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를 따라 새벽공기를 가로지르며 영주로 향했다. 지난해 12월 현장탐사 후 1년이 지난 현재 영주댐의 상태와 수변도로를 비롯한 주변환경의 변화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다.
먼저 도착한 곳은 영주댐의 상류에 위치한 영주시 평은면의 평은교였다. 평은교 위에서 바라본 내성천은 눈으로 보면서도 믿지 못할 만큼 녹조가 창궐해 있었으며, 녹조를 제거하기 위한 선박이 물위를 지나가자 녹조들은 마치 신이 난 듯 물속에서 요동쳤다.
그 순간을 함께 지켜본 모두는 사태의 심각성에 “이게 뭐냐! 강이 죽어가고 있다. 이것이 지금의 내성천인가?”라고 외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와는 전혀 다른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바로 무더운 여름이 아닌 11월 늦가을 임에도 녹조가 창궐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정욱 교수는 “녹조류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이 중 추위에 강한 녹조류가 환경에 적응해 발생한 것 같다”며 “녹조가 한 번 발생하게 되면 매년 이와 같은 현상은 지속적으로 되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5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선 오리 가족들이 녹조로 가득 찬 강 위를 애처롭게 헤엄치며 먹이를 찾고 있었다. 송분선(58·여) 내성천보존회 회장은 “환경오염의 현장에서 바라본 오리들의 모습에 죄책감마저 느낀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류 쪽으로 이동하는 중 수질검사를 하는 관계자들이 있어 현장으로 다가가 그들과 잠시 대화를 나눠봤다. 검사원 A씨는 “수자원공사에서 의뢰를 받아 일주일 간격으로 현장에서 물을 채집해 수질을 검사하고 있으며, 검사한 자료들은 모두 보고 한다”고 했다.
검사원들은 불편스러워하는 눈빛이 역력했지만 다행히 짧은 답변은 오고 갔다. 대화 중 황선종(53) 내성천보존회 사무국장은 “녹조가 심각한 쪽을 피해 상태가 양호한 곳만 골라 채집해 검사를 하는 건 너무하다”며 나무랐다.
평은교를 지나 수변도로를 따라 강동교와 영주댐교가 있는 하류쪽으로 향했다. 이 일대는 지난 1월 12일 본보의 현장탐사 보도로 도로 곳곳에 대한 땅 갈라짐과 균열 그리고 붕괴의 위험성을 알린바 있다.
문제가 있던 부분들은 모두 보수가 이루어진 상태로 보여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는 순간 또 다른 곳에서 땅 갈라짐과 균열, 붕괴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뿐 아니라 영주댐이 가까워질수록 녹조현상으로 녹색이던 내성천이 점점 검게 변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내성천보존회는 “이것은 흑조현상이며, 이는 상류에 있던 녹조류가 물의 흐름을 따라 흘러내려오며 서서히 죽는 과정에서 독소를 내뿜으며 검게 변해 강바닥에 쌓이면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물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 한다”고 설명했다.
영주댐으로 인한 환경재앙의 우려는 점점 현실이 되는 것 같았다.
마지막 현장으로 하류인 영주댐에 도착했다. 역시 충격적인 현장이 새롭게 또 드러났다. 영주댐의 바로 아래에 위치한 영주댐교에 심각한 균열과 무너져 내림 현상이 보였다.
교량의 양쪽 끝에 지반침하가 일어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한쪽은 1m 가까이 되는 콘크리트가 여러 조각으로 큰 균열이 발생해 보기에도 심각한 상태였으며, 또 다른 한쪽은 교량의 연결부위가 5cm 이상 내려앉아 있었다.
또한 교량의 하부 여러 곳은 균열이 발생해 보강을 해놓은 상태였다.
건축전문가인 B씨는 “교량의 하부에 발생한 균열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교량의 양쪽에 발생한 큰 균열과 무너져 내림 현상은 상당히 우려스러워 보인다”며, “기초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수도 있지만 자세한 것은 정밀검사를 해봐야 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내성천보존회는 “영주댐 바로 아래 영주댐교의 균열과 무너져 내림 현상을 처음 확인했다”며, “이것은 지반이 약한 이곳의 특성으로 연약한 지반 속으로 물이 흐르며 조금씩 땅속에 뭔가 변화가 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 한다”고 우려하며 “빠른 시일 안에 전문가를 동원해 이곳 현장에 세밀한 조사가 이뤄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름다웠던 내성천은 재앙이 되어버린 영주댐으로 인해 죽음의 강이라 불리며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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