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가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우려하며 논란을 재점화시킨데 힘입어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가 6.2 지방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6.2 지방선거에서 이 정권을 심판하는 길만이 4대강 사업을 저지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민주당은 4대강 사업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6.2 지방선거에서 필승하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국민의 70%이상이 4대강 공사는 곤란하다고 한다. 원래 치산치수를 잘못하면 옛날에 왕도 책임을 면치 못했는데 치수 잘못하면 국민들로부터 심각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오늘은 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라며 "금수강산 맑은 물이 탁수강산이 될 지경으로 물의 수질관리가 국민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고 이같이 말했다. 정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당 지도부 및 광역·기초단체 선거 출마자과 함께 '4대강 사업저지 지방 선거 공약 선포식'을 하고 4대강 사업 저지 공약에 서명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진보신당도 "6.2 지방 선거는 무상급식 실현과 함께 4대강 사업 심판 선거"로 규정했다. 서울시장 후보인 노회찬 대표, 경기도지사 후보인 심상정 전 의원, 인천시장 후보 김상하 변호사는 이날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4대강 사업 저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들은 "4대강 사업으로 흙탕물과 알루미늄이 수도권의 젖줄로 흘러간다"며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인해 2300만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가 얼마나 오염되고 있는지를 밝히고, 국민들께 생태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한강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MB "4대강 사업 왜 설명 못하나"…당·정·청은 '홍보 타령'만
여권 내부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주교회의 등 반대 입장에 선 사람들은 '자연계와 생명의 파괴 우려'와 '생명 존중'을 사업 반대의 주된 이유로 들고 있는데, 정부는 왜 4대 강 사업이 환경과 생명을 살리기 위한 사업임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느냐"는 취지로 비서관들을 호되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대통령이 지난 8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천주교 쪽에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진의를 충분히 알리고 설득하라"고 지시했음에도 천주교 주교회의는 불과 4일 후인 12일, 4대강 사업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에까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주교회의가 설마 기자회견까지 하겠느냐'는 참모진의 안이한 판단이 큰 문제"라는 취지로 참모들을 질타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이같은 행동은 4대강 사업의 문제점에 대한 주교회의의 지적을 받아들였다기보다는 참모들이 주교단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다는데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열렸던 고위당정회의에서는 당·정·청이 한목소리로 '홍보 부족'을 원인으로 삼았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날 회의에서 정부에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며 "4월 임시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4대강 사업 홍보가 잘 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정미경 대변인이 전했다.
청와대 정정길 대통령실장도 "천주교의 4대강 우려 입장 표명과 관련해 걱정하는 말씀에 유념해야 하고, 친환경적, 친생태적 4대강 살리기임을 적극 설명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에 정운찬 총리는 "주교들을 만나고 걱정하는 부분이 친환경 친생태적으로 진행되도록 하겠다는데 유념해서 설명을 드리겠다"고 답했다.
당·정·청이 '홍보 부족'을 원인으로 돌리고 있는 사이에도 여권 내부의 위기감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은 '4대강 한 곳만 먼저 하자'는 제목의 이날자 칼럼을 통해 "4대강 사업은 그것이 실패하는 날이면 이 대통령과 정권만 망가지는 것이 아니고 차기 정권의 재창출에도 암운이 드리우는 결정적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 고문은 "지금 이 대통령이 여러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세종시, 4대강, 무상급식, 사법개혁, 교육개혁 등 하는 일마다 사사건건 논란에 휩쓸리는 것은 그가 자신의 판단에 대한 우월적 믿음, '국가와 민족'에 대한 선지적(先知的) 자만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며 "이 대통령에게 지금 절실히 필요한 것은 '막히면 돌아가라','급할수록 쉬었다 가라'는 옛 명언"이라고 꼬집었다. 홍보를 통한 '설득'보다는 한발 물러서는 것이 낫다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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