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식 설득법을 배우라"?
우여곡절 끝에 의회에서는 통했다. 하지만 절반 이상의 미국인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문제에 대한 처리 방식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근 1세기에 걸친 건보 개혁사(史)에 한 획을 그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제 여론 설득이라는 진짜 과제에 직면했다. 그는 25일 대선후보 자격으로 건보개혁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아이오와주 방문을 시작으로 홍보 활동에 나선다.
"건보 문제 처리방식, 지지 못 해" 58%
<CNN> 방송이 오피니언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해 23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가운데 58%가 오바마 대통령의 건보 문제 처리 방식에 불만을 드러냈다. 재정적자 문제(62%), 경제 문제(54%)와 관련한 오바마 대통령의 일처리 방식에 대해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수행 전반에 대한 여론도 '지지하지 않는다'로 기울기 시작했다. <CNN>이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이 조사에서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서 51%를 기록했다. 국정수행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46%에 머물렀다.
국정수행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은 같은 조사에서 올해 초 48%, 지난달 50%에 이어 높아지는 추세라고 <CNN>은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오바마 대통령 개인에 대해 좋게 생각한다는 여론은 70%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건보개혁안이 가결되기 전인 지난 19~21일 실시돼 법안 통과와 관련한 여론이 직접적으로 반영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건보개혁안 통과 직전 대통령의 국정수행과 문제 처리방식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다는 것은 이 법안이 아직 국민들로부터 보편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드러낸다.
가결 후 '발끈' 공화당, 만만찮은 후폭풍
건보개혁안 후유증은 오바마 대통령만의 몫은 아니다. 공화당 등 건보개혁안 반대파들도 눈총을 받기는 마찬가지. 특히 법안 가결에 대해 점잖지 못하게 흥분했던 공화당은 언론의 질타를 맞고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지난 21일 낙태 반대파로 잘 알려진 바트 스투팩(미시간) 민주당원이 법안 통과 지지 발언을 하자 공화당 의원석에서 "영아 살해범(baby killer)"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CNN> 방송은 누가 소리를 질렀는지 밝혀야 한다고 추궁했고, 결국 공화당의 랜디 노거바우어(텍사스) 의원이 자신의 소행임을 밝히고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CNN>을 비롯한 미 언론들은 이 같은 의회 내 막말에 대해 '민주주의가 실종되고 있다'는 입장에서 비판적인 보도를 내놓았다.
의사당 바깥에서도 비신사적인 행동이 계속됐다. 일부 민주당원들은 의사당 주변까지 온 공화당 지지자들로부터 '검둥이'라는 폭언을 들어야 했다. 막판까지 찬반을 결정하지 않은 의원들도 표적이 됐다. 이들은 반(反) 건보 개혁 시위대로부터 다음 선거에서 보복하겠다는 위협을 받았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22일 "의회에서 일어난 일을 여섯 살 난 아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의사당 안팎에서 일어난 비신사적 행동을 꼬집었다.
공화당 의원들도 법안 가결 후 폭풍이 공화당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휘몰아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폴 라이언(위스콘신) 의원 등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감정적인 대응이었다"며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건보 개혁법안에 서명…즉시 효력 발휘
이같은 논란 속에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이틀 전 하원을 통과한 이 법안에 22개의 펜을 사용해 서명했다.
백악관은 "건보 개혁법안을 만드는데 기여한 사람들에게 대통령이 서명한 펜을 기념품으로 소장하도록 선물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미국 대통령들은 중요법안 서명 때 여러개의 펜을 사용해 해당 법안 성안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기념으로 선물하는 관례가 있다. 대통령 서명과 동시에 법안은 법률로서 즉시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날 서명식에는 일반 시민들을 비롯해 고(故) 에드워드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부인 빅토리아 케네디 등이 참석했다. 케네디 의원은 건보개혁에 의정활동의 상당부분을 헌신하다가 지난해 타계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건보 개혁법안에 정식 서명한 이날 공화당원들로 이뤄진 미국 13개주 검찰총장들이 건보개혁안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소송이 무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으나 중간 선거가 치러질 오는 11월까지 건보개혁안을 둘러싼 논란은 뜨거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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