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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정시 싸움 넘어서야 교육문제 해결된다

[기고] '행복한 교육혁명' 통해 '공정사회, 나라다운 나라' 만들어야

"대통령이 정시 확대하겠다는데, 그러면 정말 '교육 공정성 문제' 해결되나요?" 요즘 필자가 학생들을 비롯해 주위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수능 정시 비중 확대' 발언 이후, 교육계는 당혹감 속에서 크게 술렁이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감협의회는 "정시 확대가 가져올 학교교육과정 파행을 우려한다"는 성명을 냈고, 28일에는 71개 교육시민단체들이 청와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시 확대는 낡은 수능 체제로 되돌아가자는 공교육 포기선언"이고, "교육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졸속행정이자, 공론화 과정을 거쳐 어렵게 이룬 사회적 합의와 '대입 4년 사전예고제'의 도입 취지를 무색케 한다"며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심지어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주무 장관이나 국가교육회의 의장도 모르는 내용이 연설문에 들어갔다"며 "이번에 문제를 야기한 청와대 비서진 내 책임자 경질과 국회 교육공정성 강화 특별위원회 등에 포진한 사교육업자의 해촉"까지 요구했다.

이광호 교육비서관이 28일, 방송인터뷰 통해 청와대 입장을 해명했으나 들불처럼 번져가는 교육계의 반발 움직임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자 30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나서 정시 비율이 45% 안팎으로 정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쳐, 앞으로 정시확대를 둘러싸고 조국 장관 논란 때처럼 또 다시 우리 국민들이 둘로 나뉘어 티격태격 소모적인 진흙탕 싸움을 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 심히 걱정스럽다.

주지하다시피 교육문제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가장 예민한 '역린'과 같은 것이다. 최순실 딸, 그리고 조국 딸 논란에서 보듯 우리 국민들은 적어도 교육 분야만큼은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롭기를 기대한다. 그렇지 못하다고 느끼면 '거룩한 분노', 즉 공분의 게이지가 화산처럼 폭발한다.

두 달 넘게 이어진 조국 장관 논란으로 불거진 일부 계층의 이른바 '부모찬스-특권을 이용한 꼼수와 반칙' 문제를 겸허하게 수용하여, 대통령과 청와대가 교육 불공정과 불평등을 어떻게든 개선해보려는 노력은 십분 이해한다.

다만 너무 성급한 나머지 '원인 진단과 처방'을 잘못 내놓았고, 교육부·교육감협의회·국가교육회의 등 관계기관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듯하고, 특히 학교현장과 교육주체 의견은 배제되었다. 중병에 걸렸거나 크게 다쳤을 때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해야 한다. 급하다고 민간요법 차원이나, 여론을 따라가는 식의 대증요법으로는 해결은커녕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할 뿐이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교육계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왜 교육계가 정시 확대 발표이후, 벌집을 쑤신 듯이 온통 야단법석인지 진지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첫째, 이른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중 '비교과영역'에서 불공정 문제가 대두되었다면, 이 부분에서 반칙, 꼼수, 위법, 탈법이 없도록 획기적으로 혁신하면 된다. 굳이 정시 확대라는 엉뚱한 처방을 내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둘째, 물론 국민 여론이 중요하다. 그러나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하지 않는가? 교육선진국 핀란드처럼 '교육문제는 정치논리와 시장논리가 아닌 교육논리'로 풀어야 한다. 중병에 걸린 환자를 놓고 비전문가인 일반인들의 견해에 따라 진단하고 처방하는 의사는 없다. 특히 입시를 두고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에게 교육해법 내놓으라 하면 자기 입장에 따라 다 다르게 말한다. 배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적어도 교육문제는 여론을 따라가면 안된다. 올바른 방향으로 선도하고 견인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한 교육정책을 짜임새 있게 로드맵에 따라 하나하나 국민을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면서 실행에 옮겨야 한다.

교육문제는 우리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다. 오늘만 생각하면 안되고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세계적인 흐름과 '차가운 경쟁교육에서 따뜻한 협력·행복교육'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바탕으로 어떤 인재를 육성하고, 어떻게 꿈과 끼와 뜻을 키워줄까 진지한 고민 끝에 하나씩 하나씩 개혁하고 혁신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청와대, 교육부, 국회에도 '중병에 걸린 현재의 한국 교육문제를 내가 기꺼이 짊어져야 할 십자가로 여기고 선봉에 서서 해결해 보려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교육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 늘 뒷전이고 관심 밖이다. 아니 현 정부도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교육계를 '투명인간, 식물인간' 취급하고 있다. 교육이 중요하고 교육주체와 학교현장을 중시하겠다고 말하면서 정작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는 자리에 초중고 교원 출신은 거의 없다.

