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권이 "국제사회의 약속 이행"이라는 명분아래 이라크 추가 파병 재검토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들은 이라크 철군 문제를 보다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미 여러 나라가 철군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이번에는 포르투갈이 상황이 악화되면 철군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고, 추가 파병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는 향후 이라크에서의 공세작전에 동참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
'팔루자 학살' 사태후 미군의 고립이 심화되면서 연합군이 빠르게 와해되고 있는 양상이다.
***포르투갈, “상황 악화되면 이라크서 철군” **
포르투갈의 안토니오 피구에이레도 로페스 내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공영라디오 방송인 <안테나 1>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의 갈등 상황이 악화되고 포르투갈 경찰병력이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면 이들은 철수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AP,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포르투갈의 중도우파 정부는 지난해 11월 1백28명의 평화유지 임무의 국가수비대원 병력을 이라크 남부에 파병해 영국군이 지휘하는 사령부 소속으로 활동해 오고 있다.
로페스 장관은 그러나 이에 앞서 지난 14일 의회에서의 연설에서는 “포르투갈은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이라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6월30일 이라크로 주권이양이 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주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포르투갈 정부가 소극적이기는 하지만 이처럼 철군 방침을 시사한 것은 국내적 압력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포르투갈 좌파 정당들은 “이라크에서는 외국군에 대한 공격이 급증하고 있으므로 포르투갈 병력의 임무가 전투에 개입하는 것으로 변했다”며 “병력이 즉각 철수돼야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포르투갈 국내의 철군 여론도 거세, 지난달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포르투갈 국민 가운데 71%가 "포르투갈 병력이 철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폴란드, 우크라이나 “공세작전 나서지 않을 것”**
폴란드 역시 점차 이라크에서의 철군 수순을 밟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폴란드가 이라크로의 병력 증파 가능성은커녕 감군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한 데 이어, 이라크에 이미 파병한 군병력의 공세작전 동참 거부를 또다시 밝혔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군도 폴란드군과 마찬가지로 공세작전 거부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같은 입장은 예르지 스마진스키 폴란드 국방장관과 예프헨 마르추크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16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만나 회담을 가진 후 기자회견장에서 나왔다.
AFP 통신에 따르면 스마진스키 국방장관은 “폴란드군은 전투를 목적으로 하는 군이 아니라 안정화 목표에 따라 파병된 군”이라며 폴라드 다국적군 사단은 공세작전 수행을 하지 않을 것임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반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르추크 우크라이나 국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9천명의 폴란드 사단에 속해있는 우크라이나군도 전투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군은 통신시설과 공공시설 보호 등의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폴란드는 현재 2천5백명의 병력을, 우크라이나는 1천6백50명의 병력을 이라크에 파병한 상태로 폴란드 다국적군 사단하에서 카르발라와 나자프 등의 이라크 중남부 지역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은 시아파 성지로 시아파 지도자인 무크타다 알-사드르에 의해서 점령되기도 했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은 남부 쿠트시에서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고 퇴각하기도 했으며 저항세력은 우크라이나군 기지를 점령하고 무기고와 곡물 창고 등을 장악하기도 했다.
이밖에 이라크에 군대를 파병하고 있는 호주 역시 총선을 앞두고 야당이 "이라크 철군"을 공약으로 내걸고 거센 표몰이를 하고 있어, 선거결과에 따라 호주도 파병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아미티지, "한국정부는 파병에 매우 굳건"**
한편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은 한국의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와 관련, "한국의 (새) 국회가 어떤 결정을 하든 그것을 존중할 것이며 그것이 민주주의"라고 말하면서도 "한국 정부는 (파병 정책에서) 매우 굳건하며, 한국 국회는 당초 1백55대 50표로 파병에 동의했다"며 파병약속을 지킬 것을 주문했다.
아미티지 부장관은 한국에서 4.15 총선 개표가 진행중이던 15일 오전(현지시간) 국무부에서 이라크 동맹군 국가와 범아랍권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새 국회가 파병 계획 철회를 요구할 경우'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고 국무부측이 전했다.
그는 한국군의 이라크 주둔지역 문제에 대해 "양국군 당국간에 이라크 북부쪽으로 협의가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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