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목이나 교화로 널리 활용되는 나무와 꽃들이다. 공통점이 있다. 일선 학교에서 일본제국주의 잔재가 남아 있는 이 나무와 꽃들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조차 가지지 않고 학교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 내에 남아 있는 일제 잔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친일 인사가 작곡하거나 작사한 교가에서부터 성차별 또는 현시대에 맞지 않는 교훈까지 즐비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학부모회가 경남지역 초·중·고 960여곳 전체를 조사한 결과 일본이 원산지이거나 일제를 상징하는 나무나 꽃을 교화나 교목으로 지정한 학교는 143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왕을 상징하는 금송이 교목인 학교는 부산과 양산에 각각 1곳씩이며, 왜철쭉·일본철쭉 등으로 불리는 연산홍의 경우 68개 학교에서 지정해 가장 많았다.
일본 왕실의 상징이며 욱일기 모양에도 차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국화는 27개 학교, 일본의 3대 미수로 꼽히고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 들어와서 국내에 퍼진 대표적인 수종인 히말라야시다(설송)가 교목인 학교는 42곳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들이 작사하거나 작곡한 것을 교가로 사용하고 있는 학교도 20곳이나 됐다.
이 가운데 친일 인사의 작사·작곡과 관련해 문제가 되자 노래는 그대로 두고 작사·작곡만 없앤 학교는 2곳이고, 친일 논란이 있는 이은상과 유치환의 곡과 가사를 교가로 지정한 학교도 22곳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외에도 성차별적이거나 시대에 맞지 않는 교훈 또는 교가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학교도 다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는 “올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되는 해이며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도 70여년이 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의 곳곳에는 일본의 잔재가 남아 있다”며 “잘못된 역사에 대한 단죄와 깊은 반성 없이는 비극의 역사는 다시 되풀이되고, 그 속에서 국민은 또다시 고통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학부모회는 “지금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적폐세력의 뿌리 역시 친일청산을 이루어내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며 “21세기를 준비한다는 교육의 현장 역시 친일 잔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답답한 심정이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제 더 이상 학교 내에서 친일의 그림자를 그대로 둘 수는 없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제안한다”며 “이번 학부모들의 친일 잔재조사 작업이 학교 내 친일의 그늘을 거두어내는 출발이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경남교육청에 대해서도 좀 더 강력하게 학교 내 친일 잔재 청산에 힘을 쏟고 빠른 시일 내에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를 요청했다.
경남교육청은 지난 4월 도내 모든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일제잔재 청산 대상과 소녀상 설치, 역사동아리 운영, 3·1운동 정신계승 민주시민교육 현황 등을 조사했으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중·장기 교육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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