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ISOMIA. 지소미아) 종료 철회,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둘러싼 미국의 '패키지 압박'이 노골화되고 있다. 방한을 앞둔 미군 수뇌부들이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군사 안보 양대 현안이 최대 고비를 맞았다.
일본을 방문 중인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13일 니혼게이자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지소미아가 효력을 잃으면 한국과 일본, 한국과 미국, 미국과 일본 관계를 와해시키려하는 중국과 북한의 생각대로 돼버린다"며 "(지소미아를) 연장하는 것이 한미일의 이익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소미아를 종료해선 안 된다는 것이 한국에 주는 메시지"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밀리 의장은 전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난 뒤에도 "지소미아 기한이 끝날 때까지 해결하겠다"고 했다. 한국 정부를 향해 지소미아가 종료되는 23일 전에 종료 조치를 철회하라는 분명한 압박이다.
밀리 의장은 앞서 도쿄로 가는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미국인들은 일본과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을 보며 왜 그들이 거기에 필요하고, 얼마가 들어가며, 왜 돈 많은 부자 나라들이 스스로를 방어하지 못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면서 "이것이 보통의 미국인들이 묻는 질문"이라고 했다.
동맹국들에게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여차하면 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다는 투로 압박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한 발언이다. 13일 방한하는 밀리 의장은 14일 예정된 한미 군사위원회(MCM)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지소미아 철회와 방위비 인상을 강하게 요구할 전망이다.
그의 방한에 앞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도 12일 평택 미군기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가 없다면 우리가 강하지 않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위험이 있다"고 거들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이어 방위비 분담금 용처에 대해서도 "주한미군에 고용된 한국인 직원 9200명의 급여 중 약 75%가 분담금에서 나온다. 한국 납세자의 돈으로 한국인의 급여를 지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내는 분담금은) 주한미군의 군수 또는 새로운 시설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한국인에 지급하는 돈"이라며 "그 돈이 다시 한국 경제와 한국인에게 돌아가지 나에게 오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 측이 한반도 외 지역에 미국 전략자산 전개와 유지보수 비용, 주한미군 순환배치 비용 부담을 요구해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데에 대해선 "지금 나오는 추측의 대부분은 잘못된 정보"라고 주장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도 방한해 밀리 의장과 함께 15일 열리는 연례 안보협의회의(SCM) 참석해 지소미아 종료 철회화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전작권 전환과 SMA, 한미일 안보협력 등 동맹의 다양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며 "한미 간의 굳건한 협력과 신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밖 역외 비용을 포함한 방위비 증액 요구에 대해 정부는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등 'SMA 틀 내에서의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담'을 원칙으로 협상에 임할 방침이다. 지소미아 연장 요구에 대해서도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 조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한일 정부는 오는 16~19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 확대국방장관회의에서 정경두 장관과 고노 다로 방위상이 양자회담을 갖기로 하고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2~23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무장관 회의를 계기로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지소미아 연장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지소미아 종료일에 임박해 이뤄지는 한일 접촉도 양국 관계에 고비가 될 전망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