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이 금지된 BㆍC형 간염 양성판정자 7만여명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감염 의심자 99명의 혈액이 기록에서 누락되는 바람에 올해 초까지 헌혈 등을 통해 유통된 것으로 밝혀졌다. AIDS 감염 의심자의 경우 2차 감염이 없었으나, 간염 보균자의 피를 수혈 받은 9명은 간염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간염-AIDS 의심자 혈액 유통"**
감사원은 부패방지위원회 의뢰에 따라 지난해 11~12월 실시한 '혈액관리실태' 감사에서 대한적십자사의 부실한 혈액 관리 상태를 확인하고, 적십자사 수혈연구원 관계자에 대한 인사조치를 요구했다고 28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99년 이전 BㆍC형 간염 양성반응을 보였던 헌혈자 30만4천명이 적십자사의 직무태만으로 전산정보에서 누락되는 바람에 이들의 혈액 7만2천8백건이 지난 1월까지 의료기관과 제약회사에 제공된 것으로 확인됐다. AIDS 감염 의심자 99명의 혈액도 대학병원 등 의료기관에 수혈용으로 제공되고 제약회사에 의약품 원료로 출고됐다.
AIDS 감염 의심자 99명의 혈액은 2차 정밀 검사 결과 AIDS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으나, 보건당국의 추적조사 결과 간염 보균자의 피를 수혈 받은 9명이 BㆍC형 간염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적십자사는 지난해 말 자체 조사에서 문제의 혈액을 수혈받은 사람 중 B형 간염에 3명, C형 간염에 5명 감염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적십자사, 부실 혈액 관리가 원인**
적십자사의 부실한 혈액 관리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혈액관리체계는 수혈시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으면, 이들 혈액에 대해서는 정밀검사가 끝날 때까지 유통을 일절 금지하고 헌혈자를 '일시 헌혈유보군'에 즉시 등록시켜 이후 혈액의 유통을 막도록 돼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적십자사의 직무태만으로 AIDS 감염 의심자 63명의 등록이 최장 3년5개월이나 지연됐고, 2002년 12월~2003년 5월까지 혈액정보 관리시스템을 바꾸고 정보를 재입력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등록돼 있던 '일시헌혈유보군'에 올라 있는 헌혈 부적격자 36명의 이름도 누락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99명의 혈액은 총 2백28건에 걸쳐 의료기관에 수혈용으로 제공되고, 제약회사에 의약품 원료로 출고됐다.
감염 의심 혈액의 경우에는, 적십자사가 99년 4월부터 개정 혈액관리법에 따라 간염 양성판정자의 명단을 등록했지만 이전의 양성판정자 30만4천명을 등록에서 제외하면서 이들의 혈액이 유통돼 1999년 1월~2004년 1월까지 4만8천5백여건이 대학병원 등에 수혈용으로, 2만4천3백여건이 제약회사에 의약품 원료로 제공된 것으로 파악됐다.
***AIDS 감염자 신상정보 관리도 엉터리**
AIDS 감염자의 신상 정보도 엉터리로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이 질병관리본부에서 1987년~2000년 6월 사이에 적십자사에 통보한 AIDS 감염자 명단 1백99명 가운데 1백15명은 이름이 달랐고, 70명은 주민등록번호가 맞지 않았으며, 14명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모두 맞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적십자사는 1백99명 가운데 1백86명의 오류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고, 나머지 13명의 경우에는 관계기관 확인이 지연되면서 이를 수수방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적십자사 내부고발자 서둘러 징계 움직임**
한편 이런 엉터리 혈액 관리 상황을 부방위에 고발한 내부고발자 2명에 대해서 적십자사가 징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적십자사는 2명의 내부고발자에 대해서 "언론에 혈액사업에 대한 과장ㆍ왜곡된 내용을 제보해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근무기장을 문란케 했다"면서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상태다. 복지부, 감사원, 부방위 등 관련기관에서 이들에 대해 징계조치 유보권고를 했으나, 적십자사는 징계 일정을 철회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 결과에 따라, 보건의료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전반적인 조사를 시행, 책임자 처벌과 함께 보상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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