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계륵’이 돼버렸다. 교육부의 입장에선 버릴 수도 없고, 안고 가자니 말썽만 많은 모양새이다. 학부모들은 선생님 얼굴도 잘 모르는데 어떻게 제대로 평가할 수 있냐고 핀잔이다. 교직원들은 “싫다. 없애라” 하고 대놓고 얘기하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환영받지 못하는 이 제도의 존폐에서부터 보다 발전적 방향으로의 개선에 이르기까지 탁상공론을 떠난 실질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는데, 교육정책과 제도가 애물단지처럼 방치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예쁘고 잘생겨 인기가 많은 교사들은 점수가 높죠. 평가 결과를 받고 나면 성형외과를 정말 다녀와야 하나 하는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하하.”
서울 모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A 교사는 교원능력개발평가(이하 교원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을 했다. 자조 섞인 대답이지만 ‘폐지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는 뜻은 분명했다.
그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훨씬 많은 제도라고 했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도 했다. 교원단체도 싫어하겠지만 괜히 평가를 받기 싫어서 반대한다는 식의 오해가 부메랑처럼 되돌아올까봐 폐지 이야기를 쉽게 끄집어내지 못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의견도 얘기했다.
경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도 ‘인기투표’ 결과가 가슴에 꽂히는 비수가 돼 수많은 상처와 절망, 좌절만 부를 뿐이라고 했다. 동료 교원들끼리 서로를 평가하고, 학생과 학부모가 만족도 조사에 참여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교원의 능력을 개발하고 전문성을 높인다는 애초의 취지는 온 데 간 데 없어져 회의적이라고 했다.
그는 아이들의 주관적 호불호와 그에 따른 학부모들의 제한적 정보 내에서의 교사 평가 결과가 교육현장의 질적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10년째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교원평가제도는 본래의 목적에 맞게 새롭게 정비돼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못할 것 같으면 아예 폐지하는 게 훨씬 나을 것이라는 의견도 잊지 않았다.
“도입 10년이 지나도록 교육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기보다 비인간적 경쟁을 초래해 학생과 학부모, 교사 사이의 신뢰를 깨뜨리고 있다.”
경남의 학부모 모임 단체인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는 교원평가제의 당장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 단체는 6일 경상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입 10년이 지나도록 교육의 질 향상보다는 교원 사이에 비인간적 경쟁만 초래했다”며 “지금도 교원평가 때문에 벌어지는 온갖 파행 사례가 전국적으로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몇 개의 문항으로 교사들을 서열화하고 교원을 통제하고 길들이는 역할만 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히 반교육적인 것”이라고 했다.
특히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왜 하는지도 모르면서 집단적, 강제적으로 평가에 동원돼 왔다”며 “이는 무책임한 점수 매기기일 뿐이며, 교육혁신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고 질책했다.
담당교사뿐만 아니라 교장과 교감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사실상 제대로 된 평가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는 “교원의 전문성 향상은 교원평가로 교단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다수 교육주체들은 교원평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진정 교육을 생각한다면 새로운 대안 마련이 필요하고, 그 출발은 잘못된 제도를 깨뜨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폐지를 촉구했다.
교육부 “정책연구 진행 중”
교육부는 난감한 표정이 역력하다. 시행 중인 제도를 여론에 밀려 폐지하면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는 것이 되고, 개선하고 보완하는 쪽도 그리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교육부는 이와 관련된 정책연구를 지난 5월부터 시작해 오는 12월 중순에 끝마칠 계획이다.
교육부 교원양성연수과 교원평가제 담당은 6일 전화통화를 통해 “일부 교원단체나 학부모단체에서 폐지나 개선을 요구하는 등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있다”며 “교원평가와 관련한 정책연구가 끝나면 결과물을 토대로 내부적 검토를 거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교원평가제의 폐지와 관련한 내부적 논의나 입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담당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담당 실무자이지만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3월 교육부가 전격 도입한 교원평가제는 2012년 9월 평가실시 의무화 등을 위한 대통령령이 개정됐다. 또 2013년 5월에는 교원평가가 국가위임사무로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
따라서, 제도 폐지 여부 자체도 관계 법령 등과의 연계성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A 교사는 “폐지 논의 자체가 쉽진 않겠지만 교육현장을 둘러싼 전반적 인식임을 교육부가 알아야 한다”며 “경남의 학부모단체가 어느 지역보다 앞장서 폐지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고맙고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기로에 선 교원평가제 문제에 대해 어떤 대책과 대응으로 나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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