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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2심 판결의 지울 수 없는 의구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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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재명 2심 판결의 지울 수 없는 의구심들

[기고] 법원의 '과잉 판단', 유권자 선택을 옥죌 수도

조국 전 장관 임명과 관련된 뜨거운 국민적 관심과 열정이 한편으로는 국론 분열을 낳았다면 다른 한편으로는 상당수 국민들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법원과 검찰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을 더 절실하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본다.

분단 이후 한국 사회에 있어서 법원과 검찰은 냉전 이데올로기와 독재권력을 지탱하는 한 축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고 열심히 권력에 충성한 사법부의 고위직 인사들은 고스란히 입법부의 노른자위로 옮겨와 권세를 누려왔다. 이러한 적폐의 과정은 법원과 검찰을 인권의 사각지대로 만들었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서민들의 자조 섞인 절망과 탄식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이러한 법조계의 비상식적인 문화가 상호 모순적인 판결과 같은 판결의 질을 떨어뜨렸고 또 한편으로는 이른바 고무줄 형량이라는 판결의 비객관성과 비형평성을 낳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법원의 정당성 위기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항소심 판결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2심 선고는 특별히 새로운 사실의 추가나 증인이 없었는데도 1심을 뒤집었다는 측면에서 의아함을 자아낸다. 물론 우리나라는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자유심증주의란 재판관이 증가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기는 주의를 말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동일한 사안에 대해 판사에 따라 판결의 결과가 달라질 여지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른 측면이 있어 보인다. 법원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친형강제입원 관련 사건의 판결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에 대해서는 1심과 2심 모두 무죄라고 하면서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린 1심과는 달리 벌금 300만원을 판결하였다. 실제로 이재명 지사는 큰형 이재선씨에 대한 진단 시도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직권을 남용해 강제입원을 지시하고 진행한 적은 없었다. 이는 필자의 주장이 아니라 판결문을 통해 드러난 사실이다. 따라서 TV 토론 당시 김영환 후보가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하셨죠?”라는 질문에 그런 일 없다고 답변한 것이다.

즉 진단 자체를 시도한 적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강제입원 시키려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포괄적 답변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항소심 재판부는’진단’과 ‘강제입원’을 한 데 묶어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였다. 재판부가 어떤 근거로 형님을 진단하려 한 것을 강제입원시킬 의도가 있다고 추단하였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허용 범위를 벗어난 것은 아닐까? 재판부의 '과잉 판단'은 아닐까?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경우는 우리를 더욱 당혹스럽게 만든다. 왜냐면 공직선거 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 다소 부정확한 표현을 사용했더라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2006년 지방선거 문경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있었던 허위사실 공표에 대해 법원은 민주주의에서 언론의 자유는 가장 기초적인 기본권이고, 선거과정에서도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봤었다. 미리 준비한 자료에 의한 연설의 경우와 달리 즉흥적이고 공세적으로 진행되는 후보 토론회에서는 자기 방어를 위해 다소 부정확하거나 과장 또는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발언을 할 소지가 있음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만약 이재명 지사에 대해 유죄 선고가 내려지고 이같은 판례가 굳어진다면, 앞으로 선거에 나서서 주권자의 의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후보들은, TV 토론에서 입이 묶이게 될 수밖에 없다. 후보는 자기 검열에 빠지고, 토론회는 초점을 잃게 되며, 정쟁이 심화될 것이다. 그 모든 피해는 유권자에게 돌아간다. '돈은 묶고 입은 풀자'는 선진형 선거 운동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일이다.

법원 판결의 이중 잣대 문제도 짚지 않을 수 없다. 20대 총선 당선자 대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 내지 100만원 미만의 당선 유지형을 다수 판결했다. 반면 6회 지방선거 단체장의 허위사실 공표 부분에 대해서는 5명이나 당선무효형을 확정한 바 있다. 사법부가 입법부에 대해서만 너그럽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원이 법과 제도를 손질하는 국민의 머리에 해당한다면 도지사는 법과 제도에 따라 집행하는 국민의 손과 발이다. 법원이 상식을 넘어서서 경기도민의 손과 발을 묶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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