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실무협상이 교착상태에 놓인 가운데 이번에는 최룡해 북한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4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과 27일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에 이어 최룡해 상임위원장까지 북미 간 협상을 언급하면서 올해 안으로 협상 시한을 못박은 북한의 초조함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최 상임위원장이 지난 25∼26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18차 비동맹운동(NAM) 회의에 북한 대표로 참석, 연설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최 상임위원장은 "지금 조선반도(한반도) 정세가 긴장완화의 기류를 타고 공고한 평화로 이어지는가 아니면 일촉즉발의 위기로 되돌아가는가 하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이 우리의 제도 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대조선(북한) 적대시 정책을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 없이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할 때에야 미국과 비핵화 논의도 할 수 있다"며 북한의 기본 입장을 강조했다.
최 상임위원장은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양측 관계가 진전을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미국이 시대착오적인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에 계속 매달리면서 정치·군사적 도발행위들을 일삼고 있는데 기인된다"며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그는 특히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북 제재와 관련 "특정국가의 강권과 전횡을 합리화, 합법화하는 결의 아닌 '결의'들이 채택되고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반항한다고 하여 피해자에게 제재를 가하는 부정의"라고 지적했다.
이날 연설에서 최 상임위원장은 남한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그는 "남조선(남한)당국이 외세의존 정책과 사대적 근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남한이 대북 제재 문제를 비롯해 미국 등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고 있는 남한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북남관계 개선은 남조선 당국이 민족공동의 이익을 침해하는 외세의존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민족앞에 지닌 자기의 책임을 다할 때에만 이뤄질 수 있다"며 남한의 정책적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최 상임위원장은 북한의 이른바 '자력 갱생'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북한이 "적대세력들의 가증되는 제재와 압력"을 받고 있지만 "우리 인민이 자력자강의 위력으로 사회주의강국건설을 위한 투쟁을 힘있게 벌이고 있다"며 "강력한 자립경제 토대와 믿음직한 과학기술역량, 자력갱생의 고귀한 전통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전략적 자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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