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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저항세력, 한국인 억류때 한국에 '강한 적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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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저항세력, 한국인 억류때 한국에 '강한 적개심'

목사들 "이라크인 도우러온 의사-간호사"라 속여 석방

이라크에서 또다시 한국인들이 저항 무장세력에 억류됐다가 풀려났다. 다행히 인질들의 순간적 기지로 무사히 풀려나긴 했지만, 무장세력은 이 과정에 한국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표명해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시 한국군에 대한 전면적 공격이 예상되고 있다.

***라마디 인근서 한국인 목사 7명 무장세력에 억류**

이라크 나시리야에서 한국 비정부기구(NGO) 관계자 등 2명이 억류됐다 풀려난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이틀만인 8일(현지시간) 다시 이라크 서부 수니트라이앵글지역인 라마디 인근에서 한국인 목사 7명이 무장세력에게 억류됐다가 7시간만에 석방됐다.

억류됐다가 풀려난 7명은 한국 기독교 복음단체 총연합회 소속 허영, 임영섭, 홍광천, 조종헌, 이명숙, 김필자, 변경자 목사이다. 이들 목사는 당초 주요르단대사관에 이라크 입국계획을 알렸다가 주요르단대사관과 주이라크대사관, 외교부 본부가 강력히 만류하자 이라크 입국을 취소하겠다고 밝힌 뒤 몰래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이라크 모술 지역 니느웨에서 열리는 선교 신학교 개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승용차 두대에 나눠 타고 요르단 암만에서 고속도로를 통해 이라크로 향하다 고속도로가 미군의 팔루자 봉쇄작전으로 폐쇄되자, 우회 국도로 빠져나가 달리다가 8일 오전 10시30분께(이하 현지시간) 바그다드 서쪽 1백㎞ 지점인 라마디 부근에서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됐다.

소총과 로켓포 등으로 무장하고 자신들을 '무자헤딘'이라고 밝힌 수십명의 무장세력은 검문형식을 통해 외국인들을 색출하고 있었으며, 두 대의 차량에 타고 있던 8명의 목사들이 "사우스 코리아(South Korea)"라고 신분을 밝히자 즉각 두 손으로 X자를 그으며 한국에 강한 적개감을 드러낸 뒤 여권을 몰수하고 이들을 차에서 내리게 했다.

이 과정에 차량 뒷자석에 타고 있던 인천 성문교회 김상미 목사도 차에서 내리려 했으나 이라크 운전사가 급작스레 차를 몰고 도주해 간신히 인질상태를 면할 수 있었다. 김 목사는 그후 무장세력들이 30분간 뒤를 따라오며 종종 총격을 가했다고 당시의 삼엄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라크인 도우러 온 의사-간호사"라 속이자 태도 바뀌어**

무장세력은 나머지 목사 일행 7명을 차에서 내리도록 한 뒤 남자들의 눈에는 안대로 가린 뒤 다섯차례 장소를 바꿔가며 억류했다. 인질들은 이 과정에 살해되는 게 아니냐는 극한의 공포를 느꼈다고 전했다.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극도의 적개심을 드러냈던 무장세력은 그러나 목사중 한명이 자신을 "닥터(의사)"라며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이라크 국민들을 치료하기 위해 온 의사와 간호사"라고 신분을 속이면서부터 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부드러워졌다.

실제로 경락마사지 자격증을 갖고 있던 이 목사는 무장세력중 한명이 의사임을 증명하라고 하자 그를 상대로 경락마사지를 해줬고, 이에 무장세력들은 이들 일행을 의사와 간호사로 판단해 그후 물과 음식물 등을 제공하며 호감어린 대우를 했다고 인질들은 당시 상황을 전했다.

무장세력은 그후 이들 일행을 바그다드까지 안전하게 호송해 주겠다고 약속한 뒤 실제로 바그다드 시내 팔레스타인호텔까지 8일 오후 5시께 안전하게 호송해줬다. 바그다드까지 오는 과정에 이들은 4차례 무장세력의 검문검색을 받았으나, 무장세력의 도움으로 무사히 바그다드에 도착할 수 있었다.

큰 쇼크를 받은 이들 목사는 당초 목적지였던 모슬의 선교 신학교 개설 행사에 가지 않고 이틀정도 뒤에 이라크를 떠날 예정이다.

***정부, 사건의 본질 왜곡 의혹**

하지만 이같이 삼엄했던 과정과 달리 정부는 이번 사건을 설명하며 한국에 대한 이라크 무장세력의 적개심을 숨기는 데 급급한 인상을 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김욱 외교통상부 재외국민영사국장은 이번 사건을 설명하며 “조사결과 무장세력이 한국인 목사 일행을 간첩으로 오해했으나 신분확인을 한 뒤에는 물과 음식을 주면서 친절하게 대해줬으며 이동시간을 2시간 포함해 총 9시간 억류됐던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인질들이 풀려난 뒤 설명한 실제상황과 크게 동떨어진 설명이다. 정부가 이라크 파병 결정을 의식해, 의식적으로 이번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는 대목이다.

한편 정부는 9일 오전 권진호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 주재로 정세현통일, 반기문 외교, 조영길 국방장관, 고영구 국정원장, 한덕수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이라크에서의 잇단 억류사건 등에 따른 민간인 안전 대책을 중점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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