셋째, 정시 확대, 결과적으로 누가 웃을까? 정시는 있는 사람들에게 더 유리한 제도라는 것은 이미 통계수치로 확인된 사실이다. 벌써부터 강남 집값이 들썩거릴 조짐이고 사교육업체 주식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만약 현행 체제에서 정시를 확대한다면 강남 선호 및 수도권 집중 현상, 불을 보듯 뻔하다. 지방 학생, 학부모의 박탈감과 위화감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특히 고시생들처럼 재수생·삼수생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고, 소수정예학원, 쪽집게 과외 성행 등 사교육업체 배만 불려 줄 것이다. 사교육 시키지 못하고, 재수·삼수 시키지 못하는 부모는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이것을 과연 개혁, 혁신이라 할 수 있을까?

넷째, 수능위주로 돌아간다면 교실은 다시 '잠자는 교실'로, 학교는 '입시학원'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는 주입식 선행·반복학습의 연속, 5지선다형 문제풀이식으로 수업하던 과거로 회귀하는 것으로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일이다. 자라나는 새싹이 짓밟히듯 아이들의 사고력과 창의성과 상상력은 묻힐 것이다. 현재 그나마 혁신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토론과 발표, 협력학습 등 학생 참여수업이 서서히 뿌리내리고 있는데, 이런 성과가 뿌리 채 흔들릴 것이다.

교육 불신에 대해 교육계도 자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일반 국민들과 정치권은 왜 교육을 불신할까? 왜 수시보다 정시를 더 선호할까? 당위론적 입장에서 그들이 학교 현장과 교육을 모른다고 '네 탓 공방'만 벌이면 될까?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악용해 버리면 의미가 퇴색된다. 학종의 목적과 취지,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일부 힘 있는 사람들이 그것을 악용해왔다. 따라서 일부 학부모들과 교육계의 성찰도 필요해 보인다.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필자부터 크게 반성한다. 물론 내 자식을 명문대 보내기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일부 계층의 치맛바람과 특권을 이용한 반칙이 교육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그러나 교사와 교수들은 이 문제에서 과연 자유로운가? 일부 사립학교 위주로 '제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우리 학교 명문대 진학률 높이기' 위해 동아리활동·봉사활동·수상실적 등을 허위로 쓰거나 부풀리기 해도 눈감아주고, 상위권 학생들에게 '몰아주기' 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 둘만 들면, 필자가 있던 학교에서 아버지가 고3 아들의 이름으로 '기술특허'를 냈다. 학교 안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았지만 누구도 문제제기하지 않았다. 문제가 되면 대학에서 짚고 넘어가겠지 했다. 그러나 그 학생은 그 기술특허로 인해 명문대 4년 장학생으로 합격했다. 과연 그 대학 교수들은 그 학생이 정말 특허낸 것이라 믿은 것일까?

하나 더 들면, 한 명문대 A교수는 본인이 대입 논술시험 출제하고 채점까지 했다. 그런데 자기 아들이 자기 대학에 합격했다고 자랑했다. 물론 일부이긴 하지만 그러나 이게 부인할 수 없는 우리 교육의 부끄러운 민낯이고 현주소이다.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보니 김병욱·김해영 의원이 '정시확대 왜 필요한가'라는 국회토론회 열어 "학종이 잠재력 있는 다양한 인재를 선발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현실에서는 부모나 학원이 만들어준 스펙이 통하는 금수저 전형·깜깜이 전형"이라고 말하는데도 "아니다, 틀렸다"라고 반박하려니 뭔가 찜찜하고 옹색하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시·정시 싸움은 혼란·갈등만 가중, '행복한 교육혁명' 단행해야

비유컨대 수시가 주관식 시험이라면, 정시는 객관식 시험 같은 것이다. 따라서 수시가 맞느냐 정시가 맞느냐의 갈등은 마치 절대평가가 옳으냐 상대평가가 옳으냐의 싸움으로, 어쩌면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대통령제가 좋은가 내각책임제가 좋은가의 싸움처럼 끝나지 않는 소모적인 논쟁일 수 있다.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교육계와 정치권이 크게 충돌하는 국론 분열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지켜보고 있는 교육문제이니만큼 '내가 옳고 너는 틀렸다'가 아니고 차분하고 냉정하게 장단점을 비교·분석해 가며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군중심리가 아니고 집단지성을 발휘할 때라고 본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자못 크다. 그럼에도 지금 시점에서 조심스럽게 대안과 해법을 찾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물론 교육적인 측면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정시비율을 차츰 줄여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공론화 과정을 거쳤고, 서로 그 약속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과도기적으로 정시비율을 30% 정도로 묶는 것이다. 30% 이상 확대하지 않겠다고 하면 교육계도 불만은 있어도 더는 강하게 문제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학종에서 비교과영역인 소위 부모찬스가 통하는 '자동봉진'(자율·동아리·봉사·진로활동)은 거의 입시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고, 반대로 '교과영역인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등 '수업시간에 행한 활동과 결과들'을 대폭 반영하면, 교실은 오히려 활력이 넘칠 것이다. 물론 그것이 가능하도록 여건 조성 및 철저한 뒷받침을 해주어야 한다. 또한 학종 내에서 내신 반영 비율을 높이는 것과 아예 지역균형 선발 전형과 학생부 교과전형 비율을 대폭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아울러 기초생활수급가정과 차상위계층 자녀들을 위한 기회균형 선발 전형을 더욱 확대하는 것도 교육적인 처방일 것이다.

