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이라크 침공 1주년을 앞두고 전세계적 규모의 반전집회가 조직되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 바그다드 시내에서 또다시 저항세력의 강력한 폭탄공격으로 27명이 숨지고 41명이 부상당했다.
특히 이라크 저항세력이 이라크 침공 1주년을 앞두고 전세계적으로 대형테러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해, 우리 정부도 17일 테러경보를 내리는 등 이라크 파병국들에 초비상이 걸렸다.
***바그다드호텔, 강력한 차량폭탄공격으로 27명 사망, 41명 부상**
17일 밤(현지시간) 이라크 시내의 마운트 레바논 호텔에서 강력한 차량폭탄공격이 발생해 27명이 숨지고 41명이 부상당했으며 주변에 있던 가옥 2채와 적어도 차량 8대가 전소됐다고 AP,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현재 구조작업이 진행중인 가운데 이번 폭탄 공격으로 지름 6m, 깊이 3m의 큰 구덩이가 생길만큼 폭발규모가 컸으며 미군 당국은 “이번 폭발에는 1천파운드에 해당하는 폭탄이 이용됐다”고 밝혔다.
이번 폭발규모는 엄청나 외국 기업인들과 기자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는 근처 팔레스타인 호텔까지도 충격을 줬으며 많은 서방민간인들이 이용하고 있는 스완 레이크 호텔과 알-자지라 지국에도 피해를 입힐 정도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번에 공격을 받은 마운트 레바논 호텔은 주로 이라크인들과 아랍인들이 사용하고 일부 미국인들과 영국인이 머물던 호텔이라 “대부분의 희생자가 이라크인”이라고 이라크 관리들은 밝혔다. 미군 당국에 따르면 사망자가운데 서방인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BBC방송에 따르면 부상자 가운데에만 영국 민간인 2명이 포함돼 있고 미국 시민들도 포함돼 있다.
특히 AP 통신에 따르면 바그다드 함락 직후 후세인 동상이 쓰러뜨려진 알-페르도스(파라다이스) 광장 인근에 위치해 있는 이 마운트 레바논 호텔은 미군주도 연합군 건물과 서방인들이 주로 머물고 있는 건물들과는 달리 콘크리트 방어 장벽과 다른 보안조치가 취해지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분노한 이라크인들은 잔해 속에서 사람들을 끌어내는 것을 돕고 있던 미군 2명을 밀쳐내는 등 격한 반응을 보였다고 AP통신은 보도하기도 했다.
***알-자르카위 등 알-카에다의 공격일 듯**
이번 공격을 한 단체에 대해서는 알-카에다일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미 제1보병사단 랄프 베이커 대령은 “이번의 폭탄구조는 지난해 8월 발생한 바그다드 유엔사무소 공격때 사용됐던 것과 같은 것”이라며 “이번 공격은 안사르 알-이슬람과 자르카위의 수법과 비슷하다”고 밝혀 알-카에다가 이번 공격의 배후라고 지목했다.
안사르 알-이슬람은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끌고 있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보여지는 이슬람 무장단체이고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는 이라크내에서 내전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고 미국이 강하게 혐의를 두고 있는 알-카에다 조직원이다.
지난주 스페인의 열차테러에 이어 전세계가 테러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 현지에서도 또다시 강력한 폭탄공격이 발생해 전세계 주요 국가들의 테러 공포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美, “지금 시점은 시험의 시기”**
한편 주요 지하철과 철도 등에 테러 경계 수준을 높인 미국 정부는 이번 저항세력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격은 미국의 정책을 변화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스콧 멕클랠런 미 백악관 대변인은 공격 직후 “민주주의는 이라크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후퇴는 없다”며 “지금 시점은 시험의 시기이지만 테러리스트들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멕클랠런 대변인은 “우리는 강력하고 결단력있게 이 시험과 부딪칠 것”이라며 “우리는 이라크인들을 위한 임무를 마치기 위해 계속해서 주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전 1주년 전후로 최악의 공격 잇따를 가능성 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이런 다짐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점차 어려운 형국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개전 1주년을 사흘 앞두고 또다시 대형 저항공격이 발생해 적어도 다음달 바그다드 함락직전까지는 최악의 공격이 잇따를 것이라는 첩보가 나오고 있어 국내외적으로 곤경에 처해있는 미국으로서는 헤어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이 기간에는 현재 이라크에서 미군의 동맹역할을 하고 있는 쿠르드족의 봄축제가 이달 21일 열리고 시아파들이 추앙하는 이맘 알-후세인 서거 40일째를 기념하는 아르비엔야가 다음달 10일로 예정돼 있어 더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무장저항세력의 공격수법이 시간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고 공격대상도 전방위적으로 퍼지고 있어 미군이 어느 정도까지 대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우리정부도 "테러경보" 발동**
이처럼 스페인 테러를 비롯해 이라크 등 곳곳에서 대형테러가 잇따르자, 내달 3천여명의 대규모 파병을 앞두고 있는 우리 정부에도 테러비상이 걸렸다.
고건 대통령권한대행은 17일 총리실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대규모 테러의 주요 대상국가는 이라크에 파병하는 나라들"이라며 "우리나라도 어찌 보면 강력한 경보대상국가"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날 오후 허성관 행정자치부장관 주재로 국정원, 국방부, 경찰청 등 19개 부처와 기관의 국장급이 참석한 가운데 테러대책 실무회의를 갖고 정부 차원의 대테러 종합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특히 정부는 오는 4월1일 개통될 고속철이 테러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고속철 주요역사에 대한 검문검색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해외 기업이나 공관 등에 대한 테러대책은 지극히 원론적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정부를 전전긍긍케 하고 있다. 이라크 파병결정의 업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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