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9일 페이스북에 아시아문화원의 콘텐츠사업을 총괄하는 최정봉 본부장의 충격적인 내용을 담은 글이 게재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최 본부장은 게시글에서 이기표 아시아문화원장에게 보낸 이메일 중 일부라는 점을 전제하면서 “현 정치인이 넣은 청탁을, 그것도 내용 증명도 되지 않고 공개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는 프로그램을 문화원의 예산을 투여해 사업을 집행한다는 것은 공기관으로서 유지해야하는 투명성과 공정성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밝히며 이기표 원장이 외부의 유력인사의 청탁을 받고 사업을 진행하려는 점을 지적했다.
최 본부장이 지칭한 현 정치인은 이병훈 전 광주 부시장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해당 사업은 광주 패션사업의 역사를 주제로 한 원로 디자이너 3명과 미디어아티스트와의 협업 프로그램이었다.
부당성을 지적하는 최 본부장의 항의에 이기표 원장은 “민원을 단호하게 물리치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고 이 전부시장의 청탁을 인정하면서도 사업 추진을 강행하고 있다.
최 본부장은 거듭 이기표 원장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지역 유력인사의 민원을 받아 아시아문화원이 무언가를 시행하는 전례를 만드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지역문화예술인들로부터 형평성문제, 특혜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요청했지만 이 원장이 사업 총괄자인 자신을 제쳐두고 팀장을 통해 우회적으로 사업 추진을 밀어붙이자 항의성 사표를 제출하고 격렬하게 반발했다.
아시아문화원의 핵심 기능을 맡고 있는 콘텐츠사업 본부장이라는 직책에도 불구하고 사표는 이례적으로 마치 기다렸다는 듯 하루 만에 수리됐다.
이에 대해 아시아문화원에 재직 중인 A씨는 “부당성을 지적하고 원장에게 바른 말을 하는 직원들은 조직에서 견뎌낼 수 없는 게 아시아문화원의 조직문화가 됐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의 폐이스북 게재 글을 통해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광주 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 거세게 비난이 일고 있다.
문화예술단체 대표 B씨는 “지역의 문화예술단체들은 전당에 프로그램 하나 올리는 일을 엄두도 못낸다. 외부의 입김에 의해 수많은 사업이 성사되고 있다는 말이 분분했는데, 이번 일로 그것이 사실임이 드러난 게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문화콘텐츠 사업을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대표 C씨는 “돈 없고, 연줄 없고, 빽 없는 단체들은 어디 문화전당 무대 근처라도 얼씬할 수 있겠느냐”며 분노했다.
한편 이병훈 전 부시장은 “원로 디자이너들의 퍠션아트와 미디어 아트를 결합시킨 프로그램이 좋은 콘텐츠인 것 같아 제안을 했을 뿐이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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