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의원들에게 내년 총선 공천 가산점을 주겠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올바르게 정치 저항에 앞장선 분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나 원내대표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의 정치행위에 범죄 행위 운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어불성설"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수사 대상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저희 행위는 잘못된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을 저지하기 위한 행위"라고 덧붙였다.
패스트트랙 저지가 정당한 행위이기 때문에 범죄 혐의로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지만, 어떤 경위이건 폭력 행위에 대한 보상을 약속한 발언이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전날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총선 공천관리위원회가 구성되면 패스트트랙 수사를 받는 분들이 가산점을 받을 수 있도록 권고하겠다"고 밝혔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황교안 대표도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정감사 종료와 더불어 본격화될 패스트트랙 관련 검찰 수사로 공천을 장담할 수 없게 된 의원들을 다독이기 위한 내부용 메시지로 보인다. 그러나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당 안팎으로부터 비판이 집중됐다.
당 내에선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에 오른 60여 명의 현역 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주면 사실상 '총선 물갈이'는 불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또한 12월로 임기가 끝나는 나 원내대표가 공천관리위원회 권한을 침범한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정치권에서도 불법을 조장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최고위원은 23일 "나 원내대표는 수사를 받는 소속 의원에게 공천 가산점을 주겠다는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법질서를 준수해야 할 의무는 국민 모두에게 있고, 특히 국회의원은 법질서를 준수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법치국가 원칙을 져버리는 발언이자, 당의 요구만 따르면 불법적 행위를 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우리 사회에 조장하는 발언"이라고 했다.
박용진 의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한테 불법을 앞장서서 자행했으니 가산점을 주고 격려하겠다는 뜻"이라며 "한국당을 불법 장려당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무조건 문재인 정부에 반대하고 저항했던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가산점을 주고 격려한다면 패스트트랙 불법 가산점 뿐만 아니라 삭발 가산점도 줘야 한다. 머리 깎고 의지를 높였으니 머리 깎은 순서대로 줘야한다"고 비꼬았다.
전날 정의당 유상진 대변인도 논평에서 "불법 폭력 범법자들에게 처벌이 아닌 공천 가산점을 준다니 정당인가 조폭인가.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며 "불필요한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검찰의 재빠른 기소와 영장 청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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