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은 당정회의를 열고 최근 이슈로 떠오른 '무상 급식'에 부정적인 인식을 같이 했다. 그러나 무상급식 이슈의 파급력을 감안해 급식 지원 대상자를 확대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18일 의원총회에서 당정회의 결과를 보고하며 학교 급식 정책으로 △무상급식 대상자를 서민 계층에서 중산층으로 단계적 확대하고 △방학 중 결식 아동이 없도록 하는 기본 방침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안 원내대표는 "예를 들면 (급식 지원 대상은) 100만명인데 이를 2012년까지 200만명까지 단계적으로 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원내대표는 또 "부자에게 줄 급식이 있다면 서민과 중산층 보호를 위해 만 5세 미만 취학전 아동은 보육 육아 부분 무상교육을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것을 공약으로 했다"고 말했다.
교과위 소속 권영진 의원은 "야당이 주장하는 무상급식 재원 1조 6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만 5세 이하 영유아 지원 정책 등에 쓰기로 했다"며 "향후 5년 동안 대상자의 어린이집·유치원 무상교육 대상을 70%까지 늘리는데 1조 1000억원을 지원하고, 농어촌 학생, 위기 가정 학생, 서민 계층 등 무상 급식 지원 확대로 4000억 원을 책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안 원내대표는 "무상급식 문제는 교육의 문제라기보다 복지 차원의 문제"라며 당정의 이같은 방침을 강조했다.
그리고 당 내에서도 "무상급식은 복지가 아니라 교육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인식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박종근 의원은 전날 급식 문제를 "의무교육 관점에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남경필 의원도 "무상급식 프레임은 의무급식 프레임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의원 모두 무상급식을 '교육의 문제'로 보고 있는 것.
이명박 대통령이 근본적으로 전면 무상 급식을 반대하고 있는데다, 보수층의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당정의 이같은 '급식 지원 확대' 결정은 "무상급식 반대 이미지를 보이며 지방 선거를 앞두고 야권과의 프레임 싸움에서 지고 있다"는 위기감에 떼밀린 고육지책이라는 시각이 많다.
'조·중·동' 등 일부 보수신문은 무상급식을 두고 "포퓰리즘",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하는 등 '색깔론'을 입혀 극렬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당정회의 결과는 사실상 제한 급식이고, 차별 급식"이라며 "생색내기용 차별 급식 정책 발표는 사실상 내용 없이 무상 급식 지지 여론을 호도하려는 목적으로 보이는데, 이번 지방 선거에서 이 무상급식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아보자고 제안한다"고 말했다.
영유아 '무상교육'?…"작년 마련한 대책 재탕도 모자라 '후퇴'"
게다가 정부 여당의 '만 5세 미만 무상 교육' 방침은 보건복지가족부가 2009년 마련했던 '중장기보육계획(아이사랑플랜)'과 다르지 않아 "재탕도 모자라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이사랑플랜'에 따르면 2012년까지 0~4세 소득하위 80% 아동에게 보육료를 전액 지원하고, 만5세 아동은 모든 아동에게 2011년까지 보육료를 전액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이번 당정회의를 통해 한나라당과 정부는 아동에 대한 보육료 전액지원을 0~4세 아동은 3년, 만5세 아동은 무려 4년이나 늦추기로 한 것"이라며 "무상급식에 지원될 예산으로 원래 실시하기로 했던 정책을, 그것도 몇 년이나 늦추겠다는 한나라당과 정부의 행태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이는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정책이 새로운 것이라고 치더라도 의구심은 남는다. 무상급식 예산 확충 얘기가 거론될 때마다 "재정 여력이 없어 곤란하다"는 반응으로 일관해온 정부가 갑자기 대규모 재원이 소요되는 '영유아 무상 교육'을 들고 나온 것은 얼른 납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교육의 문제'인 무상급식을 '복지의 문제'로 전환한 것 역시 야당의 프레임에 대한 위기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무상급식 예산 0원' 오세훈 "당론에 입각해 결론 낼 것"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최대 쟁점은 '무상 급식' 문제다. 한나라당 내에서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졌던 원희룡 의원은 현재 "초등학생 까지 의무교육 차원에서 '의무 급식'을 해야 한다"며 무상급식을 주장하고 있다. 이를 '교육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
그러나 이에 반해 오세훈 현 서울시장, 나경원 의원, 김충환 의원 등 한나라당 예비후보들은 '복지의 문제'로 접근해 원 의원과 시각차를 뚜렷히 보였다. 즉 '무상 급식'에 맞서 '급식비 지원', 혹은 '급식 대상자 확대'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SBS> 라디오 '서두원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한나라당에서 결정한 당론을 바탕으로 보다 정교한 결론을 낼 것"이라고 한나라당과 정부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였다.
오 시장은 "지금 서울 시정과 관련해서 최우선순위가 있다면 오히려 공교육 강화 부분"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집중적인 투자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고 무상급식의 경우에는 과연 어느 정도 소득계층까지 혜택이 가야 할지 보다 정교하게 입체적으로 사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상급식보다 시급한 과제들이 굉장히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의 조사에 따르면 재정 자립도 1위 서울시의 2009년 무상 급식 예산은 '0원'이었다. 오 시장이 제한적이나마 무상급식 확대 의사를 밝힌 것 역시 무상급식 프레임에 따른 위기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나경원 의원도 전날 출마 선언을 하며 "(급식비 지원은)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전면 무상급식에 대해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김충환 의원도 나 의원과 시각차가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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