셋째, 솔직히 수능은 교육 공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전국의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는 경쟁의 변별력을 많은 사람들이 공정하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현행 수능의 폐해인 주입식, 찍기식, 문제풀이식 단점을 줄이려면 수능에도 '서술형·논술형 문제'를 도입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조선시대에는 과거시험을 보았고, 프랑스는 바칼로레아도 시행하는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못할 리 없다. 오지선다형 시험 한번으로 학생의 잠재력, 가능성, 상상력, 창의력 등을 측정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변별력은 있을지 몰라도 교육적이지는 않은 시험이다. 그리고 수능 한번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것도 좋은 것이 아니다. 아무리 정시라도 수능100% 보다 내신성적을 일정 부분 반영하도록 해야 학교의 교육과정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넷째, 교육개혁의 본질은 수시냐 정시냐가 아니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조삼모사, 언 발에 오줌 누기 방식의 교육개혁이 아니라 '교육 대수술'을 단행해야 한다. 이것을 하라는 게 진짜 민심이고 나라를 살리는 일이다. 촛불정부답게 교육혁신에 대한 획기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대학 간판으로 대접받는 '학력·학벌사회'이다. '대학 간판'으로 인생이 결정되고 보수와 승진에도 영향을 미치는 다분히 미개하고 야만적인 사회라 아니할 수 없다. 학력과 학벌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도 인종차별, 남녀차별과 같은 인간차별이고, 인권침해이다. 정부여당은 속히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국공립대 공동학위제 및 공영형 사학 도입, 고졸취업 할당제' 등 획기적인 법제화를 통해 망국적인 대학서열을 타파하고 학력·학벌사회를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개인의 소질과 적성을 살리고 사고력과 창의력을 높이는 교육열은 좋은 것이지만, 오로지 명문대 가기 위해 사교육에 기대어 훈련하듯 선행·반복학습을 연속하는 교육열은 좋은 게 아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간판'이 아닌 '능력'이 존중받는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독일이나 덴마크의 경우,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임금이나 승진에서 거의 차별받지 않는다. 실제로 의사와 벽돌공, 택시기사의 월급에 큰 차이가 없고, 대학교수나 청소하는 아주머니의 급여 차이도 크지 않다.

덴마크의 대학진학률은 약 30% 정도이다. 대학 말고도 고교 졸업생들이 갈 수 있는 길이 400여 가지가 열려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학보다 직업학교에서 실속 있게 전문교육을 받아 사회에 진출한다. 굳이 대학을 가지 않아도 대학 나온 사람보다 수입이 더 큰 경우도 많고, 그리고 인생의 어느 시기라도 마음만 먹으면 대학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지수 1위 국가 덴마크는 성공해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해야 성공한 삶이라는 것을 잘 말해준다.

우리나라도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 '전문직업인'이 대접받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북유럽 국가들처럼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치며, 먹고 살만한 세상을 만들면 저절로 사교육비와 대학진학률은 낮아지고 대학서열화도 깨질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한해 50만씩 대졸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부가 무슨 수로 그들에게 질 좋은 일자리를 모두 마련해 줄 수 있겠는가?

대학진학률이 낮아지면 대졸 청년실업률도 떨어질 것이고, 고졸취업 활성화를 통해 특성화고 출신들이 대거 취업하면 외국인 노동자 유입도 줄어들 것이다.(현재 공장, 농어촌, 건설공사현장, 음식점과 같은 서비스업에는 외국인 노동자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실정) 고졸 취업자들이 일찍 결혼하면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출산율까지 높아질 것이다. 악순환이 선순환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가장 행복하게 잘 사는 유럽국가들, 즉 독일과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은 모두가 교육을 통해 '공정사회, 행복한 나라'를 이루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가 아직도 유효하다면,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더 이상 주저하거나 샛길로 빠지거나 도토리 키 재기하듯 소모적인 수시·정시 논쟁을 할 것이 아니라 대담하게 '행복한 교육혁명'이라는 정면 승부 통해 '특권과 반칙이 없는 사회,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교육희망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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