쳐야 한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이란 파생상품이 포함돼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최대 원금손실 가능성이 일정 수준(20~30%) 이상인 상품이다.
특히 은행과 보험사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중에서도 위험상품인 사모펀드와 신탁상품을 아예 팔지 못하도록 했다.
고위험 상품 판매에 따른 경영진 책임을 묻는 실질적인 장치도 보완했다. 현행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에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할 의무가 명시됐다. 하지만 정작 그 내부통제를 위반하거나 제대로 준수하지 못했을 경우 경영진에 책임을 물을 근거는 없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최고경영자(CEO), 준법감시인, 위험관리책임자가 내부통제기준 준수 여부를 의무적으로 점검하도록 규정해, 만약 이 의무를 소홀히 해 금융소비자에 피해가 발생하면 임원을 제재(해임요구~주의)할 수 있는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다만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순조롭게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법 개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내부통제기준부터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투자협회 규정에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영업행위준칙'을 추가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설계하고 판매하는 전 과정에 적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준칙에는 은행 같은 판매사가 특정 고난도 투자상품를 판매할 지 결정하기 전에 대표이사(행장 등)의 확인과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시키도록 했다.
당국은 원금 대부분의 손실을 가져와 파문을 일으킨 DLF(파생결합상품) 사태를 계기로 은행 등 판매사가 지켜야할 규정도 강화하기로 했다.
방안에 따르면, 은행 등 판매사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팔 때 공‧사모 구분 없이 의무적으로 녹취해야 하고 투자자에게 숙려기간을 부여해야 한다. 또 투자위험 내용을 충실히 기재한 핵심설명서 교부를 의무화했다. 만약 일반투자자가 파생상품 특성‧위험 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에 위험경고문도 포함해야 한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판매인력은 파생상품투자 권유자문인력 요건을 갖춘 자로 제한된다.
이들 대책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금융투자협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제도개선 종합방안을 토대로 각 계의 의렴수렴 기간을 약 2주 거쳐 최종방안을 확정하고 차질없게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하라"
금융당국이 은행의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에 규제를 강화하고 나서자, 은행들은 비이자 수익에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DLF 사태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 일부 은행에서 일으킨 문제이고 대부분의 은행들은 내부통제가 작동해 판매 자체를 하지 않은 상품인데, 모든 은행들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에 상당한 제한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사의 불완전판매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장치가 미흡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에는 설명의무 및 부당권유행위 금지원칙 등을 위반할 경우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금융소비자 시민단체들은 소비자를 기만한 금융사기에 대해 금융회사가 파산에까지 이를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DLF사태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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